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미국 이산화탄소연맹 연구원미국과 일본은 희토류 광물, 반도체 핵심 부품, 차세대 원자로를 포함하는 전략적 협정을 통해 그동안의 비합리적 기후 정책이 가져온 마비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다.
실용주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10월28일 양국 간 협정은 예측 불가능한 공급망, 비현실적인 탄소 중립 약속, 신뢰성 낮은 풍력·태양광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지배한 지난 10여 년의 에너지 불확실성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는 에너지와 산업 전략이 국가 주권 수호의 핵심이 되도록 하는 조치다.
가공 희토류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공급망 무기화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미국은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이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원자재와 기술 접근성, 전략적 회복력,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며 양국 간 기존의 5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를 활용하는 것을 근간으로 협력을 추진한다.
백악관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원자로를 비롯한 미국 에너지 인프라에 최대 3320억 달러, 전력 장비 분야에는 최대 5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며 이는 미국·일본 기업들의 계약을 통해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미국은 일본의 투자를 통해 풍력 발전기나 사막을 뒤덮는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대신, 실용적이고 믿을 수 있는 전력 생산 능력을 확보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일본은 미국 시장에서 기술 판매와 관세 혜택을 확대하게 된다.
미국은 일본 기업 3곳, 미쓰비시 일렉트릭(발전소 시스템 및 장비 공급), TDK(첨단 전력 전자 부품), 그리고 후지쿠라(광섬유 케이블)의 투자금 중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750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다.
미·일 협정에는 글로벌 콜 세일즈 그룹(Global Coal Sales Group)과 도호쿠 전력(Tohoku Electric Power) 간의 1억 달러 규모 미국산 유연탄 다년 공급 계약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선진 산업국이 자국민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제공하기 위한 합리적인 결정이다. 경제 성장을 ‘탈(脫)탄소’라는 도그마에 희생시키지 않으려는 국가에게 석탄은 여전히 필수적인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이 협정에는 또한 두 가지 주요 일본발(發) 대미(對美) 투자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 내 암모니아·요소 비료 공장 건설을 위한 최대 3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미 서부 지역 구리 제련·정제 시설 건설을 위한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그것이다.
일본은 향후 매년 6600만 톤(t)의 미국산 LNG를 수입하여,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LNG 수입국이 된다. 일본은 자국 가스 수요의 9%를 전략적으로 위험한 러시아산 LNG에 의존해 왔는데 이를 대체하기 위한 조항들을 추가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다. 그 일환으로 JERA의 15억 달러 규모 미국 루이지애나주 헤인스빌 셰일 투자나 도쿄 가스의 알래스카 LNG 확보 등의 구체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서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정치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 결과, 기존에 보유했던 54기의 원자로 중 현재 단 14기만이 재가동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4년간 정책 결정을 마비시켰던 ‘후쿠시마의 유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 중국·프랑스·한국·러시아 등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일본이 과거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트럼프 미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고, 에너지 빈곤을 불러오는 글로벌 기후 정책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자원 개발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이러한 미·일 협력 체계는 미쓰비시·도시바와 같은 주요 일본 기업들이 미국의 에너지 프로젝트에 깊이 참여하게 함으로써 환경 탈레반의 ‘녹색’ 환상에 맞서 양국의 전략적 회복탄력성 강화와 고용 창출, 무역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국은 이제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안보 태세를 갖추고,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 번영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조작된 기후 위기론에 굴복하기보다 실질적으로 효과적인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데서 진정한 경제적 힘이 나온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워싱턴과 도쿄가 이룬 것은 단순한 무역협정이 아니다. 이는 한 세대 동안 합리적 에너지 정책 결정을 마비시켜 온 조작된 기후 위기론으로부터의 독립 선언이다. 다른 나라들도 이를 뒤따를 것이다. 흐름이 바뀌고 있다. 에너지 현실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Vijay Jayaraj 미국 이산화탄소연맹 연구원
박석순 이대 명예교수·전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이 칼럼은 2025년 11월17일 Real Clear Markets(www.realclearmarkets.com)에 처음 게재되었으며 미국 이산화탄소연맹(www.co2coalition.org) 회원인 박석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비제이 자야라즈 연구원과 협력하여 번역 및 수정했다. 박석순 교수는 현재 세계지성인재단(Clintel) 한국 대사, 자유환경포럼 대표, 유튜브 박석순의 환경TV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