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출국장. 연합뉴스TV
편집위원·한국군사평론가협회장·환동해미래연구원장캡션“북한에는 유화적, 국민 안전에는 태무심, 李 대통령 ‘모른다’ 발언 파장 계속”
2025년 12월7일자 매일신문 기사의 제목이다. 이 제목을 “중국에는 굴종적 눈치, 국민 안전에는 태무심, 李 대통령 ‘모른다’ 발언 파장 계속”으로 바꿔도 이 또한 사실에서 어긋나지 않는다.
이 기사 서두에 “현 정부가 북한에는 유화적인 태도를 시종일관 보이는 반면 우리 국민 보호 문제에 대해서는 태무심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 ‘북한’을 ‘중국’으로 바꿔도 이 또한 맞는 말이다. 이 지적처럼 한국 정부는 정말 뭘 하고 있는 걸까?
지금 이 순간에도 200명 이상의 외국인이 중국에서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무슨 말이냐고? 200명 이상의 외국인이 강제로 억류되어 있다는 소리다. 그들은 전쟁포로인가? 아니다!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나? 천만에, 아니올시다! 대부분은 명확한 혐의도 없이, 혹은 중국 정부가 자의적으로 붙인 ‘간첩 혐의’로 감금되어 있다.
2015년 10월, 태국 파타야에서 중국 정보기관 요원들에게 납치된 스웨덴 국적의 출판업자 구이 민하이(Gui Minhai)는 중국 지도부 관련 서적을 팔았다는 이유, 즉 ‘해외에 불법적으로 정보를 제공한 죄’로 2020년 2월 징역 10년을 선고받아서 지금도 어디선가 복역 중이다.
2025년 4월, 미국 상무부 직원은 비자 신청서에 정부 소속을 기재하지 않은 단순 ‘행정 오류’로 인해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혐의를 뒤집어쓰고 지금까지 억류돼 있다. 2023년 3월, 중국에서 근무를 마치고 출국하려다가 공항에서 잡힌 일본 제약회사의 50대 직원은 구체적인 혐의도 명시되지 않은 채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중국에 억류돼 있는 200명 이상의 외국인들은 거의 다 미국인이다. 2~3년 전 일본 국민도 17명이 감금돼 있었다. 미국인 약 200명은 미국과 일본 정부가 각각 중국 정부와 협상을 벌여 억류된 자국민 일부를 조건부로 풀려나게 한 뒤의 숫자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인 약 200명, 일본인 5명이 중국에 억류된 상태다. 이들은 세계 최강의 경제력과 외교력을 가진 나라의 국민들이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중국과 협상해도 이 정도인데, 중국이 우습게 보는 한국 같은 나라 국민들은 어떻게 될까? 한국인은 짐짝 취급을 받지 않을까?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 중 일부는 어디에 감금되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지정거소 주거감시(Residential Surveillance at a Designated Location·RSDL)’ 제도의 중국 비밀 감금시설에 갇혀 있을 수 있다. 4m×4m 크기의 골방 같은 이곳에선 최대 6개월간 가족과 변호인의 접견이 차단되고, 24시간 불이 켜진 채 감시를 받는다. 화장실에는 문이 없고, 손을 무릎에 올려 놓아야 하며, 눈을 감을 수도 없다. 유엔 전문가들은 이를 ‘고문’이라고 부른다. RSDL과 같은 비밀 구금은 ‘강제 실종 방지 협약’ 및 ‘고문 방지 협약’에 위배될 소지가 매우 크다.
