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 육사 40기 바닷가에서 바람을 느끼면 그 바람이 먼바다에서 오는지? 산맥을 넘어 오는지를 살펴야 하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기지 소유권' 요구는 단순한 방위비 압박 카드로서 동맹 관계를 비용과 자산이라는 비즈니스적 관점인지? 중공의 용산부지 매입에 따른 미국의 전략적 대응인지? 우리는 이 파격적인 제안에 분노하고 두려워할 게 아니라, 그 근원을 분석부터 해야 한다.
언제든 발을 뺄 수 있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던 트럼프가 스스로 떠나기 힘든 '소유물'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캠프 험프리스의 엄청난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고 주한미군 주둔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우리는 달라진 입장을 읽고 미군을 한반도에 더 강력하게 묶어두는 새로운 '인계철선(tripwire)'으로 활용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1. 트럼프를 자극한 중국의 용산 부지 매입
트럼프의 요구를 이해하려면, 2018년 문재인 정권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대통령실과 불과 1.5km 떨어진 서울의 심장부, 이태원 핵심 부지 약 1,256평을 매입했다. 우리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중국 땅을 소유할 수 없음에도, 문재인 정권은 안보 요충지를 중공에게 팔아 넘긴 매국노 짓을 했다.
미국이 중공의 이태원 핵심 부지 매입을 단순한 부동산 거래로 봤을 리 없다. '한중 패권 경쟁'의 관점에서 이는 미국의 턱밑에 비수를 꽂으려는 '조용한 안보 위협'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미국으로 하여금 미군 기지의 영속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했을 것이다.
당시 중국은 '대사관 공무용지'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해당부지가 주한미군 기지와 미 대사관 이전 예정지와도 인접한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에서 중공의 한반도 영토 지배라는 집요한 욕망에서 매입했을 것이다. 중국의 용산 부지 매입과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는 외국 정부의 전략적 요충지 부동산 매입을 제한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2. 미군기지 '임대'는 나쁜 거래, '소유'가 진짜 동맹이라는 트럼프의 셈법
존 볼턴과 마크 에스퍼 전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회고록은 트럼프의 생각을 명확히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The Room Where It Happened)』에 의하면, 트럼프는 미국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동맹국을 방어하면서, 기존의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묶여 정작 군대가 주둔하는 땅의 소유권조차 갖지 못하고 ‘임대’와 ‘무상공여’라는 현재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불합리한 '나쁜 거래'이기에 미국의 직접 토지 소유를 주장했다고 존 볼턴은 증언했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의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 (A Sacred Oath)』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는 동맹국에 미군 주둔비 전액은 물론, 추가로 50%의 프리미엄까지 요구하는 '비용 + 50%' 공식을 주장했고, 미군 주둔 자체를 미국의 '자산'으로 간주하여 이익의 극대화를 주장했다고 마크 에스퍼는 증언했다.
이는 단순히 방위비 분담금을 더 받겠다는 차원을 넘어, 미군 기지를 ‘관타나모 해군기지’처럼 미국의 영구적인 '자산'으로 확보하려는 의도와 한국의 정치적 상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통제권 확보와 동맹의 주도권을 더욱 확실히 쥐려는 자구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3. '소유권 청구서’를 '영구 주둔'의 명분과 안전장치로
우리는 '미군기지 소유권' 요구에 기지 배치권 원칙을 고수하며 신중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오히려 동맹의 패러다임을 영토를 함께 공유하는 영원한 동맹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여기서 우리의 대담한 역발상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평택 미군 기지의 '소유권'에 준하는 항구적 사용권을 미국에 보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땅은 미국 입장에서 단순한 해외 주둔지가 아니라 '자국 영토'에 준하는 방위 대상이 된다.
이는 동맹을 조약과 계약 관계에서 뗄 수 없는 '운명 공동체'로 격상시킬 수 있다. 엄살과 반미 도발과 미국의 모호성이 뒤섞인 '주한미군 철수'라는 단어 자체가 미국의 정치적 선택지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농경지를 소유한 농부가 쉽게 땅을 떠나지 못하듯, '자산'을 확보한 미군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유권 청구서’ 수용은 주권을 내어주는 굴욕이 아니라, 트럼프의 제안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 본토 수준의 확장억제 제공 명문화'와 같은 더 강력한 안보 약속을 얻어내고, 노예로 사는 북한 동포를 살릴 수 있는 자유통일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튼튼하고 항구적인 안보를 위해 '미군 기지 자국 영토화’ 국론을 조성하고 '전략적 수용'을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