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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재명 ‘대북 사과’가 철지난 ‘감성팔이’인 이유
  • 김영 기자
  • 등록 2025-12-08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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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임 후 대북 발언, 감정·민족심리 중심 해석
  • 국제 정치학 전략·억지·동맹의 계산력 부재
  • 북한이 버린 ‘우리민족끼리’를 추종하는 것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자극했다면 사과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치적 논란을 떠나, 이 발언이 보여주는 인식의 구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대북관은 국가 안보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대통령의 발언들을 시간 순으로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된 흐름이 나타난다. 남북 관계를 국가 간 힘의 문제로 보지 않고, “같은 민족 내부의 심리 문제”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발언은 분명하고 반복적이기 때문에, 일시적 발언이 아니라 일관된 인식이라 볼 수 있다.

 

대표적 예가 “정권은 바뀌어도 민족은 하나”라는 표현이다. 국제정치에서 국가는 이해와 힘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여기서는 민족 감정이 먼저 등장한다. 안보의 언어가 전략이 아니라 감성이 되는 지점이다.

 

국군의 날 즈음 대통령은 “군사적 충돌은 승리가 아니라 민족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전쟁은 힘의 균형이 붕괴될 때 발생한다. 억지력은 그 균형을 유지하는 장치다. 그런데 대통령이 감정적 표현으로 이를 설명하면 전략적 판단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 갈등이 구조가 아니라 상처로 바뀌게 되는 것.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민족대립을 심화시킨다”는 표현이 나왔다. 제재는 국제정치에서 상대방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제재가 전략적 목적이 아니라 감정적 문제로 해석된다. 감정 중심의 접근은 일관성이 있지만 정책효과는 설명하지 못한다.

 

최근 외신 기자회견에서 나온 “사과” 발언은 이 흐름의 결론처럼 보인다. 갈등이 전략적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남측의 심리적 자극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되면 안보는 계산의 영역에서 벗어나 감성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취임 이후 발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은 전략적 외부자가 아니라 민족 내부의 구성원이다.

둘째, 갈등은 구조가 아니라 감정의 상처다.

셋째, 평화는 억지가 아니라 심리적 회복이다.

 

이런 관점을 흔히 ‘민족주의적 사관’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 관점이 지금 북한의 전략 변화와도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북한은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을 내세웠다. 그때는 감성적 민족서사가 일정한 효과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북한 김정은은 “두국가론”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남북을 두 개의 주권 단위로 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평화적 통일을 부정하는 입장이다. 


오늘의 북한은 민족 감성의 언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 현실주의의 언어를 사용한다. 이런 북한을 감성적 민족 언어로 설득하려는 접근이 어떤 현실적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북한조차 버린 언어를 한국 정부가 되레 사용하는 셈이다.

 

여기서 과거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해진다. 

 

김대중은 억지력 조건에서 교류를 추진했다. 노무현은 동맹구조를 인정하면서 자율성을 확보하려 했다. 문재인은 확장억지를 평화의 조건으로 봤다. 이들은 모두 평화를 전략의 언어로 설명했다. 이재명만이 평화를 감정의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이 관점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과도 맞지 않는다. 

 

미국은 예측가능한 파트너를 원한다. 감정 중심의 접근은 예측가능성을 낮춘다. 이는 동맹 안정성과 연결된다. 결국 전략적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개인의 사상을 대통령이란 자리에 대입시키려면 참모들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경우 이를 분리해 표현했다.

 

대통령 비서실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대목이다. 어쩌면 알면서도 그런 표현을 쓰고 있는 지 모르겠다.


“왜 이재명은 사과란 발언을 했을까”

 

북한을 상대로 설득력이 없고 미국과도 언어가 어긋난다면, 이 접근이 갖는 실질적 의미는 무엇인가. 결론은 단순하다. 외교 전략이 아니라 국내 정치적 효과를 노린 발언이다.

 

그래서 이 발언이 ‘국내 정치용 감성팔이’로 보인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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