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생명법 논쟁은 단순한 지분 문제나 재무 이슈가 아니다. 이 논쟁의 본질은 삼성전자의 전략 결정 구조가 시장에서 정권으로 이동하느냐, 즉 기업의 기술 판단이 정권의 통제 안으로 들어가느냐의 문제다.
전략기업이 정권 영향권 안에 들어가는 순간, 한국은 기술국가가 아니라 정치국가가 된다.
삼성은 단순한 대기업이 아니라 한국 산업생태계의 전략기반이며, 반도체·통신·AI·공정기술·데이터센터 등 국가 주권을 구성하는 핵심 분야는 여기서 파생된다.
따라서 삼성의 전략이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가 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지배구조 변화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의 상실이 된다.
이 위험은 추론이 아니라 역사적 경험이 이미 보여준 경고다.
포스코가 그 사례다. 포스코는 한때 하이드로포밍 기술로 세계시장을 압도하려했다. 강판이 얇고 강하며 깨지지 않는 기술 경쟁력은 자동차·항공·에너지 산업 전반의 생산구조를 바꿨고, 이 회사의 경쟁력은 두께나 가격이 아니라 기술 본능에 있었다.
그러나 정치가 경영을 대체한 순간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기술보다 홍보가 우선되고, 철강보다 정권 서사가 중요한 기업으로 변했고, 하이드로포밍 기술의 세계적 혁신기업이던 포스코는 어느 순간 “2차전지 기업”이라는 마케팅 포장에 갇혔다. 기술 본능을 잃은 순간 기업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경험한 것이다.
삼성이 그 길을 걷는다면 피해는 삼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반도체는 포스코의 철강이 아니다. 반도체는 국가의 생명줄이며, 한국 경제의 신경망이자 미래 산업주권의 근본이다.
따라서 삼성이 정치화되는 순간 위험해지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한국이며, ‘삼성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 문제’가 된다.
삼성은 이미 국민기업이다. 이 대목은 이재용 회장과 그 일가들고 세겨들어야 한다. 삼성생명법 논쟁 역시 이 회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기술의 본능을 지켜낼 수 있는가의 문제다.
한미일보는 삼성광고를 받지 않는다. 그것은 삼성 편이 아니라 한국 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논쟁의 중심에 두는 것은 기업논리가 아니라 국가생존전략이며, 전략기업을 정권의 영향력 안에 두는 순간 산업은 죽고 미래는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결국 중요한 건 단 하나다.
기술 본능이 사라지면 국가는 사라진다.
삼성생명법이 삼성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흔드는 문제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삼성을 정권이 쥐락펴락하는 순간, 피해자는 이재용이 아니라 한국이다.
정권이 기업을 지배하면 산업이 죽고 미래가 사라진다. 삼성생명법의 진짜 쟁점은 지분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이다.
정치가 기술을 대체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