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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식 칼럼] “규칙 어길 땐 응징” 트럼프 야구방망이와 NSS
  • 주은식 편집위원·한국전략연구소 소장
  • 등록 2025-12-09 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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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 한미 회담을 계기로 이재명에게 선물한 야구 배트와 야구공. 

편집위원·한국전략연구소 소장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내밀었던 야구방망이는 단순한 기념품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의도가 선명한 물건이었다. 외교에서 선물은 메시지이며, 특히 트럼프처럼 상징·제스처·무언의 압박을 결합하는 지도자에게서 온 물건이라면 그 의미는 더욱 설계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이재명은 과거 여러 차례 “죽는 것은 무섭지 않은데 야구방망이는 무섭다”고 말한 바 있다. 소년공 시절 야구글러브 공장에서 일하다 다친 경험, 그리고 그로 인해 형성된 야구방망이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맥락을 모를 리 없는 트럼프가 하필 야구방망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야구 방망이는 호의가 아니라 경고, 혹은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대가가 따른다’는 힘의 구조를 드러낸 외교적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에서 야구방망이는 스포츠 도구이자 때로는 ‘질서를 어기는 자에게 가해지는 제재’를 상징한다. 한국에서의 야구방망이는 야구경기에서도 사용하지만 조폭들이 상대방을 가격할 때 드는 도구가 야구방망이다. 이 두 문화를 모두 알고 있는 트럼프는 그 상징을 활용해 이재명에게 “규칙을 어기면 제재를 가하겠다는” 무언의 경고다. 트럼프가 즐겨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이는 ‘스마일 없는 빅 스틱(Big Stick)’이다.


이 장면은 마침 발표된 미국 2025 국가안보전략(NSS)와 정확히 맞물린다. 많은 이들이 중국 견제, 러시아 제재,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 같은 기존의 키워드에 주목했다. 그러나 한반도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문장은 따로 있다. “민주주의 보호를 명분으로 한 권력 남용은 용납될 수 없으며, 그러한 남용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 종교‧양심의 자유, 그리고 국민이 스스로 정부를 선택하고 이끄는 권리는 결코 침해될 수 없는 핵심 권리다. 이 원칙을 공유한다고 주장하는 국가들에 대해 미국은 말과 행동 모두에서 이를 준수하도록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설령 동맹국일지라도, 엘리트 주도의 비민주적 자유 제한에는 분명히 반대할 것이다.” 이 문장은 외교 수사도, 선언적 가치 언급도 아니다. 동맹 관리 기준의 변화 선언이다. 미국은 이제 ‘형식적 민주주의 동맹’이 아니라, 실질적 자유와 책임이 작동하는 동맹만을 신뢰하겠다는 뜻이다. 한국 정치 현실을 아는 이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의 안보관은 더 큰 문제다. 그는 연합훈련을 “돈이 많이 든다”며 비용 논리로 축소하고, 방위비 분담을 “반미정서 활용 기회” 정도로 간주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트럼프가 추진해온 김정은과의 개인외교를 이재명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식의 인식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을 ‘적대적 두 국가’ 구조로 규정하고, 전술핵·ICBM을 앞세워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합훈련은 비용이 아니라 보험이며, 방위비 분담은 조공이 아니라 동맹을 작동시키기 위한 필수 유지비다. 이를 무시한 채 국내 정치용 반미프레임을 활용하는 순간 한국은 미국의 전략 지도에서 신뢰를 잃는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으며, 그 비용을 일본과 한국에 분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동맹이기 때문에 가능한 조정이자, 공동의 적을 상대하기 위한 파트너십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접근은 이를 무시하고, 동맹을 ‘협상의 카드’로 취급하며, 심지어 중국 접근을 ‘균형’으로 포장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재명의 안보관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인사에서 드러난 신호다. 미문화원 방화 사건으로 처벌받았던 김민석을 국무총리에, 북한에 대한 ‘내재적 접근’으로 안보 불안을 키웠던 이종석을 국정원장에 임명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나 실수가 아니다. 이는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대미 거리두기, 대중 접근 강화, 한미동맹의 재조정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런 인사는 미국의 경계심을 자극할 뿐 아니라, 한국 스스로 한미동맹의 기반을 훼손하는 행위에 가깝다. 중국은 동맹이 아니다. 중국은 안보를 보장하지 않으며, 대신 정치적 예속·정보 침투·경제 종속을 요구한다. 이미 한국 내에서 중국 비판에 형사처벌을 가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중국의 자금이 문화·학술·언론 등 사회의 깊은 곳까지 스며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침투는 조용하지만 깊다. 초한전, 즉 ‘무형의 침투전(Silent Invasion)’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대한민국 곳곳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25 NSS는 중국을 단순 경쟁자가 아닌 ‘체제적 도전 세력’으로 규정했다. 이는 곧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충돌을 장기화하고, 동맹국들에게 분명한 선택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이때 한국이 미국 전략의 기조와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는 순간, 동맹의 자유는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급격히 제한된다. 이재명 정부가 이를 ‘자율 공간의 확대’로 착각하는 것은 위험한 판단이다. 실제로는 미국의 신뢰가 떨어지는 만큼 한국의 외교적 공간은 좁아지고, 한국은 미국의 ‘관리 대상’으로 전락할 위험을 맞게 된다.


이 모든 맥락에서 트럼프의 야구방망이는 상징이 아니라 메시지다. 규칙을 지키면 경기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규칙을 어기면 제재의 도구가 된다는 뜻이다. 외교는 말보다 상징이 빠르고, 선언보다 제스처가 정확하다. 이재명이 트럼프의 방망이를 ‘기념품’ 정도로 받아들였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의 본질이다. 동맹의 규칙을 협상의 대상으로 오해하고, 국제 전략의 변화를 국내 정치의 계산으로 축소시키는 지도자는 안보의 책임을 감당할 수 없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미소를 띠고 사진을 찍는 기술이 아니라, 상징과 압박 속에 숨겨진 전략의 언어를 읽는 능력이다. 경주에서 건네진 방망이는 장식품이 아니라 경고였다. 왜 야구방망이를 선물로 택하였나 의문이었는데 안보전략서에 담긴 내용을 보니 그 뜻이 분명히 드러났다. 


편집위원·한국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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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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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2-09 21:13:35

    잔과4범, 수액단식, 출퇴근단식, 대갈은 친일, 아갈은 반일, 찢지마, 이런 천출놈이 미처닐뛰는데, 배운자들 침묵으로 동조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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