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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칼럼] 쿠팡 사태의 본질
  • 김병준 前 강남대 교수·경영학 박사·현 자교모 공동대표
  • 등록 2025-12-08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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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前 강남대 교수·경영학 박사·현 자교모 공동대표지난 11월29일 한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에서 3370만 명의 소비자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유출 정보는 소비자의 이름, 배송지 주소, 이메일 주소, 최근 주문 정보 등이고,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로그인 관련 정보와 해외 직구 시 사용되는 개인통관고유부호는 유출되지 않았음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확인했다. 


이번 정보 유출의 당사자는 쿠팡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중국인으로 고객 개인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인증시스템 개발자였다. 그런데 퇴사한 지 6개월이나 경과한 후에도 폐기되지 않은 인증키를 사용해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모든 사태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쿠팡에게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소비자 정보를 직접 다루는 보안정보부서의 담당자가 퇴직한 이후에도 막대한 정보를 유출하게 한 책임은 더 할 수 없이 심각하다 하겠다. 이에 정부에선 최근 징벌적 과징금 부과까지 논의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의 쿠팡 사태와 정부 측 태도, 그리고 이를 보도하는 제도권 언론의 행태를 보면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사실 소비자 정보가 중국에 털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할 정도로 이젠 만성이 되다시피한 게 사실이다. 


2014년 3월에는 한국의 대표적 통신업체 KT에서 무려 1200만 명의 개인신상정보가 유출되었는데 이때는 주민등록번호까지 포함되었다. 2016년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를 구축한 직후부터 무려 8년간 30만 건의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사고를 당했으며, 카카오페이에서는 2025년 1월에 약 4000만 명에 이르는 고객개인정보(이름,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주소, 결제 내역 등 26개 항목)가 중국업체인 알리페이(Alipay)에 무단 이전되었고, 올해 4월에는 SKT에서 무려 2300만 명의 휴대전화 유심칩 정보가 유출되는 기가 막힌 사건들을 경험한 바 있다. 


사실 민간업체도 특히나 전자상거래나 통신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의 경우에는 철저한 보안유지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긴 하지만 이토록 수많은 대한민국의 개인정보가 뚫리는 상황에서 도대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같은 정부 부처나 기관들은 사후 조치로 무엇을 감독하고 무엇을 예방했는지 묻고 싶다. 


지금 중국에서는 한국인의 모든 개인정보가 공공연히 1인당 5000원씩에 팔리고 있다 한다. 이런 웃지 못할 현실에 과연 우리 정부는 뭘 하고 있는 걸까.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는 공공재인가? 우리 정부는 답하기 바란다. 


그뿐이 아니다. 그동안 이들 업체들에 부과한 과징금의 규모도 이번 쿠팡 사태와 비교해 보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2014년 최초로 대규모 정보 유출을 겪은 KT에 대해서는 과징금이 단돈 7억 원에 그쳤고, 2016년 김대중정부 시절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이 부회장으로 재직하던 LG유플러스는 유출 책임으로 부과된 과징금이 68억 원에 그쳤으며, 4000만 명의 정보를 넘긴 카카오페이에 대한 과징금은 단돈 59억 원이었다. 카카오페이는 알리바바(Alibaba)의 Ant그룹이 주요주주로서 39%의 지분을 갖고 있어 함부로 손대지 못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가장 최근 2300만 명의 모든 개인정보가 소상히(?) 털린 SKT에 대한 과징금도 1348억 원으로, 2024년 매출액의 0.75%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번 쿠팡의 경우에는 징벌적 과징금으로 최대한도인 매출액의 3%, 1조 3000억 원을 부과한다고 한다. 


통신사와 유통업체의 이익구조는 상이하다. 통신업체의 경우 매출 대부분이 영업이익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쿠팡 같은 전자상거래업체는 말 그대로 유통업체이다 보니 영업이익률이 10% 안팎에 그친다. 쉽게 말해 이번 경우에는 정부가 벼르고 있다가 된통 한방 먹이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물론 국민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일벌백계의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미 물은 여러 차례 엎질러지지 않았나? 


그동안 정부는 개인 정보보안 강화를 위해 이제까지 무엇을 했는데, 이제 사건이 터지니 옳다구나 잘 걸렸다 하고 쿠팡을 후려치는가 말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몇 달 전에는 중국인 근로자 사망을 계기로 포스코E&C에 대해 일국의 대통령이란 자까지 나서서 영업정지에 최우선 지도(?)를 자임하더니 지금은 순수 토종 한국계 미국 자본으로 구성된 쿠팡을 지목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현실화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필자가 이렇게까지 정부를 성토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2주 전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막는답시고 제출한 새벽배송 금지를 논의한 당사자가 우리 정부이기 때문이다. 바로 논의 당일 동종 업계의 중국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자회사 알리 익스프레스(Ali Express)와 테무(Temu)의 새벽배송이 허락되었음에도 말이다. 


