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성향 단체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깨시연)’이 2021년 공개한 이른바 ‘형수 욕설’ 통화 전체 녹음파일 표지. [깨시연 유튜브]
서울 강동구의 한 중학교에서 이재명의 자서전과 위인전 격 도서를 ‘추천 도서’로 비치하려던 시도가 있었다. 맹목적 우상화가 빚어낸 이 기막힌 촌극의 기획자들에게 가장 먼저 묻고 싶다. 당신들의 양심에는 대체 털이 얼마나 났는가.
판단력이 여문 어른에게조차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는 인물의 일대기를, 가치관이 채 형성되지 않은 10대의 학교 도서관에 꽂아두고 무엇을 가르치려 했는가. 그들이 아이들에게 읽히려던 이재명의 궤적은 한 인간의 이력서라기보다 범죄와 편법을 총망라한 완벽한 ‘오답 노트’에 가깝다.
기초적인 가족 윤리부터 낙제점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했고, 형수에게는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패륜적 쌍욕을 퍼부었다.
스스로 반듯하게 키웠다며 자랑해 마지않던 아들은 불법 도박과 성매매 업소 출입 의혹으로 얼룩졌건만, 치명적인 논란이 터지자 “다 큰 성년 아들은 남”이라며 매몰차게 선을 그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핏줄조차 짐짝처럼 버리는 이중성과 비정함은 서글픈 희극을 보는 듯 기괴하기 짝이 없다.
공직자로서의 책임감은 더욱 처참하다. 평소 길거리 보도블록 하나까지 챙겼다며 유능한 행정가 행세를 하더니, 수천억 원의 이권이 걸린 사업 문서의 ‘최종 결재자’임에도 문제가 터지자 “몰랐다”며 안면을 몰수한다.
충성을 바친 실무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려도 철저히 부하의 일탈로 떠넘기며 제물로 바치는 서늘함은 사이코패스를 연상케 한다.
경제 관념과 준법 정신은 범죄의 영역을 넘나든다. 대선 시절 “친구 권유로 산 주식이 알고 보니 작전주였는데, 내가 고점에서 팔고 나니 폭락하더라”며 범죄적 행위를 무용담 삼아 낄낄거렸다.
공무원을 사노비처럼 부려 속옷 빨래까지 시켰다는 증언과 대리 처방 약물 논란, 타인의 생명을 위협한 음주운전과 검사 사칭 등 전과 4범의 족적까지. 그들은 정녕 아이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짐승의 셈법을 ‘유능함’으로 포장해 가르치고 싶었던 것일까.
이 오답 노트가 진정 공포스러운 이유는 과거의 과오에 머물지 않고, 국가 경제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는 형태로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사실이다.
문제가 된 책(오른쪽)과 이재명의 어릴 적 사진.
최근 부동산 시장에 독버섯처럼 번지는 ‘셀러 대출’이 바로 그 진화된 해악의 결정체다. 매도인이 집값을 다 받기 전 소유권을 넘겨주고 남은 잔금에 근저당을 잡는 이 기형적 꼼수는, 국가가 가계부채 폭발을 막고자 쳐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비웃으며 무력화한다.
집값이 하락하거나 매수자가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선순위 은행 대출과 후순위 매도인의 근저당이 엉켜 낙찰금으로도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연쇄 부실이 터진다. 개인 간 거래를 넘어 금융권과 시장 질서 전체를 교란하는 거대한 폭탄 돌리기다.
전문가조차 경악하는 이 위험천만한 도박을 자본 시장의 힙한 트렌드로 격상시킨 장본인이 누구인가. 다름 아닌 자신의 분당 아파트를 팔며 17억 원의 근저당을 융통해 25억의 차익을 빨아먹은 이재명 본인이다.
빚내서 집 사지 말라며 서민을 계몽하던 자가, 뒤로는 가장 고도화된 사적 레버리지로 국가의 부동산 규제를 조롱하며 영리한 꼼수의 튜토리얼을 시장에 배포했다.
지도자의 탈을 쓴 채 탐욕의 지침서를 살포하는 자의 일대기가 교내 추천 도서로 둔갑하려던 이 타락한 공화국에서 우리는 묵직하게 사유해야 한다.
편법이 능력이 되고 후안무치가 모범으로 전시되는 폐허 위에서,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정직한 땀방울의 가치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도덕의 나침반이 산산조각 난 채 꼼수만 진화하는 국가의 미래는 결코 온전치 못하다.

◆ 박주현 작가
작곡가, 음악감독, 칼럼니스트, 수필가. 페이스북에서 정치, 시사,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 수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에세이집 ‘폭풍의 바다를 건너다’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