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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 孤士獨聲] 뒤통수 맞은 건 누군가? 트럼프의 중국 포위 전략과 대만의 부상 기회
  • 서상문 편집위원·환동해미래연구원장
  • 등록 2025-12-07 20: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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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 미국 국기. 연합뉴스

편집위원·한국군사평론가협회장·환동해미래연구원장캡션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이 일본과 중국의 극한 대립 사태로까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중·일 간의 외교 마찰이 아니다. 미·중 대결과 맞물려 과거사에 대한 각각의 상이한 인식, 지역 패권 의식이 배경이 된, 군사력 재편과 동북아시아 세력 구도의 변화가 수반될 충돌의 표출이다. 


중·일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시킬 ‘대만보증 이행법(Taiwan Assurance Implementation Act, H.R. 1512)’에 서명해 이를 법률로 확정했다. 


기존 미국·대만 간 고위급 교류를 제한한 규정을 미 국무부가 5년 주기로 검토해 완화하고, 이를 의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제도화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대만 정부 장관의 워싱턴 공식 방문 허용, 미 고위 관리의 대만 방문 확대, 군사·안보 협력 강화, 반도체 공급망 연계 등이 뒤따를 것이다. 


미국·일본·중국·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대만 문제와 시진핑·다카이치의 갈등 국면에서 트럼프가 시진핑을 지지하고 다카이치에게 대만 문제에 대한 자제를 요청해서 결국 다카이치가 “뒤통수를 맞고 시진핑이 승리한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모두 명백한 오보였다. 뒤통수를 맞은 건 오히려 시진핑이었다.


상기 법안은 1979년 미·중 수교 시에 제정돼 이듬해 소급 발효된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의 연장선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결이 다르다. 그 속엔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전략을 구체화하고 대만을 부상시키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동맹국을 포함해 미국이 시도해 오고 있는, 티베트·신장 위구르·몽골 지원과 연계된 대중국 포괄적 포위망의 핵심이다. 


미국은 왜 대만뿐만 아니라 중국 내 소수민족 세력들을 지원하는가? 미국은 항상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자국의 정치적·외교적·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때로는 적을 끌어안기도 하고 동맹국을 내치기도 하는 식으로 극과 극을 오가면서 주변 세력들을 활용한다. 과거 미국의 강대국 부상 과정 및 아시아 진출의 역사가 이를 방증한다. 중국과 일본·티베트가 필요에 따라 아군이 됐다가 적이 되거나 버림을 받은 역사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대만은 과거 미국의 맹방이었던 중화민국의 정치적 실체다. 


현재 큰 틀에서 보면, 트럼프는 대만 문제에서 결코 시진핑의 손을 들어 줄 수 없다. 중국의 손을 들어 주는 자체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기치를 내리고 미국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 포위 전략을 포기하지도 않았고, 수정한 적도 없다. 


1979년 이후 미국은 대만 문제에 있어 중국의 ‘하나의 중국(One China)’ 원칙을 ‘인지(acknowledge)’해 왔다. 미국은 대만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만 문제를 전략적 모호성 속에 남겨두어 대중국 협상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한 카드로 활용했다. 동시에 대만에 지속적으로 무기 및 장비를 판매해 방어 능력을 제공함과 동시에 막대한 경제적 이익까지 챙겨 왔다. 이번에도 미국은 이러한 기존의 방식대로 대만에 무기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대만과 일본처럼 직·간접적인 이해 당사국들에게는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지와 리더십이 불확실하게 비쳤으며, 때로는 미국이 중국에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최근의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대만 문제가 핵심 사안 중 하나로 떠올랐을 때, 다카이치는 트럼프에게 "대만 문제는 대만 자체의 안전은 물론이고 일본의 안보 문제이며, 나아가 미국의 안보와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하고 압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선 필자가 지난 4일 본지에 쓴 칼럼([격변기 孤士獨聲]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던진 양날의 칼,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에서 자세하게 논한 바 있다.


