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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 칼럼] 핵 군축 담론, 그 위험한 유혹을 경계하며
  • 박필규 객원논설위원
  • 등록 2025-09-21 21: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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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 육사 40기  이재명 대통령은 9월 18일,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킨 후 군축, 그리고 나서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라는 함정에 바로 빠질 수 있기에 우리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행위다.


이 발언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한 유연한 접근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는 치명적인 오판이다. 북한은 수십 년간 끊임없는 기만과 위협을 통해 핵을 개발했고, 이제 이를 체제 생존의 유일한 보루로 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건도 안 맞는 '군축'을 논한다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영원히 포기하는 이적행위다.


북한의 핵개발 과정과 비핵화 협상 일지, 위협의 진화 과정


북한의 핵개발사는 기만과 협상 파기의 연속이었다. 1980년대 영변 핵시설 건설을 시작으로 1993년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위협, 1994년 제네바 합의 체결 후에도 핵 개발을 계속했다. 2003년 NPT를 재탈퇴한 북한은 2006년 첫 핵실험을 감행하며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선언했다. 이후 2017년까지 여섯 차례의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핵무기 기술을 고도화했다.


이 과정에서 2018년 미북정상회담 등 여러 차례 비핵화 협상이 있었지만,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거부하고 제재 해제만을 요구하며 협상을 파기했다. 이 모든 역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는데, 핵 군축  발언은 안보 포기 행위다.


핵 군축 발언의 근본적 문제점


첫째,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라는 함정에 빠진다. '군축'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이 그 수를 줄이는 협상인데, 이 용어를 사용하는 순간, 우리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된다. 이는 북한이 그토록 원하던 '핵보유국' 프레임을 우리 스스로가 부여하는 결과가 된다.


둘째, 그동안 추진한 비핵화 목표와의 충돌이다. 군축은 '핵을 가진 상태에서 수를 줄이는 것'이지, '핵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다. 이 발언대로라면 우리는 자체 핵무장도 없이 군축이라는 중간 단계에 갇히게 되고, 북한은 "핵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에서 "핵보유국으로서 군축을 논하자"는 새로운 협상 프레임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와 영원히 멀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셋째, 북한의 기만 전략에 대한 오판이다. 북한은 군축 협상을 통해 국제 제재 해제와 같은 경제적 보상을 얻은 뒤, 은밀하게 핵무기를 더욱 고도화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결코 자신의 핵심적인 생존 수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실패한 협상 사례들은 이 점을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 CVID 원칙에 기반한 현실적 대안


국가 안보는 적의 선의에 기대서는 안 된다. 평화 정책이 평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평화는 적의 위협이 제거된 상태이기에 강한 힘과 명확한 원칙만을 평화의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우리는 CVID 원칙을 굳건히 지키면서, 이를 위한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로드맵을 치밀하게 구상해야 한다. 군 지도부는 어느 때보다 국가안보 책임의식을 갖고 현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압박과 보상의 조건부 전략'을 강화하자.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력한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비핵화 단계별로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조건부 기반'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핵 리스트 제기 시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하는 등, 핵 포기에 대한 구체적인 '선물'을 명시하여 북한을 협상으로 유도해야 한다.


'다자간 안보 협력체'를 구축하자.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대만, 필리핀 등 동북아시아 및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자간 안보 협력체를 모색해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므로, 주변국들과의 공동 대응을 통해 북한에 대한 외교적, 군사적 압박을 극대화해야 한다. 현재 유엔사 회원국은 총 18개국인데, 군사 외교로 회원국을 증가시켜야 한다.


우리도 자체 핵무장을 한 뒤에 군축을 논의해야 한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를 불법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효과를 얻고 남북한이 모두 핵을 포기하는 진정한 의미의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우리가 핵을 보유하게 되면, 비로소 북한과 동등한 위치에서 군축을 논의할 수 있다. 북한은 '핵을 가진 자'의 위치에서 '핵을 포기해야 할 자'의 위치로 내려오게 된다. 이는 북한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대신, 상호적 감축 협상을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의 길을 모색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군축' 담론은 영원히 비핵화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군축은 오직 비핵화의 최종 단계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한 후에야 논의할 수 있는 담론이다. 정치적 성과에 급급해 안보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매국행위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李) 대통령은 9월 24일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 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여기서 북한의 핵 군축 발언을 한다면, 한국이 9월 한 달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순회 의장국으로서의 위상은 추락하고 국제적인 망신을 살지도 모른다.


현 정부의 안보 견해, 발언, 행동, 노력 등이 참으로 위태롭고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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