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정책을 촉구하는 환경단체 그린피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후정책 축소를 비판했던 유럽 지역 국가들이 에너지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반발에 부딪혀 기후 정책 목표를 속속 낮추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과 영국 등 유럽 지역 정부들과 유럽의 에너지 기업들이 기존의 기후 정책을 완화하거나 재생에너지 개발 목표를 낮추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기요금을 내면서 경제 성장이 정체됐다는 불만이 커지자 재생에너지 보조금 조성을 위한 세금과 수수료를 인하했다.
독일 의회도 가정 난방을 위해 비싼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던 조항을 철회하고 석유와 가스 난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탐사용 시추를 금지했던 영국은 북해에서 새로운 석유 생산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유럽연합(EU)은 온실가스 배출에 가격을 붙여 감축을 유도하는 탄소 가격제를 완화하고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더 오랫동안 휘발유 차량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때 재생에너지 목표를 제시하며 홍보했던 유럽 에너지 기업들도 기존 방침을 전환하고 있다.
영국 에너지 기업 셸과 BP는 재생에너지 관련 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하거나 그 목표를 낮췄다. 셸은 네덜란드에 바이오연료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고, BP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프로젝트 투자비를 연간 70% 이상 삭감했다.
노르웨이 국영 석유·가스회사 에퀴노르도 2030년까지 10∼12 GW(기가와트)의 재생에너지 창출 목표를 포기했다.
유럽 지역의 이런 정책 기조 전환은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에너지 가격이 높아져 유럽 현지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경제 성장이 정체됐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높은 에너지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현지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것도 정책 변환의 원인으로 꼽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급감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 것도 유럽 국가들의 기후정책 전환에 일조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자국의 급격한 기후정책 전환을 정당화하기 위해 녹색정책이 엉망이 된 사례로 유럽연합을 지목해왔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올해 초 유럽이 '기후 숭배'로 스스로를 약화했고, 일자리를 아시아에 빼앗겨 유럽인들의 경제적 기회를 줄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비판과 논란에도 기후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기존의 일부 정책 목표가 비현실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기온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기후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학자들도 기후 변화가 유럽의 숲을 잿더미로 만드는 산불과 가뭄 등 극심한 기상현상을 악화시킨다고 경고했다.
BP 최고경영자를 지낸 존 브라운은 "대기 중의 탄소를 없애기 위한 탈탄소 에너지 믹스(소비 에너지원 구성비) 정책이 가속화되지 않고 있다"며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