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정권이 한국 ‘미루시스템즈(Miru Systems)’ 선거 장비를 이용해 차기 대선에서 부정선거를 획책할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케냐 현지 언론들이 대서특필했다. [방송 영상 GIF]
2027년 차기 대선을 앞둔 케냐가 거대한 정치적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그 파문의 중심에 한국의 선거장비 기업 ‘미루시스템즈(Miru Systems)’가 자리하고 있다.
리가티 가차구아(Rigathi Gachagua) 전 케냐 부통령은 미국 방문길에 오르기 직전인 26일(동아프리카 현지시간) 수도 나이로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권이 (한국) 미루시스템즈를 통해 부정선거를 기획하고 있다”고 폭탄선언을 내놓아 케냐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부통령이었던 그는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현 대통령과의 권력 암투 끝에 2인자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5월 DCP당(Democracy for the Citizens Party·시민을위한민주당)을 창당해 야당 당수를 맡고 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입찰 절차와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고 도장 찍는 요식 행위(rubber stamping)만 남아 있을 뿐”이라며 “5500만 케냐 국민과 다른 입찰 경쟁자들을 기만하는 허울뿐인 언론 플레이에 불과하다”고 폭로했다고 케냐 현지 언론들이 대서특필했다.
로열 미디어(Royal Media) 온라인판 보도에 따르면 가차구아 전 부통령은 케냐 선거관리위원회(IEBC)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루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입찰 공작을 주도하고 있으며, 선관위가 사업권을 사실상 미루시스템즈에 넘겨주기 위한 ‘맞춤형 특혜’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차구아 전 부통령의 폭로를 다룬 26일(현지시간)자 로열 미디어(Royal Media) 온라인판 보도. 이어 “이번 입찰의 필수 기술 사양이 특정 장비의 성능이나 공정한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한국 미루시스템즈라는 특정 업체와 기술 사양에 맞춰 기획됐다”고 강력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케냐 선관위 위원들이 조달 책임자를 해고하고 후임자를 앉혔으며 선관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입찰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선불로 수수료(commissions in advance)를 받았다(have “been paid commissions in advance” to ensure the tender outcome)”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케냐 내무부 차관(Principal Secretary)과 이민부 차관(PS)이 케냐의 통합 유권자 등록 데이터베이스 접근권을 넘겨받기 위해 미루시스템즈 관계자들과 비공개 만남을 가져왔다(have held meetings with Miru officials to provide access to Kenya’s voter registration database for “integration purposes.”)”고 구체적인 정황을 폭로하기도 했다.
가차구아 전 부통령 겸 DCP당 대표는 선관위원장이 2억 실링(한화 약 21억 원)짜리 주택에 살고 있다며 청렴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선관위원장은 5500만 국민을 택할지, 이 나라를 불태울지(burn this country)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선관위원장을 루토 대통령의 ‘하수인(appendage)’으로 규정했다.
8월 현재 케냐의 1인당 국민소득은 한화로 약 330만 원이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약 5300만 원)과 비교하면 케냐 선관위원장이 사는 2억 실링짜리 집은 한화로 337억3000만 원짜리 대저택이다.
