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가 올해 들어 전체 기자 3분의 1 이상을 한꺼번에 해고했다. [AP=연합뉴스]
언론의 존재 이유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는 권력을 감시하고,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다. 언론은 민주주의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기에 입법·사법·행정과 더불어 ‘제4부’라 불린다. 권력의 바깥에 서서, 권력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존재, 그것이 언론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언론은 어디에 있는가.
밥 우드워드가 워터게이트를 파헤쳤을 때, 동아일보 기자들이 백지 광고로 저항했을 때, 언론이 진짜 무엇인지 세상은 보았다. 그들도 처음엔 제대로 쓰겠다는 다짐 하나로 편집국 문을 두드린 사람들이었다.
지금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 다짐은 아직 살아 있는가.
언론이 카르텔이 된 날
어느 순간부터 언론은 사실을 전달하는 대신, 사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 CNN, 워싱턴포스트 같은 이름들은 한때 저널리즘의 기준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들은 객관성이라는 외피 아래, 특정 정치 세력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대중을 ‘가르치려 들었다’. DEI, 성소수자 권리, 반트럼프 정서를 정답으로 규정하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무지하거나 혐오스러운 존재로 묘사했다. 사주, 광고주, 이념 집단이라는 새로운 권력과 결탁한 ‘언론 카르텔’이 완성되는 시점이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이들이 내놓는 내러티브를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
숫자가 말하는 것들
2026년 1월 기준, 폭스뉴스는 24년 연속 케이블TV 뉴스 1위를 지키고 있다. 황금시간대 시청자는 240만~26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15% 이상 늘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다른 방송사들을 압도적으로 따돌린 것이다.
반면 CNN은 2025년 한 해 동안 시청자가 15~20% 급락했다. 평시 시청자 수가 50만~60만 명 수준으로, 폭스뉴스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광고주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25~54세 연령대에서 30% 이상 빠졌다. 이는 단순한 시청률 하락이 아니라 상업적 생명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베이조스의 선택, WP의 고백
가장 극적인 장면은 워싱턴포스트(WP)에서 연출됐다. 2025년 WP의 종이 신문 구독자는 55년 만에 처음으로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디지털 구독도 정체기에 들어섰다.
2013년 WP를 인수한 후 적자가 계속되자 제프 베이조스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수십 년간 이어온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중단했고, 편집국 안에서 목소리를 키워온 급진적 활동가들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그냥 중립 선언이 아니다. 딥 스테이트라 불리는 기득권 관료 체제와 유착해 엡스타인 사건같이 불편한 진실을 덮어왔으며, 국가 존립이 걸린 문제에서 노골적으로 편향된 보도를 해왔다는 사실상의 자인이다.
WP는 지금 자유 민주주의와 개인의 책임이라는, 미국이 오랫동안 지켜온 가치로 되돌아가려 애쓰고 있다. 시장이 오만을 꺾어놓은 것이다.
CNN은 더욱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극적인 토론 형식을 해체하고, 중도 성향 경영진 영입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정통 뉴스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려 몸부림치고 있다.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
이념 장사의 유효기간
주류 언론이 방패처럼 지켜온 DEI와 LGBTQ+ 담론도 역풍을 맞고 있다. 2025년 조사들은 많은 미국인이 이런 정책들을 사회적 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좌파적 이념 주입의 도구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스, CNN, 워싱턴포스트 같은 이름들은 한때 저널리즘의 기준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들은 객관성이라는 외피 아래, 특정 정치 세력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성년자 성전환 수술, 종교적 자유를 침해하는 강압적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에 대중은 등을 돌렸다.
뉴욕타임스가 정치 논쟁 대신 게임·요리·스포츠로 눈을 돌리며 이른바 번들(The Bundle) 전략에 기대는 모습은 더 이상 이념으로는 먹고살 수 없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진실의 주인이 바뀌었다
레거시 미디어가 흔들리는 사이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소셜미디어와 독립언론이다.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X(구 트위터)와, 스튜디오 없이 마이크 하나로 수천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독립 팟캐스트가 그들이다.
조 로건의 팟캐스트는 에피소드 하나에 수천만 뷰를 기록한다. 트럼프 인터뷰만 해도 3300만 뷰를 넘겼다. CNN 전체 황금시간대 시청자의 수십 배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주류 언론이 15초로 편집해 맥락을 잘라내는 발언을 로건은 3시간이 흐르도록 그냥 내버려둔다. 사람들은 앵커의 세련된 요약보다 편집되지 않은 긴 대화에서 나오는 그대로의 진정성을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X의 ‘커뮤니티 노트’는 더 흥미롭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단순히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고 해서 채택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양측 모두에게서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아야만 대중에게 공개된다. 특정 진영이 숫자로 밀어붙여 악용하는 것을 구조적으로 막는 설계다. 언론사 편집국이 독점하던 게이트키퍼 역할을, 어느덧 시민들이 나눠 갖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인 40%가 매주 팟캐스트를 청취한다. 그 수가 1억 명을 넘어선다. 2026년의 팟캐스트는 더 이상 틈새 미디어가 아니다.
한국 언론이 새겨야 할 교훈
아직도 이 모든 것이 태평양 건너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가. CNN이 시청자를 잃은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특정 이념을 진실인 양 포장하고,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 대중을 무지하거나 위험한 존재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류 언론도 다르지 않다. 한·미·일 협력에는 냉담하고, 국가 안보를 흔드는 세력에는 관대하다.
급격한 주가의 등락이나 환율 급등 같은 시장의 폭발적 위험성을 알려 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주류 언론이 미국의 정책을 비난하고 시장의 진실을 외면한다고 해서 국제 정세나 나라의 경제가 보도 내용처럼 갈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시청자들도 오래전부터 그것을 알아채고, 지상파 뉴스 대신 유튜브를 켰다. 시장의 심판은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언론이 진실을 덮고 특정 세력의 하수인이 될 때 그 결말은 언제나 같았다. 워싱턴포스트가 뒤늦게나마 미국의 가치로 돌아오려 하고, CNN이 정통 뉴스로의 회귀를 시도하는 이유는 거창한 각성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에도 같은 선택지가 놓여 있다. 무너지는 이념의 바벨탑과 함께 묻힐 것인가, 아니면 진실과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으로 돌아올 것인가. 시장의 심판은 이미 시작됐고, 그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언론의 자유는 책임을 질 때만 신뢰를 얻는다. 그것은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신동춘 박사
행정학 박사, 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후 공직 생활을 거쳐 기업 CEO, 대학 교수, 언론 기고, 저술,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