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얼룩(토너 자국)이 있는 1725장의 투표지. [사진=박주현 페이스북]
“경남 거제와 전남 여수 각기 다른 곳의 투표지에서 동일한 패턴의 (인쇄) 얼룩이 남았다. 이는 서로 다른 프린터로 출력돼야 할 관외 사전투표지가 동일한 지역, 동일한 장소에서 제작된 위조 투표지라는 증거 아닌가.”
최근 이상로 전 MBC 기자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지적한 사항이다.
이 인쇄 얼룩 사건은 2024년 4월10일 총선이 끝난 11일 오전 2시30분경 대구광역시 영남대 이공대 천마체육관에서 진행된 사전 관외투표지 개표에서, 상단에 인쇄 얼룩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있는 두 장의 투표지가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각기 다른 지역서 발견된 동일한 얼룩
해당 투표지엔 각각 거제시 고현동과 여수시 소라면의 사전투표관리관의 도장이 인쇄되어 있었다.
제보자는 “관외 사전투표 지역이 고현동과 소라면으로 각기 다른데도 사전투표지 위쪽에 검은색 잉크가 묻은 것 같은 자국이 동일한 형태로 발견됐다”며 “같은 기계에서 출력하다가 생긴 자국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알려 왔다.
뚜렷이 보이는 세로 줄의 인쇄 얼룩. [한미일보 유튜브 캡처]
대체 이 얼룩은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인가. 엡손 잉크젯으로 출력되는 투표지에 토너 자국이 묻어나올 수 있는 것인지, 묻어 나올 수 있다면 어떻게 해서 다른 지역 투표지에 동일한 자국이 남은 것인지 모든 게 의문 투성이였다.
선관위 측은 “투표지 인쇄 시 토너 자국 등이 남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잉크의 잔량 상태에 따라 인쇄 상태가 고르지 않거나 약간의 오염이 있을 수는 있다”며 “투표지의 얼룩은 인쇄기의 고무 패킹 자국으로 보인다”고 대답했다.
투표지에 이런 흔적이 있거나 흐리게 인쇄되어 잘 보이지 않을 경우 ‘오·훼손된 투표용지의 처리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투표용지를 재발급하며 이는 ‘특이사항’으로 기록된다.
그렇다면 문제가 된 인쇄 얼룩 투표지가 투표장에서 투표자에게 교부될 당시 투표관리관은 이를 특이사항으로 처리했을까.
“그런 투표지는 결코 본 적 없다”
여수시 소라면 사전투표관리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그런 투표지가 인쇄되었다면 그 자리에서 투표관리관이나 투표지 발급기 사무원이 이를 정상투표지로 사용할 것인지, 새로운 투표지를 발급할 것인지 의논했을 것”이라며 “사전투표지는 투표용지를 한 장 한 장 들여다보고 나눠 주기 때문에 잉크 얼룩이 묻은 투표지가 나갔을 리가 없다”고 확인했다.
빅주현 변호사는 2024년 4월 제출한 ‘이의제기투표처리전’에서 “경남 거제와 전남 여수 투표지에서 동일한 패턴의 잉크롤 자국이 보인다”고 증언하고 있다. [사진=박주현 페이스북]
거제시 고현동 사전투표관리관(31년 차 공무원)도 “잉크 자국이 묻은 투표지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후 해당 투표지를 사진으로 확인해 본 결과, 고현동 투표소에서 그런 투표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관외 사전투표지는 발급기 담당 사무원이 투표용지 이상 유무를 꼼꼼히 확인한 후, 투표자 한 명 한 명에게 기표 방법, 투표용지를 우편봉투에 넣는 과정 등을 상세히 설명하기 때문에 투표용지에 오염이 있었다면 이것을 발견 못 하고 지나칠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번을 양보해서 관내 사전투표 용지라면 혹시라도 못 보고 지나칠 수 있겠지만 관외 사전투표 용지는 기껏해야 하루에 200~300명 수준이고 그것도 여러 단계의 확인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문제가 된 투표용지보다 훨씬 더 작은 오염도 오·훼손된 투표용지로 분류했기 때문에 저 정도로 크게 눈에 띄는 오염은 발견 즉시 사무관에 의해 특이 사항으로 분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현동 관외 사전투표소에서 저런 자국이 있는 투표용지가 교부된 적이 없음을 99.9%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것이 이 두 곳만의 오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 제주, 광주 등 전국 10개 지역에서 이와 동일한 인쇄 얼룩(토너 자국)이 있는 투표지가 무려 1725장이 발견됐다.
10곳의 관외 사전투표 용지를 한 곳에서 대량 인쇄했을 거라는 의심, 이 의심이 지나친 걸까. 투표관리관도 절대 본 적이 없다고 하는, 저 이상한 투표지들은 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무엇보다 부정선거 대토론회에서 박주현 변호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관외사전투표함 배송경로를 추적했더니 경주에서 남울산까지 배송하는데 무려 (투표함 차량이) 포항을 거쳤다가 대전을 갔다가 강릉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가면서 이렇게 뺑뺑 돈 이유가 뭘까.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