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3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을 문제 삼아 미국의 상위 교역국 60개 국에 10∼12.5%의 관세를 확정·발표했다. 이는 미국 전체 수입량의 99.4%에 달한다.
USTR은 이날 강제 노동 수입 금지 조치 도입을 약속한 교역국에는 10%, 약속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12.5%의 관세를 확정했다.
한국에는 일본과 함께 사실상 12.5%의 관세가 부과됐다.
USTR은 지난달 초 이같은 관세 부과 계획을 예고한 바 있지만 그리어 대표가 22일 오전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청문회에서 “특정한 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시점이 다소 불투명했었다.
애초 미국의 10% 임시 수입부가세는 24일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뒤이을 무역법 301조 관세의 발표 시점을 확정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대상국들의 반박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이날 최종적인 관세를 확정했다.
이로써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도입한 '10% 글로벌 관세'의 만료를 앞두고 이를 대체할 새 관세가 제시됐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더크슨 상원회관에서 열린 상원 재무위원회의 ‘2026년 대통령 무역정책 의제’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 상원 재무위원회 영상 캡처]
글로벌 공급망에서 강제 노동(현대판 노예제)을 근절하고, 미국의 공정하 시장 경쟁 환경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행정부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수입품에 관세가 부과되지만 ▲정보 자료, 기부 물품, 휴대 수하물 ▲무역확장법 제232조 관게(철강 및 알루미늄 등)가 이미 적용 중인 모든 제품 및 부품 ▲미국 내 공급 부족이나 경제 전반의 호란을 초래할 수 있는 일부 원자재 및 필수 제품 등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다.
앞서 USTR은 지난 3월 구조적 과잉생산 및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으로 각국이 미국의 무역에 부담을 준다며 각각의 조사를 개시했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차별적인 관행과 정책에 관세 부과 등으로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데 한국은 두 가지 조사 대상에 모두 포함됐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따라 무역법 122조에 따라 전세계 각국에 글로벌 관세 10%를 부과했으나 최장 150일만 가능해서 24일 0시가 만료 시한이었다.
위법 판결로 사라진 상호관세의 공백을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가 메우고 글로벌 관세 기한이 다 되자 무역법 301조 관세로 대체하는 구조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에서 중요한 점은 중국산 원자재나 부품을 사용하는 제품을 미국의 공급망에서 끊어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이 조치는 미국 혼자 중국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60개 교역국에 "미국 시장에 물건을 팔고 싶다면 중국처럼 강제 노동을 활용하는 공급망을 끊거나, 너희도 자체적인 중국산 수입 금지법을 만들라"고 강요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