최근의 중·일 마찰에 대해 필자는 맥을 못 짚은 국내외 언론의 오보와 ‘대만보증 이행법’의 제정 배경 및 파장 등 두 가지를 거론하고자 한다. 트럼프의 이 조치엔 시진핑의 ‘하나의 중국’ 주장에 대한 전략적 반격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국내외 주요 언론들이 오보를 낸 이유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 내지 봉쇄 전략이라는 ‘큰 틀’을 보지 않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장 기자들의 시야가 좁은 탓이기도 하지만, 잘못 작성된 기사를 걸러내지 못한 언론사의 데스크에게도 책임이 있다.


결국 기본 소양이 부족한 일부 정치인들뿐 아니라 언론의 문제도 작지 않다. 이러한 오보들은 그들의 무능함이나 혹은 트럼프를 비판하고 중국에 호의적인 의도된 무시 또는 무지가 빚어낸 국민 기만 행위였다고 볼 수 있다.


오보의 출발은 지난 11월 중·일 간에 날선 설전이 오고가는 가운데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전화로 대만 통일은 중국의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것을 요청했고, 다음 날 트럼프가 다카이치에게 전화를 걸어 대만 문제를 언급한 사실에서 비롯됐다. 


이 사실을 두고 11월 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다카이치 총리에게 중국을 자극하지 말고 대만 문제 관련 발언 톤을 낮추라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오보의 첫발이었다. 그러자 마이니찌(每日)신문·NHK 등 일본의 주요 매체들이 이 기사를 인용해 “트럼프가 다카이치에게 대만 관련 발언 자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고, 일본 정부는 이 보도를 다소 어중간하게 부인하는 논조로 ‘강한 자제 요구’가 아니라 ‘톤 조절’ 정도였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언론 매체들은 ‘중국 외교의 승리’ ‘트럼프의 중국 지지’라고 대서특필했다. 그러자 일본에선 다카이치가 트럼프에게 뒤통수를 맞았으며, 다카이치가 자제해야 한다는 논조의 기사가 일부 언론에 실렸다. 이재명에게 줄을 선 한국의 주요 매체들도 중국과 일본발로 양국의 오보를 확대 재생산했다. 이는 모두 트럼프와 다카이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WSJ가 다룬 보도를 해당 국가들의 언론이 재보도하면서 저지른 연쇄오보의 진원지였다. 


국내 언론도 기존의 편견과 오인, 언론인으로서의 소양 부족, 근시안이나 자사 이기주의 혹은 개인적 이익을 노리는 저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중·일 3국 간에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한 보도를 보면 문제 해결에 일조하기는커녕 사안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여전히 국민들에게 실상을 알리지 않고 대중의 눈을 감기는 잘못을 지속적으로 범하고 있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오보로 인해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의 구체적 행보의 실상에 대한 알권리가 무시된 피해자는 국민들이다. 미국의 중국 포위는 대만 이외의 여타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원과 종합해서 파악하지 않으면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과 트럼프의 ‘대만보증 이행법’이 바로 숲과 나무의 관계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연합뉴스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은 역사가 길다. 냉전 시기인 1950년대 초부터 단순한 군사적 봉쇄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군사·경제·기술·이념을 아우르는 다차원적이고 전면적인 가치 우위 경쟁, 전략경쟁으로 진화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e to Asia)’과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기점으로 본격화되면서 트럼프와 조 바이든 두 행정부를 거쳐 더욱 공고화되었다. 


이 전략은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아쿠스(AUKUS=호주·영국·미국) 등 동맹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고 국제질서의 현상 유지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동시에 여기엔 미·중 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글로벌 공급망을 분절시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위험 요소도 내포돼 있다.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의 실행에는 군사·경제·외교·이념 등의 방법이 다양하게 동원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민주주의·법치·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구축해서 대중국 포위망을 더욱 촘촘히 하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거나 해양경계선을 사이에 둔 인도·베트남·필리핀뿐만 아니라 티베트·신장 위구르·몽골 등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민족 혹은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도 그중 하나다. 미국이 지금까지 티베트·몽골·신장 위구르 등 소수민족과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 법들을 만들어 온 배경이다. 


티베트·몽골·신장 위구르·대만에 대한 지원법들은 대중국 포위망 전략의 한 고리다. 미국은 이들 지역의 자치권과 민주적 권리를 국제무대에서 강조하면서 중국의 영토주권 주장에 대해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트럼프가 ‘대만보증 이행법’에 서명한 것도 이러한 대중국 전략의 일환인 것이다. 


