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분석] 이재명 재판 멈추면 무사할까…퇴임 9개월 앞둔 조희대의 선택
  • 김영 기자
  • 등록 2026-08-27 10:57:43
기사수정
  • 李 선거법 파기환송심 1년 넘게 중단…서울고검은 기일지정 신청도 없어
  • 김혜경 선거법도 대법원서 1년째…노경필 11개월 주심 뒤 행정처장 이동
  • 재판 멈췄지만 여권은 사퇴·탄핵 압박…퇴임해도 사법행정 책임론은 남는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정년퇴임은 2027년 6월5일로, 약 9개월 남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과 김혜경 여사의 선거법 상고심이 결론 없이 계류되면서 조희대 사법부의 재판 지연 및 사법행정 책임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6.8.21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은 1년 넘게 멈춰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항소심의 무죄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돌려보낸 사건이지만 서울고법은 첫 공판조차 열지 않았다.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식사 제공’ 공직선거법 사건도 대법원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1·2심이 모두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지만 상고심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당시 주심이던 노경필 대법관은 사건을 약 11개월간 담당한 뒤 법원행정처장으로 이동했다.

대통령 부부의 선거법 사건이 서로 다른 절차와 이유로 동시에 결론 없이 남은 것이다.

재판을 멈추면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부는 정치적 충돌을 피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결과는 정반대다.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은 모두 중단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보호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하고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2027년 6월5일 정년퇴임한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약 9개월이다. 조희대 사법부 아래서 대통령 부부의 선거법 사건이 모두 미제로 남은 채 임기가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죄 취지로 돌려보내고 첫 공판도 못 열어

이 대통령은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는 취지로 말하고,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이 국토교통부의 압박 때문이었다고 발언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은 2024년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2025년 3월 전부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같은 해 5월1일 이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는 첫 공판을 2025년 5월15일로 정했다가 대통령선거 이후인 6월18일로 연기했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재판부는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기일을 다시 ‘추후 지정’했다. 이후 공판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헌법 제84조에는 대통령 취임 전에 기소된 사건의 재판을 중단하라는 명문 규정이 없다. ‘형사상 소추’에 이미 제기된 공소의 유지와 재판 진행까지 포함되는지를 놓고도 견해가 엇갈린다.

서울고법의 기일 추후 지정은 판결이나 항고 대상이 되는 결정이라기보다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가깝다. 이 때문에 재판 중단의 법리는 상급심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임기 중 재판을 반드시 재개해야 한다는 결론도 없지만 재개가 법률상 금지됐다는 확정적 판단도 없다.

재판부 바뀌었지만 중단 결정은 그대로

2025년 6월 재판 중단 당시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재권 재판장과 송미경·박주영 고법판사로 구성됐다. 당시 주심은 송미경 판사였다.

2026년 정기인사 이후 형사7부는 구회근 재판장과 김은구·박주영 판사로 바뀌었다. 종전 조치에 참여했던 법관 가운데 현재 형사7부에 남아 있는 사람은 박주영 판사뿐이다. 현재 이 대통령 사건의 주심은 공개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재판부 구성이 달라졌다고 종전 조치가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 재판부는 직권으로 공판기일을 지정하고 헌법 제84조의 적용 범위를 다시 판단할 수 있다. 재판부 교체 이후 종전 중단 조치를 재검토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법원은 장기미제 사건을 별도로 관리하고, 필요하면 전담재판부를 구성하거나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하기도 한다. 장기 계류만으로 자동 재배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배당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일반 장기미제 사건은 별도 관리하면서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통령 선거법 사건은 왜 종전 재판부의 ‘추후 지정’ 아래 계속 묶어두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서울고검, 기일지정 신청도 안 했다

서울고검 공판부는 현 재판부에 공판기일을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나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이는 현직 대통령을 새로 기소하는 행위가 아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기존 사건의 공판을 계속해 달라고 요구하는 공소유지 행위다.