유튜브 구독자 317만 명을 보유한 케냐의 유력 방송 NTV가 미루시스템즈를 둘러싼 케냐 정권의 부정선거 공작 의혹을 중계하고 있다. [방송 영상 GIF] 유튜브 구독자 317만 명의 유력 방송 NTV 케냐(NTV Kenya)도 이날 회견을 중계했다. 가차구아 전 부통령은 “선관위가 입찰 기술 사양을 미루시스템즈에 맞춰 특혜 제작한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조달 절차가 헌법 제227조 및 공공조달 및 자산처분법 제60조와 제61조의 규정에 부합하는지 국민에게 낱낱이 해명해야 한다”며 입찰 번호 ‘IEBC/OIT/01/2026-2027’의 기술 사양 지정 과정을 비롯해 이에 관여한 모든 정부 회의록과 기술 자료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가차구아 전 부통령은 “야당 세가 강한 나이로비와 라무·타베타, 웨스턴 케냐 지역 등의 유권자 데이터를 종전 ‘스마트매틱 키트(Smartmatic KIEMS kits)’에서 ‘미루시스템즈’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선관위가 유권자 명부를 조작하는 진짜 나쁜 짓을 일삼고 있다”며 “(2027년 대선에서) 부정선거와 참정권 침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루토 정권이 장악한 의회는 선거 기술 공급업체가 중앙선관위에 지적재산권과 시스템 소유권을 의무적으로 양도하도록 하는 ‘2024년 선거법 개정안’의 통과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으며, 최근 선거 인쇄 업체의 소유권이 바뀐 것도 차기 대선을 겨냥한 부정선거 공작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세계를 무대로 끊임없이 반복돼 온 미루시스템즈 ‘부정 의혹’
가차구아 전 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미루시스템즈가 부정선거 관련 잡음에 끊임없이 연루된 기록들을 회견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 콩고 시민단체 회원 약 20명은 지난 2019년 4월 인천 송도에 자리한 A-WEB(세계선거기관협의회) 본사에서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안으로 설립된 A-WEB이 민주 콩고 대선에 사용된 '전자 투개표 시스템'을 한국 미루시스템즈가 전량 독점 공급하게 도와줌으로써 2018년 치러진 콩고 대선을 부정선거로 얼룩지게 한 책임이 있다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인천일보 유튜브 영상 캡처]
그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에선 미루시스템즈 장비가 최대 45% 오작동을 일으켜 약 1700만 명의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지적됐고, 미국 재무부는 민주적 절차 훼손을 이유로 콩고 선관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필리핀에서는 2024년 실시된 모의선거에서 미루시스템즈 장비를 둘러싼 의혹과 정치적 흑막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라크에서도 2024년 10월 쿠르디스탄 자치주(州) 선거에서 전체 투표소의 70~75%에 달하는 투표 기계가 오작동해 결과 전송에 실패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신문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케냐 중앙선관위는 신규 통합선거관리시스템(IEMS) 입찰 문서에 계약 이행 보증금 비율을 법적 상한선(10%)의 두 배인 20%로 잘못 기입한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한국 업체에 대한 특혜는 없었다며 미루시스템즈 관련 의혹은 부인했다. 미루시스템즈도 입찰 절차가 합법적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루시스템즈의 부정 연루 의혹은 국내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비화되며 한국의 국가적 위신 손상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선관위서버까국민운동본부(대표 장재언 박사)가 지난 3월26일과 27일 양일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자리한 선거 관리 솔루션 기업 ‘미루시스템즈’ 본사 앞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미일보 선관위서버까국민운동본부(서버까·대표 장재언 박사)는 지난 3월26일과 27일 양일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자리한 ‘미루시스템즈’ 본사 앞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개최하고 시스템의 투명한 공개와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서버까운동본부는 또 미루시스템즈를 “전 세계 공산 독재 정권 창출의 도구이자 부정선거용 전자개표 시스템 기업”으로 규정하고 현재 사용되는 전자개표 시스템의 신뢰성에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운동본부는 6·3 부정선거 사태와 올림픽공원 항쟁을 계기로 부정선거투쟁국민연합(부투연)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태한 선관위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지하철 2·3호선 교대역 6·7번 출구 인근에서 미루시스템즈의 부정 의혹을 비롯해 한 점 의혹 없는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계획 중이다.
지난 3월 인천 송도에서 부정선거 수출의 근거지로 지목된 A-WEB 항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서버까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 △민경욱 전 국회의원 △전한길 ‘전한길뉴스’ 대표 △주옥순 대표 △김병준·남광규 교수 △천창룡 신참정권사수연대 대표 △구국대구투쟁본부 등이 총동원돼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