세계 제패의 다른 이름인 ‘중국몽’이라는 미명하에 세력 확장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시진핑에 대응해서 다각적 대중국 포위 전략을 전개해 온 미국은 티베트·신장 위구르와 몽골에 대해서도 인권과 자치권을 지지하는 다양한 입법·정책적 조치를 시행해 왔다. 중국 내 소수민족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환기하고 이는 대중국 압박 수단으로 작용한다. 지난 세기 블라디미르 레닌이 러시아혁명 전 짜르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러시아 영내 수많은 소수민족을 지원하면서 그들의 독립을 부추긴 것과 성격이 유사하다. 미국 역시 무언중에 중국 내 티베트·신장·내몽골 민족들을 고무시켜 중국에서 떨어져 나가도록 하려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번 서명은 2024년에 발효된 ‘티베트 해결법(Resolve Tibet Act)’처럼 인권 프레임을 활용하고 있다. 이 법안은 중국·달라이 라마 간의 협상 촉진과 중국의 허위 정보에 대한 반박을 미국의 공식 정책으로 선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정부는 이 법을 통해 중국 정부의 티베트 관련 허위 정보를 반박하고, 달라이 라마 또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민주적 대표들과 중국 정부 간의 조건 없는 협상을 촉구하며 티베트인의 인권과 자결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신장 위구르 지역에는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을 확장해 강제 노동 금지, 인권 등의 문제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몽골에는 ‘몽골 민주주의 지원법’으로 자치와 민주주의 지원을 확대하며 중국의 내륙 팽창을 견제 중이다.


이러한 법안들은 ‘대만보증 이행법’과 연계되어 중국의 영토 주권 주장을 인권 및 자결권 이슈로 균형을 맞추는 대중국 무역 협상 카드로 사용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중국과 함께 지역 불안정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은 지속될 것이다. 이 구도 속에서 향후 미·중 관계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귀결되기보다는 갈등과 봉합,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치열한 전략경쟁 구도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대만과의 접촉 및 교류의 제한을 공식적으로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자 중국은 “중국 내정간섭”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대만 주변에서 이전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군사적 무력 시위를 확대하는 등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미·중 간 ‘레드라인’이라고 명확히 규정하면서 미국에 대해 최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지만, 미국은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만도 ‘대만보증 이행법’을 “민주·자유 가치의 상징”이라고 환영하면서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민진당을 중심으로 한 대만 측은 미국과의 교류 확대를 대중국 정책의 1차적인 디딤돌로 보고 있는 차에 이번 트럼프의 조치는 뭍에서 파닥거리는 물고기에게 물을 선사한 것으로 비유될 수 있다. 


지금까지 중국과 달리 미국에게 대만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였고, 미·중 관계에서 일차적인 의미를 갖는 주제로 부상하지 않았지만 지금부터는 상황이 많이 바뀔 것이다. 미국·대만 관계의 격상, 기존 비공식·자율 제한들이 점진적으로 해제되면서 미국·대만 간 군사 안보 협력의 확대, 반도체·첨단 기술의 경제·공급망 협력, 대만 TSMC 등 기업의 미국 투자의 확대 촉진도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반발의 수위를 높이겠지만 대만에겐 전략적 가치가 격상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면서 대만의 대중국 운신의 폭도 한 단계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 포위라는 전략 면에서 대만 외에 여타 중국 내 소수민족에 대한 지원의 폭도 넓혀 나갈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 문제를 두고 인도와의 관계를 관리해 왔고, 신장 위구르 문제의 해결에 있어선 그 배후의 후견인 역할을 해 온 튀르키예를 구워삶아서 더 이상 위구르를 지원하지 않게 만드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미국이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 ‘망명정부’, 몽골·신장 위구르 등의 독립 자치 등의 정치적 문제를 인권문제와 결부해서 중국을 압박해 왔던 것이 양성화·노골화되고 가일층 수위가 높아 질 것이다. 


동아시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이 같은 미국의 거시적인 외교 안보 전략의 틀을 이해한 후 개별 국가들의 동향과 상황을 파악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 눈앞에 보인다고 그대로 현상만 보도할 게 아니다. 


한미일보 편집위원·한국군사평론가협회장·환동해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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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2-07 21:36:47

    정확한 분석과 판단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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