검찰의 신청이 있다고 재판이 자동으로 재개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267조에 따라 공판기일을 정할 권한은 재판장에게 있다. 검찰은 헌법 제84조의 적용 범위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 공직선거법의 신속재판 원칙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기일지정 신청은 중요하다. 검찰이 신청하면 서울고법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이 이미 제기된 공소의 유지와 재판 진행까지 금지하는지 공식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재판을 재개하든 중단을 유지하든 법률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일보 취재 결과 서울고검은 2026년 8월 현재까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기일지정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 인사로 담당자가 바뀌어도 국가의 공소유지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고검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에 대해 왜 기일지정을 요청하지 않았는지, 누가 어떤 법률 검토를 거쳐 신청하지 않기로 판단했는지 답해야 한다.

김혜경 사건에는 헌법 84조도 없다

이 대통령 사건만 멈춘 것이 아니다. 김혜경 여사의 공직선거법 사건도 대법원에서 장기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이 20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뒤인 2021년 8월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과 수행원 등 6명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2024년 11월 김 여사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수원고법도 2025년 5월 김 여사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사건은 2025년 5월28일 대법원에 접수됐고 같은 해 8월4일 대법원 3부에 배당됐다. 사건번호는 2025도8052다. 주심은 노경필 대법관이 맡았다.

대법원은 2026년 8월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선고기일 지정이나 전원합의체 회부도 없었다. 다만 비공개로 진행되는 상고심 법리 검토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김 여사는 대통령이 아니므로 헌법 제84조를 적용할 여지가 없다. 상고심은 원칙적으로 법률심이어서 새로운 증거조사를 위한 공판이나 피고인의 법정 출석도 통상 요구되지 않는다.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범 재판을 다른 재판보다 우선해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규정한다. 이른바 6·3·3 원칙에 따르면 1심은 공소제기 후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전심 판결 후 3개월 안에 마치도록 돼 있다.

이 기간을 넘겼다고 판결이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속한 확정판결이 선거법 재판의 핵심인데도 대법원이 1년 넘게 사건을 처리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는다면 제270조는 사실상 공문구가 된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노 처장은 법원행정처장 취임 전 약 11개월 동안 김혜경 여사의 공직선거법 상고심 주심을 맡았지만 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11개월 미선고 뒤 행정처장으로 간 노경필

노경필 대법관은 김 여사 사건을 배당받은 2025년 8월4일부터 법원행정처장으로 취임한 2026년 7월14일까지 약 11개월 동안 주심을 맡았다. 그러나 이 기간 선고기일은 지정되지 않았다.

노 처장의 취임이 1년 지연의 원인은 아니다. 사건은 그가 처장으로 이동하기 전부터 이미 상고심 3개월 처리 원칙을 크게 넘긴 상태였다. 처장 취임은 기존 지연에 새로운 심리 공백을 더한 후속 사정이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 신분을 유지하지만 재판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노 처장이 재판 업무에서 빠지면서 김 여사 사건은 후임 대법관 인선과 재판부 정비가 이뤄질 때까지 사실상 심리를 계속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대법관 공백이 현재 심리 중단의 직접적인 사유라는 설명은 가능하다. 그러나 1년 전체의 지연을 대법관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노 대법관이 주심으로 있던 기간 중 대법관 공백이 본격화하기 전에도 사건은 상당 기간 처리되지 않았다.

노 처장은 이제 장기미제 관리와 신속재판 체계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이다. 자신이 주심으로 장기간 선고하지 못한 사건의 처리 경과와 향후 대책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다.

조 대법원장도 답해야 한다. 장기 계류 중인 사건의 주심을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하면서 미제 사건 현황을 보고받았는지, 사건 재배당이나 재판부 조정을 검토했는지, 후임 대법관 임명 전까지 처리할 방안을 마련했는지 밝혀야 한다.

재판 멈춰도 조희대 압박은 멈추지 않았다

이 대통령 재판을 중단하면 사법부와 여권의 충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면 결과는 정반대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을 대통령 임명권에 대한 침해로 규정하고 사퇴를 요구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전국에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는 현수막을 게시하도록 지시했다. 당 일각에서는 탄핵도 검토 대상으로 거론한다.

실제 탄핵 추진에는 명확한 법적 사유와 정치적 역풍이라는 부담이 있다. 조 대법원장의 퇴임이 9개월밖에 남지 않아 탄핵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계산도 작용한다.

