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가 열린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 앞에서 해군사관학교 폐교에 반대하는 진해시민 등 국군사관학교 창설 및 육·해·공군 사관학교 폐교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제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찬성론자들의 처참한 몰골을 보여주었다.
경청하겠다던 안규백 장관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사관학교 통합을 이미 정해놓고 일방적 통보만 강요하는 요식행위의 민낯을 드러냈다. 지면의 한계로 4시간 이상 진행된 찬반 양론의 주장을 모두 언급할 수 없기에 가장 인상적인 장면만 발췌해서 언급한다.
1. 정답 정해 두고 기존 주장 반복한 국군사관학교 창설의 궤변
8월5일 국무회의에서 ‘육사는 3번의 쿠데타 주역, 책임 추궁 차원의 사관학교 통합’ 발언 이후 진행하는 공청회인데도, 국방부 김홍철 정책실장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국군사관학교 창설 명분에서 ‘쿠데타 방지’ 명분은 제외하고 △학령인구 절벽과 지원 자율 하락이라는 구조적 위기 극복 △미래 다영역 작전(MDO)과 AI 기반 첨단전에 부합하는 전영역 합동성 장교 양성 △중복 예산 절감과 대전 자운대 및 대덕특구를 잇는 인프라 집적화 △군 조직 운영의 효율성과 글로벌 수준의 교육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방 공공성을 극대화라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명분을 반복했다.
김홍철 정책실장은 사관학교 통합 명분으로 현재의 사관학교 교육의 낙후성과 미래전을 앞세웠지만, 방청석에서 “사관학교 통합은 미래전은 고사하고 현대전에도 역행하는 안보 파괴일 뿐이다”라고 성토하자 “욕하시려면 끝나고 하십쇼”라며 낯을 붉히던 그의 초라한 모습은 줏대 없는 군사 지식과 권력의 시녀가 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3인의 찬성론자들은 거센 진실의 파도 앞에 한없이 무력했고, 스스로 바보가 되기를 자처하며 옹색한 빈껍데기만 드러냈다. 거짓의 소굴은 정론 앞에 무릎 꿇은 형상을 보였다. 사관학교 현장 분석도 없이 학자의 양심과 중립을 내팽개친 채 정권의 정책 바람에 올라탄 교수의 추태 역시 ‘폴리페서’라는 부끄러운 낙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2. 안보 정책에 대한 소신 발언은 정치적 중립 위반 아냐
통합을 주장하는 이들은 생도 때부터 함께 생활하면 합동성 형성이 빠르다고 주장을 하는데, 그들의 통합의 본질은 진정한 ‘합동성’이 아니라 위험천만한 ‘끼리끼리 동질성’이다. 사관생도 시절부터 전문성과 군별 정통성을 배제하고 단일 목적과 단일 정신으로 동질화한다면, 견제받지 않는 동질 집단에서 치명적인 문민통제 리스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태국은 사관학교 통합 이후로 8회의 쿠데타가 있었다. 특정 집단의 동질성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도 과거 통합군 체제를 추진하다가 갑자기 멈춘 사례를 상기할 것을 제안한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그동안 사관학교 통합 화두가 1년 이상 진행되었지만, 정작 군을 대표하는 안보 지도부와 고급 장성단은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비겁한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군인의 안보 정책에 대한 견해 제시는 정치적 중립 위반이 아닌데도, 소신 발언은커녕 논리도 안 맞는 통합 찬성 발언으로 빈축을 산 반면, 미래의 주역인 사관생도들은 공청회 자리에서 당당히 국방부 정책에 대한 부당성을 질의하고 소신을 밝히며 현장을 압도했다.
3. 통수권자의 오판과 경직된 군사적 의사결정의 위험성
통수권자의 잘못된 판단과 선입관 그리고 이를 바로 잡지 못하는 참모 조직의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는 전시 상황이라면 군을 몰살로 이끌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 해군성 장관은 지형과 적(敵)의 전력을 저평가한 채 다르다넬스 해협 점령을 강행했으며, 지휘부의 오판 속에 상륙한 연합군은 참호전에 갇혀 25만 명에 달하는 막대한 사상자를 내고 갈리폴리 전역에서 참패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네빌 체임벌린’ 총리 역시 히틀러의 침공 야욕을 오판하고 적을 경시하는 유화책을 고수하느라, 노르웨이 전역에서 영국군 지휘부는 신속한 대응에 실패하고 전략적 혼선을 거듭했다. 결국 군이 일방적인 피해를 입고 철수하는 궤멸적 참사를 겪은 끝에 총리직에서 사임했다.
아돌프 히틀러의 독단적인 군사 개입에 맹종하며 전략적 오류를 간언(諫言)하지 못한 독일 국방군 참모부의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는 결국 스탈린그라드 전투 등 수많은 전장에서 군을 괴멸적인 패망으로 내몰았다.
통수권자의 오판은 망국에 이르게 하는데도 지금 대한민국은 강압적 정치 논리가 군사적 전문성을 압도하는 위험한 우를 범하고 있다. 최고 통수권자의 잘못된 고집과 선입관을 바르게 교정해야 할 군 수뇌부가 오히려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앵무새 노릇을 한다면, 그 대가는 국가 안보의 치명적인 파국과 전군(全軍)의 공멸뿐이다.
말의 성찬으로 포장된 통합의 허세 잔치는 끝났다. 무리한 정치적 강압은 진실과 다수의 건전한 판단을 이기지 못한다. 이번 공청회에서 안 장관은 숨어버렸고 통합 궤변은 바닥을 드러냈다. 이제 누군가의 용기 있는 직언으로 여기서 멈추는 용단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스럽게 군의 정체성을 흔들고 적(敵)만 이롭게 하는 현 사관학교 폐지와 국군사관학교 통합을 계속한다면, 히틀러식의 맹종이 빚어낸 역사적 패망을 반복 연출할 것이다. 성난 국민과 예비역들의 매서운 심판이 안보 파괴 세력의 종말을 향해 직격할 것이다. 여기서 제발 아집과 고집을 멈추길 바란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