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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山 시사읽기] 명예훼손으로 구속하는 나라: 김병헌 사건이 던지는 법의 경계
  • 松山 시인
  • 등록 2026-03-22 19: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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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예훼손 사건에서 구속 적극 활용 시 표현 활동 전반으로 영향 확산”

위안부 철거 시위운동을 벌이다 명예훼손으로 구속된 김병헌 대표. [사진=김병헌 페이스북]

서울중앙지법 이지영(연수원 34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사자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위안부법 폐지 국민행동 김병헌 대표에 대해 “도망의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사건은 폭력이나 재산 피해가 수반된 범죄가 아니라, 발언과 글을 둘러싼 형사 사건이다. 물리적 피해가 아닌 표현을 대상으로 하는 사건에서 신체를 구속하는 조치가 내려졌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단순한 개인 사건을 넘어 법의 적용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김병헌 구속… 법의 목적이 흔들린다 


우선 전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 사건은 흔히 말하듯 “위안부법 위반” 사건이 아니다. 그러한 처벌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관련 법으로 자주 언급되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은 피해자 보호와 지원, 기념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생활지원, 의료지원, 기록 보존과 같은 조항이 중심이며, 형사처벌 조항은 없다. 따라서 이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구속하는 구조는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실제 법적 쟁점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 문제는 대한민국 형법상 사자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이 성립하는가 여부다. 

 

다시 말해, 특정 발언이 허위 사실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는지가 핵심이다. 결국 이 사건은 특정 법률을 위반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이 형사처벌의 기준을 넘었는지에 대한 판단 문제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격의 사건에서 구속이라는 수단이 적절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명예훼손 사건은 원칙적으로 불구속 수사가 일반적이다. 피의자가 도주할 가능성이 높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뚜렷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구속이 이루어진다. 

 

특히 발언과 글이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물리적 증거를 없앨 여지도 제한적이며, 관련 자료는 대부분 이미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구속의 필요성은 더욱 엄격하게 따져져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제시한 이유는 “도망의 염려”다. 그러나 이 판단은 구체적 사정을 기반으로 해야 설득력을 가진다. 공개적으로 활동해 온 인물인지, 주거와 직업이 일정한지, 수사에 협조해 왔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이러한 요소들이 충족되는 경우라면 통상적으로 도주 가능성은 낮게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속이 이루어졌다면, 그 기준이 어디까지 확장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기준이 불분명할수록 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은 약해지고, 이는 곧 법적 안정성의 약화로 이어진다.

 

이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신병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명예훼손 사건에서 구속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 그 영향은 표현 활동 전반으로 확산된다. 

 

역사적 해석, 형사처벌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일인가


특히 역사 문제와 같이 해석이 갈릴 수밖에 없는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동일한 자료를 놓고도 서로 다른 해석이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야에서, 특정 해석이 형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논쟁 자체가 위축된다. 다양한 견해가 공존해야 할 공간이 점차 좁아지는 것이다.

 

사자명예훼손의 경우는 한층 더 신중해야 한다. 대상이 이미 사망한 인물인 만큼, 명예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이 더욱 정교하게 맞춰져야 한다. 역사적 평가를 형사처벌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언제나 논란을 동반한다. 

 

과거 사건에 대한 해석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새로운 자료가 발견되면서 기존 평가가 수정되기도 한다. 이런 영역에서 형사처벌이 앞서게 되면, 해석의 다양성은 급격히 제한된다.

 

결국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표현 행위에 대해 어디까지 형사 구속을 허용할 것인가다. 명예 보호는 분명히 필요한 가치다. 그러나 그것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법은 균형을 잃게 된다. 형사처벌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구속은 그중에서도 가장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김병헌 사건은 특정 법을 위반한 사건이 아니라,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와 그에 대한 대응 방식이 문제된 사건이다. 그리고 그 대응 방식이 구속이라는 가장 강한 수단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법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묻게 만든다. 

 

법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 적용이 오히려 표현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그 순간부터 법의 목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 松山(송산) 

 

시인이자 역사·철학 연구자. 전 이승만학당 이사. 현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연구고문이자 철학 포럼 리케이온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네 권을 출간했고, ‘후크고지의 영웅들’을 공동 번역했으며 역사심리학 해설서 ‘신화가 된 조선’(2026)을 펴냈다. 현재 자유주의 문화운동의 연구와 실천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松山은 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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