당시 2000만 명 이상 이용자가 새벽배송 금지 조치에 항의했고, 9만5000명의 쿠팡 직원 중 배송에 관여하는 7만여 명의 직원이 격렬히 저항했다. 2020년 설립 직후 민노총에 가입했던 쿠팡 노조는 2023년 11월에 조합원 93%의 찬성으로 민노총을 탈퇴한 바 있다. 민노총이 지나치게 정치활동을 강요하고 조합비를 과도하게 뜯어가기 때문이었다. 


국내 다른 전자상거래업체들과 달리 쿠팡은 배송 인력의 직고용 체제로 급여, 근로조건 등 복지후생 측면에서도 미국식 경영을 채택하여 종업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즉 경쟁사는 배송 인력의 대부분을 외주(outsourcing) 형태로 조달하는 반면 쿠팡은 올해 말까지 5만 명의 직고용 체제를 갖출 계획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피해 발생의 주 창구라 할 수 있는 쿠팡의 관리직 사원들의 경우 처우가 다른 대기업들보다 월등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편, 최근 좌파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는 쿠팡 이사회 김범석 의장의 경영권과 책임에 대해 살펴보자. 


2021년 3월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은 출범 당시 김범석 대표가 불과 10.1%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국내 거래소에 상장하지 않고 굳이 해외 거래소를 선택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 거래소나 코스닥에서는 상장 시 쿠팡의 경우 대표에 대한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차등의결권주 등 방어 조치가 전무했던 것이 주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김범석 대표는 NYSE에서 29배의 의사 결정권을 갖는 Class B 주식을 보유하며 전체 의결권의 76%를 차지할 수 있었다. 물론 자본조달에서는 1주 1 의결권을 갖는 Class A 주식 지분의 대부분인 87%는 SB투자자문(지분율 17.4%, 영국), 베일리기포드 컴퍼니(9.0%), 모건 스탠리(4.1%) 등 순수 미국계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아마 한국 시장에 상장했다 가정하면 이번 사태와 같은 경우에 처했을 경우 김범석 대표는 모든 주식을 다 팔고 회사를 정리해야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2024년 11월에 세금 납부 등의 재정적 목적으로 2025년 초까지 Class B 주식을 A식으로 1:1로 전환하여 1500만 주 (전환주식총수 1700만 주)를 매각하여 4850억 원을 마련했고, 추가 200만 주(약 672억 원)는 미국 자선기금에 전액 기부했다. 


지분을 일부 매각한 후에도 김범석 의장의 경영권 지분율은 73.7%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유출 사고에서 발뺌하기 위해 먹튀(?)했다는 일부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지분율 확보를 위해서도 미국에서와 같이 대략 60조 원에 달하는 기관투자가 지분을 조달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자본조달에 앞장선 미국에 기부금을 납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쿠팡의 배송 인력에 중국인이 일절 없었고 인명사고도 없었다는 점이다. 또한 일부 퇴직 직원(좌파 쪽에서 사주한 가공인물)이 내놓은 쿠팡 내 중국인 관리직 사원 비중이 70%라는 주장도 완전한 허구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 상장했더라면 아마 재수가 총체적으로 없어 인명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상 주체가 되어 김범석 의장이 회사를 접었을 수도 있었다. 


쿠팡이 고객 정보보안 관리에 허술함을 노출시킨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쿠팡은 순수 내국인 위주로 고용하고 성장시켜 온 자랑스러운 기업임에 틀림없다. 대표자의 국적과 회사본부 소재지가 미국이라 해서 배척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에 적응해 ‘로켓 배송’을 완성시킨 쿠팡은 적어도 아마존(Amazon)이라는 글로벌기업을 한국에서는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중국의 알리, 테무, 셰인 등의 해외직구 업체를 견제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모름지기 중국업체들은 그 전력상 중국공산당과 일체화되어 있어 내국인의 정보는 거래 즉시 털리는 게 상식이며, 또한 그 정보를 바탕으로 또 어떤 엄청난 피해를 유발시킬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재명과 현 정부는 한마디로 쿠팡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뼛속 깊이 침투한 종중 매국주의와 반미 성향 때문일 것이다. 제도권 언론들도 이제는 자숙할 필요가 있다. 떳떳하게 쿠팡 같이 아이디어 하나로 거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업 풍토가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지 말로만 백번 창업이다 벤처다 떠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쿠팡이 실수를 바로잡고 온전히 성숙한 기업으로 재탄생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국민 여러분도 지나친 감정을 자제하고 이제 정부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자가 보안에 힘쓰면서 믿을 수 있는 기업에 다시 한번 후한 점수를 주시기를 학수고대한다.

                   

前 강남대 교수·경영학 박사·현 자교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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