그렇다고 조 대법원장이 정치적으로 안전해진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은 모두 중단됐지만 조희대 사법부에 대한 여권의 압박은 오히려 강해졌다. 반대쪽에서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을 사법부 스스로 묶어뒀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재판 중단에도 여권의 공격은 계속되고, 야권에는 재판 회피를 방치한다는 공격 명분을 준 것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9년 1월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법원은 이튿날 오전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양 전 대법원장은 전직 대법원장 최초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사진=연합뉴스] 퇴임이 면책은 아니다…양승태가 남긴 선례

조 대법원장이 내년 6월 퇴임하면 탄핵과 법관징계의 위험에서는 사실상 벗어난다. 헌법재판소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에서 이미 퇴직해 파면할 수 없다며 심판청구를 각하한 바 있다.

그러나 퇴임이 재임 중 행위에 대한 형사상 면책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퇴임 뒤 법원행정처를 통한 재판 개입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고 전직 대법원장 최초로 구속기소됐다.

개별 혐의의 유무죄와 별개로 전직 대법원장도 재임 중 행위에 대해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조 대법원장과 양 전 대법원장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현재까지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 중단이나 김 여사 상고심 지연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논란이 된 판결이나 재판 지연만으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다만 향후 이 대통령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와 심리 일정,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중단, 김 여사 사건의 장기 계류와 노경필 처장 인선 과정에서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의 부당한 개입을 보여주는 자료가 발견된다면 법적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새 대법원장이 취임하고 법원행정처 지휘부가 교체되면 사건 배당과 전원합의체 회부, 미제 사건 관리에 관한 내부 기록이 다시 검토될 수도 있다. 조 대법원장이 개별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이를 뒷받침할 절차와 기록을 남기는 것이 자신과 사법부를 지키는 길이다.

판단 피한다고 정치가 비켜가지는 않는다

서울고검은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의 기일지정을 신청하고 서울고법은 재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김혜경 여사의 선거법 상고심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당장 처리하기 어렵다면 사건의 현재 귀속과 지연 사유, 후속 심리 계획을 밝혀야 한다.

조 대법원장이 개별 재판의 결론이나 기일을 지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법부 수장으로서 장기미제 관리와 대법관 공백 해소, 공정한 사건배당 체계를 마련할 책임은 있다.

9개월을 버티면 탄핵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례가 보여주듯 퇴임이 모든 책임을 지워주는 방패는 아니다. 재임 중 사법행정권을 남용하거나 개별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증거가 드러난다면 전직 대법원장도 법적 책임을 추궁받을 수 있다.

이 대통령 사건에는 헌법 제84조 논쟁이라도 있다. 김 여사 사건에는 그것조차 없다. 조희대 사법부 아래서 대통령 부부의 선거법 사건이 모두 결론 없이 남은 채 임기가 끝난다면, 그것은 정치적 충돌을 피한 퇴장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판단을 다음 대법원장에게 넘긴 퇴장으로 기록될 수 있다.

퇴임은 직책을 내려놓는 날이다. 재임 중 선택에 대한 질문까지 사라지는 날은 아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슬퍼요
0
화나요
0

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8-27 18:03:32

    헌법 제68조 제2항은 판결로 대통령 당선자의 자격이 상실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재명에 대한 재판은 중단•정지되지 않고 헌법에 따라 속행되어야 한다. 헌법 제84조에서 대통령 재임 중 내란•외환 등 국가기강을 뒤흔드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아니면 형사소추를 못하게 하여 대통령직을 마음껏 수행할 수 있게 한 취지는 헌법 제68조 제2항에서 대통령 당선 전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 피선거권 자체를 제한하여 자격 미달의 범죄자가 대통령직을 수행하여 나라를 어지럽히는 걸 막고자 한 취지와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양립 가능. 즉 지금 문제가 된 이재명 재판에 적용될 헌법 조항은 대통령 재임 중에 저지른 범죄에 관한 제84조가 아니라 대통령 당선 전에 저지른 범죄에 관한 제68조 제2항이므로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이재명이 대통령 당선 전에 저지른 범죄에 대한 모든 재판은 즉시 속행되어야 한다.

정기구독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