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최근 발표한 안보 관련 문서에서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사라졌다. 이를 두고 “미·중이 북핵을 사실상 용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부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문구 생략을 곧바로 정책 변경으로 단정하기보다는, 협상 프레임과 동북아 전략 질서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는 접근이 더 타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5일(현지시간)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은 바이든 행정부(2022년)와 트럼프 1기 행정부(2017년)에서 반복된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자체가 아예 빠진 것도 이례적이다. 다만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공동 팩트시트에는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된 바 있어, 이번 생략을 “목표 철회”로 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 변화를 협상 전략의 변화로 본다.
비핵화 목표를 문서에 고정시키면 북한이 이를 역으로 활용해 미국 협상 유연성을 제약할 수 있다. 따라서 비핵화를 문서에서 제거하는 것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협상 공간 확보라는 해석이다. 이는 트럼프 2기가 선호하는 ‘폭넓은 딜’ 가능성과도 연관된 접근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중국 모두 비핵화 목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기존 협상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한 전략적 조정을 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변화는 미국과 목적은 다르지만 방향은 유사하다. 중국이 최근 발표한 ‘군축·비확산’ 백서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빠졌다.
6일 자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를 두고 “북핵 묵인 아니냐”는 관측을 전했지만, 중국의 의도는 ‘용인’이라기보다 협상 판의 주도권 경쟁이라는 반론도 있다. 비핵화를 반복하는 순간 미국 프레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비핵화 문구 생략은 “북핵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북핵을 협상 구조의 변수로 재정의”하는 흐름이다. 이는 북핵이 단순한 위협(fear factor)이 아니라, 동북아 안보 질서를 구성하는 구조적 변수(structural factor)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미국은 이를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의 명분으로, 중국은 미국 동맹의 확장 견제를 위한 균형 변수로 활용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문구 삭제 = 비핵화 포기”라는 단선적 해석은 현실 기반이 약하다.
더 정확한 해석은 “협상·안보·질서 프레임의 재정립”이다.
북핵 문제는 이제 ‘폐기의 정치’가 아니라 ‘질서의 정치’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동북아 전략 지형을 규정하는 핵심 축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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