그런데 이런 일이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혐의는 투명하지 않고, 중국 정부는 설명 같은 건 아예 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가 말하는 피억류자의 공식 혐의를 보면 놀랍도록 애매모호하다. ‘국가안보 위협’ ‘간첩죄’ ‘형사사건 연루’ 이것이 전부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어떤 증거가 있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2025년 7월, 미국 웰스파고(Wells Fargo) 은행의 고위 임원인 마오 첸위에(Mao Chenyue)는 ‘형사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출국을 금지당했다. 중국 정부는 사유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Safeguard Defenders)’ ‘국경없는기자회(RSF)’ 등 여러 국제 인권 단체들이 중국의 자의적 억류 실태를 지속적으로 고발해 오고 있는데도 중국은 시종일관 모르쇠다.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국제감시는 배제된다. 명확한 혐의사실의 고지 없이 개인을 구금하는 것은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이건 사법이 아니라 엿장수 마음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자의성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행된다는 점이다. 캐나다인 마이클 코브릭(Michael Kovrig)과 마이클 스페이버(Michael Spavor)는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Meng Wanzhou)가 캐나다에서 체포된 직후 간첩 혐의로 억류되었다. 그리고 멍완저우가 석방되자마자 두 사람도 풀려났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국이 외국인을 외교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억류와 석방이 사법절차가 아니라 정치적 거래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중국은 상대국과의 협상을 위해 필요하다 싶으면 외국인을 억류하고,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인질처럼 협상의 수단이나 대상으로 악용한다. 현재 미국에 구금돼 있는 약 400명 정도의 중국인들은 거의 다 범법자들인데, 중국의 미국인 억류는 미국의 체포에 맞대응한 성격이 짙다. 양국이 상대국 국민을 체포하는 성격과 구금 과정은 질적으로 다르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중국 공산당이 주체이고, 중국의 반간첩법이 검열의 도구다. 2023년 7월에 개정된 반간첩법은 ‘간첩행위’의 정의를 무한정 확대했다. 기존의 ‘국가기밀 및 정보 절취’에 국한되던 범위에서 ‘국가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문건·데이터·자료·물품’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시켰다.
이 법이 존재하는 한 공개된 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학술 연구를 하는 것도, 기업실사(Due Diligence)를 진행하는 것도, 언론 취재도, 심지어 관광지에서 사진 찍는 것까지도 모두 ‘국가안보 침해죄’가 될 수 있다. 전부 잠재적인 간첩행위로 간주되는 것이다. ‘당국가(Party State)’의 특성상 공산당이 시키는 대로 집행만 할 뿐인 중국 정부는 자신의 판단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
이것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공포심 조장이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들이 중국을 비판하거나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들려고 한다. 이것이 중국 정부가 노리는 것이다. 자기 검열! 스스로 입 다물고 조용히 있게 만드는 것! 이것은 이미 효과가 작지 않다.
대다수 일본 학자는 중국 방문을 회피하고 있다. 외국 기자들은 중국 내 활동을 축소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은 중국 출장을 중단했다. 필자도 2019년 12월 마지막 여행을 한 뒤로는 더 이상 중국에는 가지 않고 있다. 연구에 필요한 자료 수집, 역사 현장 방문, 학술회의, 오랜 친구들과의 재회 등등의 목적으로 중국에 가고 싶지만 가지 않는다. 나 역시 몸이 하나뿐이고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10월 연합뉴스TV 보도. / 영상 캡처
한국의 상황은 심각하다. 한국은 중국 정부의 한국인 무비자 입국이라는 미끼를 덥석 물어 중국인들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그리고 중국인 관광객들을 환영했다. 후과가 무엇일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관광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며 주판알만 두드린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들어오고 남았는가? 전국 주요 관광지에는 중국인들이 넘쳐나고, 그들이 길가에다 싸질러 놓은 변을 심심찮게 보게 됐다.
게다가 그들은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여러 가지 미심쩍은 짓을 벌이고서도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돌아간다. 첩보전의 주인공 같은 스릴을 만끽하면서! 한국 정부는 이를 감시하지 않는다. 감시하지 못한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중국은 “중국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중국 각지의 성·시 및 중앙정부의 ‘관광청(中国国家旅游局·China National Tourism Administration)’은 화려한 사진들로 만리장성과 자금성을 홍보하고, 항공사들은 저가 항공권을 내놓는다. 마치 중국은 안전하고 매력적인 여행지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된 환영이고 교묘한 여러 유인술 가운데 하나다. 도처에 덫이 쳐져 있는 유혹이다.
한국인들은 중국에 가면 어떻게 되는가? 명확하지 않은 혐의로 억류될 수 있다. 어디에 감금되는지도 알 수 없다. 일단 감금되고 나면 가족과 변호인을 만날 수도 없다. 한국 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극히 제한적이다. 기대는 금물! 중국 정부는 외국 외교관의 재판 방청을 거부하거나 제한한다. 한국 정부는 중국에 항의할 수 있겠지만, 중국은 들을 생각이 전혀 없다.
