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박주현 작가칼럼] 서민의 삶과는 무관하다는 거짓말
  • 박주현 작가
  • 등록 2026-08-25 18:44:37
기사수정
  • 권력형 비리 수사는 단 1%. 나머지 99%는 민생 사건
  • 구조를 외치며 죽어가는 힘 없는 서민을 보라

제주 장미란씨 실종 사건 등으로 경찰의 수사 역량에 대한 국민 불안이 증폭된 가운데 민주당이 경찰개혁추진단 단장으로 김남희 의원을 임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우선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은 일선 경찰의 무능을 탓하며 비겁하게 꼬리를 자르기 전에,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피눈물로 사죄부터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다. 

그들은 사법을 망치는 세 번의 입법을 통과하며 일반 서민의 삶과는 무관한 법이라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쳤고,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위대한 개혁이라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돌려주겠다던 권력은 이재명과 민주당만 누리고, 그 말뿐인 개혁이 결국 국민에게 돌려준 것은, 억울하게 골든타임을 빼앗기고 차갑게 식어버린 서민들의 싸늘한 사체뿐이다.

매년 대한민국 국가 사법기관이 처리하는 200만 건에 달하는 형사 사건 중, 이른바 정치인이나 권력형 비리 수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99%는 사기, 폭력, 성범죄, 살인 등 평범한 서민들의 피눈물이 얽힌 지극히 일상적인 민생 사건들이다. 이것은 대검찰청의 통계가 증명해 온 차갑고도 명백한 팩트다.

그러나 그 1% 특권층의 방탄벽을 쌓기 위해, 99%의 서민들을 지켜주던 촘촘한 사법 방어망을 통째로 불태워버렸다. 

제주도 수풀에서 연달아 발견된 시신들과 불송치 통보서에 절망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스무 살 청년. 이 끔찍한 비극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재앙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이 억울한 죽음의 릴레이를 멈출 수 있었던 세 번의 명백한 기회가 있었다. 수많은 법률가와 전문가들이 피를 토하며 멈추라고 경고했던 세 번의 골든타임. 

그러나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은 오직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방탄을 위해,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는 기만적인 언어로 그 기회들을 철저히 짓밟았다.

우리가 놓쳐버린 첫 번째 기회는 2020년 1월이었다. 수사권 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일선 경찰에게 사건을 덮어버릴 수 있는 불송치 결정권을 쥐여줄 때다. 

법조계는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힘없는 서민의 억울함을 뭉갤 수 있다고 수없이 우려했다. 그러나 집권 세력은 이 합리적 경고를 낡은 기득권의 저항이라 악마화하며 “국민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역사적 개혁”이라 자화자찬했다.

비극을 되돌릴 두 번째 기회는 2022년 봄, 그 악명 높은 검수완박 사태 때 찾아왔다. 사법 통제망이 완전히 해체되면 사회적 약자들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각계의 절규가 쏟아졌을 때, 민주당 수뇌부가 내놓은 핑계는 소름 끼치도록 오만하고 얄팍했다. 

그들은 대중을 향해 이 법안은 정치인이나 재벌 같은 특권층을 향한 것이지, 일반 서민들의 삶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앵무새처럼 읊어댔다. 

서민의 삶과 무관하다는 그 악마적인 거짓말과, 약자의 생명줄을 끊어놓고 기분 좋다며 낄낄댄 그들의 호언장담은 과연 어떻게 되었는가. 

경찰의 새빨간 거짓 종결에 골든타임을 잃고 백골로 부패해 간 실종자들, 가해자의 변명 한마디에 쫓겨나 스스로 이의신청서를 쓰고 투신해야 했던 청년. 이들이 특권층인가. 검수완박의 사각지대에서 억울하게 도살당한 희생자들은 철저하게 빽 없고 돈 없는 99퍼센트의 일반 서민들뿐이었다.

그리고 이 생지옥의 문을 영구히 닫아버린 세 번째 기회는 작금의 2026년,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폐지해 버린 입법 폭주다. 앞선 두 번의 끔찍한 실험으로 이미 현실의 지옥이 열렸건만, 이 체제의 최고 권력자 이재명은 무엇이라 답했는가. 

국민의 목숨이 걸린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사필귀정이라며 공포해 놓고, 바로 다음 날 공식 석상에서 제가 개정된 법을 안 읽어봐서 그런데라며 뻔뻔하게 실실 웃어댔다. 수십 년간 다듬어 온 국가의 사법 신경망을 박살 내면서 정작 그 법안의 조문조차 읽어보지 않았다는 이 역대급 직무유기.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 포장하고, 서민과는 무관한 법이라 기만하며, 정작 자신은 법을 읽지도 않았다며 조롱하는 자들. 당신들이 죽은 노무현의 입까지 빌어 “야~ 기분 좋다”며 망가뜨린 제도의 구멍 속에서 지금 힘없는 서민들이 구조를 외치며 죽어가고 있다.

이제는 또 경찰을 개혁하란다. 이제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의 입에서 개혁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올 때마다 뼛속 깊은 공포를 느낀다. 이들에게 개혁은 수십 년간 멀쩡하게 굴러가던 국가의 뼈대를 다 찍어 넘겨놓는 것이니까. 좌파의 개혁이란 반드시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 걸 아직도 못 깨달았는가?


◆ 박주현 작가

작곡가, 음악감독, 칼럼니스트, 수필가. 페이스북에서 정치, 시사,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 수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에세이집 ‘폭풍의 바다를 건너다’를 펴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슬퍼요
0
화나요
0
정기구독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