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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윤석열이 전한 “투쟁”이 흥미로운 이유
  • 김영 기자
  • 등록 2025-11-12 19: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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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중 발언 지난 석 달 사이 세 단계로 진화
  • 믿음에서 행함으로 그리고 투쟁으로
  • 옥중 메시지가 비추는 한국 정치의 징후

좁은 창으로 스며든 한 줄기 빛, 기도의 공간은 어느새 투쟁의 전선이 되었다. 한미일보 그래픽

윤석열 대통령의 11월 12일 옥중 접견 발언에서 ‘투쟁’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단 한 단어의 변화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는 더 이상 법정의 피고가 아니라 진실과 공의를 바로 세우는 전사로 자신을 재정의했다. 기도의 언어가 행동의 언어로, 인내의 문장이 대결의 문장으로 변한 것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언어는 ‘법치’와 ‘진실’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헌법의 집행자이자 정의의 수호자로 그려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실의 빛으로 거짓을 밝히고, 무너진 법치를 공의로 바로 세우는 것이 제가 해야 할 투쟁입니다”라고 말했다. ‘투쟁’은 검사의 언어가 아니라 전장의 언어다. 그가 처한 현실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주 4회 재판과 수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자신을 수세의 인물로 두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장을 전장으로, 피고석을 진실의 전선으로 바꿔 세웠다.

 

그의 옥중 발언은 지난 석 달 사이 세 단계를 거쳤다. 8월에는 “1.8평의 독방이지만 기도의 장소를 허락하심에 감사드린다”고 했고, 9월과 10월에는 “법은 권력의 것이 아니다”라며 “군에 대한 탄압을 멈추라”고 말했다. 그리고 11월, 마침내 “제가 해야 할 투쟁입니다”라는 결의가 나왔다. 8월의 언어가 신앙의 언어였다면, 9~10월의 언어는 공의의 언어로 옮겨갔고, 11월의 언어는 행동과 대결의 언어로 바뀌었다. 그의 메시지는 신앙에서 정의로, 정의에서 투쟁으로 진화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발언에서 성경 야고보서 2장 22절을 인용했다. “믿음이 그의 행함과 함께 일하고,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케 되었느니라.” 이 구절은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2장 17절)로 이어지는 야고보서의 핵심이다. 참된 믿음은 내면의 신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된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이 구절 직후 ‘투쟁’을 언급한 것은 상징적이다. 그의 서사는 믿음에서 행함으로, 그리고 투쟁으로 이어진다. 신앙의 순종이 정치적 실천으로 번역되고, 실천은 저항의 언어로 완성된다. ‘투쟁’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신앙의 행함이 완성되는 지점이다.

 

이제 그의 언어는 법리를 넘어 서사로 움직인다. ‘법치’라는 절차의 언어가 ‘공의’라는 도덕의 언어로, ‘진실 규명’이 ‘행동의 수행’으로 옮겨갔다. 피고석의 자리는 진실의 전선으로, 방어의 언어는 동원의 언어로 변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투쟁은 신앙과 정의, 그리고 행위가 하나로 엮인 언어다.

 

그의 언어 변화는 개인의 신념을 넘어 오늘의 정치 현실을 비추는 징후이기도 하다. 정치의 언어가 합의나 조정보다 투쟁의 수사에 기대게 된 것은 공적 신뢰와 제도적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싸움을 ‘공의의 투쟁’이라 부를 때, 그 표현은 한 개인의 결의이면서 동시에 정치가 어디까지 밀려왔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처럼 들린다. 결국 ‘투쟁’이라는 단어가 던지는 울림은 오늘의 정치가 다시 어떤 언어로 자신을 회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기도의 문장이 투쟁의 문장으로 바뀌는 순간, 그는 더 이상 신앙인이 아니라 행동하는 정치 주체가 되었다. 윤석열의 언어가 바뀌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한국 정치의 언어가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변화의 끝에서 우리 정치가 어떤 언어를 선택할 것인가는 여전히 열려 있는 질문으로 남아 있다.

 


배의철 변호사가 전한 접견 내용 전문 

< 윤석열 대통령님의 11. 12 접견 말씀을 전합니다 >


청년들과 함께 ‘자유와 주권회복을 위한 기도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젊은 목사님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자유의 정신으로 무장한 청년들을 보면 나라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습니다.


“믿음이 그의 행함과 함께 일하고,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케 되었느니라”는 야고보서 말씀이 청년들의 등대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믿음은 주님의 말씀을 듣는 순종과 실천입니다. 이는 자신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많은 시민들께서 편지를 통해 주 4회에 달하는 재판과 조사로 악화될 제 건강을 걱정해주셨습니다. 여러분 힘내십시오. 저는 끄떡없습니다. 재판에 출정해 진실의 빛으로 거짓을 밝히고, 무너진 법치를 공의로 바로 세우는 것이 제가 해야 할 투쟁입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주관하십니다. 상한 이 땅이 진실과 공의로 새롭게 되기를, 자유대한민국을 위해 눈물 흘리는 국민과 청년들을 위해 오늘도 간절히 기도합니다.


2025. 11. 12.

윤석열 대통령님 접견 중 말씀을 적어 여러분께 전합니다.



#윤석열 #투쟁의정치학 #옥중발언 #법치회복 #공의의투쟁 #신앙과정치 #야고보서 #정치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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