이러한 것들은 불공정하고 비대칭적이다. 일방적인 폭거이기도 하다. 지금 중국은 한국인들에게 목숨을 내놓고 여행해야 하는 험지나 다름없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는다. 끝까지 침묵하고 있다. 외교부 여행정보 웹사이트를 보라. 중국 여행에 대해 어떻게 나와 있는가? 일반적인 주의사항 정도만 소개돼 있다. ‘소매치기 주의’ ‘야간 외출 자제’ 같은 수준의 정보다.
그런데 중국의 현실은 이게 아니다. 200명 이상의 외국인이 명확하지 않은 혐의로 감금되어 있지 않은가? 한국인도 언제든 억류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외교적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보들은 여행정보에 담겨야 하지 않는가! “중국 여행 시 주의! 현재 200명 이상의 외국인이 명확하지 않은 혐의로 억류 중입니다. 한국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중국 정부의 반(反)스파이법은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억류 시 신병 확인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의무인데 이 정도는 국가가 해야 할 기본이 아닐까?
중국은 더 이상 안전한 여행지가 아니다. 필자는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100회가 넘게 중국 각지를 여행한 바 있다. 내가 자주 다니던 1990~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은 지금처럼 위험하진 않았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이 반간첩법을 제정, 강화해서 적용하고 미·중 대결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선 이제 중국은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험지다.
미국·일본·한국인에게만 그런 게 아니고 중국은 모든 외국인에게 험지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 같은 전쟁 지역은 아니지만, 법치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곳이라는 점에선 그들 나라와 다를 바 없다. 중국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억류될 수 있고, 명확한 혐의 없이 감금될 수 있으며,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시설에 갇힐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으려고 침묵한다. 무비자 협정을 유지하기 위해 눈을 감는다. 그 사이 한국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무방비 상태로 중국으로 떠난다. 관광객으로, 사업가로, 학생으로, 연구자로. 그리고 일부는 돌아오지 않는다. 혹은 돌아와도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고 돌아온다.
그래도 중국을 여행하겠다고? 당신이 중국 공산당에 열성적인 ‘친중파’ 인물로 분류돼 있다면 상관없다. 구금이 아니라 갈 때마다 융숭한 ‘접대’가 곁들어진 환대까지 받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필자처럼 친중파도 아니고 반중파도 아닌, 단지 중국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를 얘기하는 보통 시민이라면 어떻게 될지 장담 못 한다.
이제 말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미국·일본·캐나다·호주가 모두 자국민들에게 중국 여행에 대해 ‘주의 필요(Caution)’ 경고를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만 경보 수준이 가장 낮은 1단계인 ‘여행 유의’라고 해 놓고 침묵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권 잡는데 도움을 받아서 빚진 것을 갚는다는 생각 때문일까? 굴종적으로 비위를 맞추는 것보다, 외교적 편의보다, 자국 국민의 안전이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은가? 한국 외교부는 중국 여행 정보를 즉시 업데이트해야 한다. 현재 중국에 억류된 외국인의 규모, 혐의의 불투명성, 중국정부의 자의적 법 집행, 그리고 한국인도 거기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동시에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 반드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내가 아는 한, 일찌기 사업차 중국에 거류하다가 중공 당국에 잡혀 들어가서 지금껏 생사가 불투명한 한국인도 있다. 현재도 2023년 12월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전 삼정전자 상무 최모 씨(50대) 외에 억류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외에 중국 당국에 억류된 탈북민들도 있다. 그들은 최소 600명에서 최대 2000명으로 추정된다. 불법체류라는 신분상의 약점을 노린 중국인 남성들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는 탈북 여성도 적지 않다. 그들도 한국 국민이다. 그들에게 중국은 생지옥이다. 중국 여행도 이제는 생명을 담보로 해야 하는 험지 여행이다. 이것이 21세기의 문명시대, G2라는 중국의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 외교부는 함구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이 현실을 바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이 현실을 국민들에게 가감 없이 제대로 알려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 사실을 숨길 권리가 없다. 중국에 대해선 억류된 외국인들의 석방, 재판의 투명성 보장, 반간첩법의 자의적 해석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인권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안전 문제다.
이재명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하니 바로 묻는다. 지금 중국이 이런 상황이라는 걸 아는가? 한국인 억류 문제를 시진핑 주석에게 문제 제기해 봤는가? 책임질 줄 아는 정치인이라면, 이 의문에 대해 눙치지 말고 바로 답하고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한미일보 편집위원·한국군사평론가협회장·환동해미래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