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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시론] 쿠팡을 둘러싼 초대형 파도… ‘1조 과징금·영업정지’ 공세 속 흔들리는 대한민국 생활 인프라
  • 한미일보 편집국
  • 등록 2025-12-07 21: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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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연합뉴스

최근 쿠팡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대형 플랫폼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넘어 정치·산업·노동·국제 경쟁이 뒤섞인 국가적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정부가 검토 중인 ‘매출의 3%’ 징벌적 과징금은 최대 1조3000억 원에 이르는 전례 없는 수준이며, 일부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새벽배송 폐지나 영업정지 검토는 사실상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논란이 커질수록 되려 중요한 본질이 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우리가 지금 조명해야 할 대상은 쿠팡이라는 기업에 대한 감정적 판결이 아니라, 그 기업이 지탱하고 있는 한국 생활 인프라·물류망·일자리 구조 전체이며, 만약 쿠팡이 무너질 경우 발생할 파장이 국가 단위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 문제다. 


쿠팡에 대한 처벌 강도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한국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수년간 국내 대형 ICT 기업들은 수천만 명 규모의 정보 유출 사건을 겪었지만 과징금은 수십억에서 많아야 천억 원 수준이었다. 카카오페이는 4000만 명의 정보를 중국 알리페이에 동의 없이 제공했음에도 과징금은 59억 원에 그쳤고, 카카오 오픈채팅에서는 6만5000명 규모의 정보가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결합된 형태로 유출됐지만 151억 원에 머물렀으며, SKT의 2696만 건에 달하는 유심 정보 유출 역시 1347억 원이었다. 그러나 쿠팡의 단 한 사건에 대해 ‘전체 매출의 3%’라는 최고 수준의 처벌을 적용하겠다는 논의가 등장하자 업계에서는 제재 기준의 일관성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형평성 없는 규제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경제 시스템의 신뢰도 문제로 귀결되며, 이는 기업 활동 뿐 아니라 투자·고용·기술 혁신까지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또한 쿠팡을 둘러싼 다른 논쟁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노조 갈등과 정치적 이해관계, 그리고 국제 경쟁 구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쿠팡 노조가 지난해 민주노총을 탈퇴한 이후 민주노총이 지속적으로 새벽배송 문제를 제기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온 가운데 정치권 일부가 이를 정책 현안으로 끌어올리면서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여기에 중국의 테무와 알리 계열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한국 시장에 대규모 물류망 투자와 인력을 투입하며 전방위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만드는 일자리가 한국인에게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수도권에서는 중국인 중심의 배송 인력이 증가하고 있으며, 상품 생산·물류·수익이 모두 중국 본사로 귀속되는 모델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중국 플랫폼 기업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보여온 전략은 초기에는 초저가 공세로 점유율을 확보하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가격을 끌어올리며 경쟁자를 배제하는 방식이었다. 쿠팡이 사라진 뒤 남는 것은 저가 경쟁이 아니라 해외 플랫폼 중심의 종속적 유통 구조일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이어지는 이유다. 이번 개인정보 범죄자가 중국 국적임에도 정부가 중국 정부에 실효성 있는 인도 요청이나 압박에 소극적이라는 점은 의문을 키우고 있다. 플랫폼 시장의 주도권은 단순한 쇼핑 편의가 아니라 데이터·물류·결제·유통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구조인 만큼, 쿠팡이 사라진 뒤 남는 것은 해외 플랫폼 중심의 종속적 유통 구조일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이어지는 이유다.


그러나 이 논쟁에서 가장 소외된 집단은 쿠팡이라는 생태계를 실제로 움직이는 현장의 노동자들이다. 전국의 새벽배송 기사, 물류센터 상·하차 인력과 배송 인력, 협력업체 생산직, 농가와 식품공장 등 쿠팡 생태계와 연결된 일자리는 수십만 개에 이른다. 3년째 새벽배송을 하는 한 부부 기사는 “쿠팡이 없어지면 고객도 불편하지만 우리 생계는 즉시 파탄난다. 영업정지 이야기는 곧 우리에게는 생계정지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쿠팡의 새벽배송 구조는 단순한 택배가 아니라 마트·농가·식품업체·물류센터·택배 등 수백 개의 공급망이 연동된 ‘생활 물류 시스템’에 가깝다. 쿠팡이 흔들리면 전국적인 일자리 체계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으며 그 여파는 지역 경제와 중소기업, 자영업까지 확산될 수 있다.


이번 사고는 외부로부터의 정교한 사이버 공격이 아니라 내부 권한을 보유한 전직 개발자의 부적절한 접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디지털 전환(DX) 가속 속에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내부 통제 설계의 근본적 약점이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쿠팡의 인증키가 장기간 회수되지 않았고, 대량 다운로드 감시 시스템과 로그 모니터링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은 점은 분명 개선돼야 할 문제다. 그러나 보안 전문가들은 이러한 취약성이 쿠팡만의 특수 사례라기보다는 빠른 성장과 복잡한 기술 구조를 가진 한국 플랫폼 산업 전반의 현실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커머스·물류·플랫폼·핀테크 기업들은 수억 건의 데이터와 초대량 트래픽을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내부 권한 관리·키 로테이션·접근통제 정책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왔다. 특히 이름·전화번호·주소·구매내역의 결합은 스미싱·보이스피싱의 공격 성공률을 현저하게 높일 수 있는 데이터 조합이다. 해외에서도 아마존과 DHL 사례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배송 오류’ 사칭 범죄는 개인정보 일부만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범죄조직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면서 음성·얼굴·대화 패턴을 자동 생성하는 정교한 공격이 등장했고, 이는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과거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국가적 보안 위기로 규정하고 내부자 관리 의무화, 접근통제 고도화, 키 로테이션 강제, 로그 모니터링 의무화, 시스템 암호화와 DRM 확대 등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쿠팡의 사건으로 기업들이 보안을 ‘규제 비용’이 아닌 ‘존속 비용’으로 인식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이번 사안을 통해 기업 전체를 비난하기보다는 보안 체계 설계의 시대적 갭을 해소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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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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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2-08 07:41:22

    만들어진 사고.
    득을 보는 집단이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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