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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작가칼럼] 내 집값 오른 건 돈으로 따지면 안 된다…?
  • 박주현 작가
  • 등록 2026-07-21 20: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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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힘을 빌린 사진입니다]

호가방어를 잘 하시면서 집을 잘 판매하셨다니, 꼭 이야기하고 싶던 이 부분은 꼭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공간이란 게 누구에게나 그렇듯 물리적 부피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집이란, 지난한 노동의 땀방울이 스며든 벽지이자 매년 조금씩 자라나는 아이들의 키를 문틀에 새겨 넣는 시간의 보관소다. 

 

누구나 그렇게 은행의 문턱을 넘어 빚을 지고, 불안한 삶의 터전을 간신히 마련한다. 세월이 흘러 그 낡은 콘크리트 더미에 자본의 온기가 돌아 노후의 작은 방패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 그것은 타락한 탐욕이 아니라, 혹독한 세계에서 가족을 지켜내려는 지극히 애틋하고 보편적인 생존의 방식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이 소박한 인간의 냄새는 오직 한 줌의 현금을 두둑히 보유한 일부 부자와 외국인들에게만 허락된 사치스러운 낭만이다. 

 

이재명이 분당의 아파트를 29억 원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한 편의 감성적인 소동은, 그들이 대중의 삶을 얼마나 오만하게 내려다보고 있는지 증명하는 한 편의 서글픈 희극이다.

 

중앙일보가 처음 대통령의 아파트 판매를 다룬 기사는 건조했다. 1998년 3억6000만 원에 매입한 집이 29억 원이 되어 25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담담한 팩트였다. 

 

그러자 이재명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으며 활자를 교정하기 위해 나섰다. 기사가 악의적이라며 항변을 쏟아낸 그의 입술에서는 한 편의 문학적인 대사가 흘러나왔다. 

 

IMF 시절의 시린 찬바람 속에서 처음 장만했던 집, 아이들을 키워낸 애착 인형 같은 공간. 자신은 차익을 노린 투기꾼이 아니라, 오직 부동산 정상화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평생의 추억을 내놓은 구도자라는 것이다. 

 

결국 기사의 제목은 시세 차익이라는 세속의 단어를 지워버린 채, ‘부동산 정상화 의지’라는 고결한 찬양가로 모습을 바꾸었다.

 

나는 이 지점에서 좌파 특유의 정치 공학이 뿜어내는 깊은 역겨움을 마주한다. 부의 독점보다 끔찍한 것은 ‘서사의 독점’이다. 도대체 이 땅에 시세 차익만을 목적으로 빈집을 사 모으는 이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일반적인 서민들도 이재명과 똑같이 대출서류에 도장을 찍으며 밤잠을 설치고, 그 집에서 아이들을 키워내며 눈물겨운 삶의 서사를 써 내려간다.

 

그런데 왜 평범한 이웃이 빚을 내어 집을 사면 국가 경제를 병들게 하는 투기꾼으로 전락하여 징벌적 세금의 과녁이 되고, 이재명이 25억의 차익을 실현하는 과정은 거룩한 희생과 눈물겨운 가족애로 칭송받아야 하는가. 

 

타인의 자산 증식은 척결해야 할 자본주의의 병폐로 매도하면서, 자신들의 막대한 부는 ‘추억’과 ‘낭만’이라는 이름의 무균실에 가두어 탈색시킨다. 

 

나의 이익은 한 편의 아름다운 수필이고, 너의 이익은 천박한 물욕이라는 이 지독한 독선. 대중으로부터 도덕적 우월감은 물론이거니와 평범한 삶의 서사마저 빼앗아 버리려는 그 가학성이야말로 좌파 정치의 진짜 민낯이다.

 

이 서정적인 신파극의 장막을 걷어내면, 그 뒤편에는 너무도 차갑고 영리한 자본의 셈법이 자리하고 있다. 추억 운운하며 모범을 보이겠다던 그 우아한 이별의 이면에는, 매수자에게 17억 7000만 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주는 완벽한 사적 레버리지의 세계가 숨어 있었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를 확보해야 했던 매수자의 절박함과, 29억이라는 최고점을 온전히 받아내려는 매도자의 이해관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훌륭한 거래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문법을 그 누구보다 탁월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그 서류에 도장이 마르는 동안, 거리는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었다. 평범한 3040 세대들은 길거리에 나앉지 않기 위해 수천만 원의 전·월세 대출을 구하려 꽉 막힌 은행 창구에서 고개를 숙였다. 서민들이 딛고 올라설 대출의 사다리를 그토록 무참히 불태워버린 권력자가, 정작 자신은 17.7억이라는 거대한 사적 융통의 봄날을 유유히 거닐고 있었던 것이다.

 

타인의 땀 냄새 나는 욕망은 가난의 평등 속에 가둬버리고, 자신들의 부와 추억만을 신성한 제단 위에 올려놓는 이 우아한 야만 앞에서 우리는 조용히 사유해야 한다. 

 

서민의 생존줄인 대출을 철저히 틀어막은 채, 입맛대로 활자를 고쳐 쓰며 읊조렸을 그 고결한 변명들을 우리는 언제까지 인내해야 하는가. 

 

권력이 독점한 그 위선적인 서사의 장막을 우리 스스로 찢어내지 못한다면, 평범한 당신이 집을 지키기 위해 견뎌온 그 눈물겨운 시간들은 영원히 투기라는 이름의 죄악으로 기록될 뿐이다. 

 




◆ 박주현 작가

 

작곡가, 음악감독, 칼럼니스트, 수필가. 페이스북에서 정치, 시사,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 수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에세이집 ‘폭풍의 바다를 건너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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