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부산 세계로교회를 방문한 라일리 반즈 미 국무부 DRL 차관보와 줄리 터너 미 국무부 DRL 부차관보 대행, 벨시스 로메로 백악관 신앙사무국 연락관 등 미국 측 방문단이 손현보 목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세계로교회]
라일리 반스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 차관보의 한국 방문을 두고 외교가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표면상 이유는 연례 인권보고서와 국제종교자유보고서 작성을 위한 의견 수렴이다. 그러나 방한 첫 일정에서 드러난 동선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미국은 왜 지금 한국의 종교 자유와 인권 현장을 직접 확인하려 하는가."
외교부 설명은 원론적이다. 미 국무부가 연례 인권보고서, 인신매매 보고서, 국제종교자유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다양한 관계자와 소통해 왔고, 이번 방한도 그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장욱진 글로벌다자외교조정관은 8일 오전 서울에서 방한 중인 반스 차관보를 면담했다. 반스 차관보의 한국 방문은 지난해 취임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주목할 대목은 외교부 면담 자체가 아니라 그 전후의 동선이다.
반스 차관보는 이번 방한 기간 외교부뿐 아니라 국내 인권·종교 관련 단체들을 두루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는 부산 세계로교회를 방문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측과도 면담했다.
방한단의 면면도 이번 방문의 성격을 보여준다.
반스 차관보의 부산 세계로교회 방문에는 국무부 인권 라인뿐 아니라 북한인권 담당 인사, 백악관 신앙 관련 인사, 주한 미국 외교 현장 라인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정이 단순한 종교단체 방문이나 외교 의전이 아니라, 한국의 종교 자유와 인권, 표현의 자유 문제를 복합적으로 확인하는 성격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지점에서 방한의 성격은 단순한 외교 의전에서 벗어난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설명만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종교계와 인권단체, 민간 현장의 증언까지 직접 확인하고 있다.
핵심은 ‘누구를 만났느냐’보다 ‘왜 지금 한국의 민간 현장을 확인하고 있느냐’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을 더 이상 ‘민주주의 모범 동맹’이라는 고정 이미지로만 보지 않고, 인권보고서와 종교자유보고서에 담아야 할 별도 관찰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남는다.
손현보 목사 면담이 던진 종교 자유의 질문
손현보 목사 면담은 이번 방문의 상징적 장면이다.
손 목사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종교법인 해산 논란, 포괄적 차별금지법 논의, 기독교계 교육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 측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와 수사기관은 손 목사 관련 사안을 선거법 위반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보수 진영과 종교 자유 관련 인사들은 이를 종교 자유와 표현의 자유 문제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두 시각의 충돌 지점이 바로 이번 방한의 핵심이다.
한국 정부는 법 집행과 선거법 위반 문제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 DRL의 관점에서는 종교 지도자의 정치적 발언, 집회 참여, 수사와 고발, 종교단체 활동 제한 논란이 모두 종교 자유와 시민적 자유의 관찰 항목이 될 수 있다.
같은 사건이라도 한국 정부의 법률 언어와 미국 인권외교의 보고서 언어는 다르게 작동한다.
모스 탄 출국정지도 배경 변수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의 출국정지 논란도 이 흐름에서 분리해 보기 어렵다.
반스 차관보의 방한 목적이 특정 사건 하나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 정부를 비판한 외국 인사에 대한 수사와 출국정지는 표현의 자유와 법 집행의 균형 문제로 비칠 수 있다.
특히 이 사안은 단순한 제도적 관심을 넘어 인적 네트워크 차원에서도 주목된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모스 탄 교수와 라일리 반스 차관보는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모스 탄 교수 출국정지 논란은 미국 측에서 단순한 외국인 피의자 출국정지 사건이 아니라, 한국 정부를 비판한 미국 인사에 대한 법 집행 문제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모스 탄 교수가 이재명 대통령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으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출국정지를 신청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의 설명대로라면 이는 형사 절차상 필요한 수사 조치다. 그러나 외교적 파장은 별개의 문제다.
모스 탄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낸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한국에서 수사를 받고 출국정지 대상이 됐다면, 미국 정부와 보수 진영이 이 사안을 단순한 국내 형사 사건으로만 볼지는 불확실하다.
허위사실 수사라는 한국의 법적 논리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미국식 문제 제기가 충돌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6.3선거 참정권 박탈 사건도 관찰 대상(?)
일각에서는 반스 차관보 일행이 6·3 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 불거진 참정권 박탈 논란과 이후 시민 저항 움직임도 주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부분이 공식 방한 일정이나 면담 의제에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잠실 참정권 침해 논란은 미국 국무부 DRL의 관심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DRL은 민주주의, 인권, 노동 문제를 함께 다루는 조직이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일부 유권자의 투표가 지연되고, 투표 마감 시간이 연장됐으며, 시민들이 투표함 반출과 개표 절차를 둘러싸고 항의한 사안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선거는 결과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유권자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방해 없이 투표할 수 있어야 하고, 투표함 이동과 개표 절차가 신뢰 가능한 기록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 잠실 사태는 바로 이 기본 전제를 흔들었다.
미국 측이 실제로 이 사안을 확인하고 있는지는 추가 취재가 필요하지만, 한국 민주주의의 현장 변수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한국 민주주의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반스 차관보 방한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미국 국무부는 매년 세계 각국의 인권, 종교 자유, 인신매매 문제를 점검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한국도 그 절차의 대상 국가 중 하나다. 따라서 이번 방문 자체를 곧바로 외교적 경고나 압박으로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그러나 이번 방한을 단순한 정례 소통으로만 처리하기도 어렵다.
취임 후 첫 방한에서 외교부 면담보다 민간 인권·종교 현장 접촉이 더 큰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손현보 목사 면담, 모스 탄 교수 출국정지 논란, 잠실 참정권 침해 논란이 같은 시기에 겹치면서 미국이 한국 내부의 민주주의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커졌다.
한국은 오랫동안 미국 외교에서 ‘민주주의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민주주의 동맹이라는 이름이 모든 논란을 덮어 주는 면책증은 아니다.
동맹국이라도 표현의 자유, 종교 자유, 선거 절차, 정치적 반대자 처리 문제에서 논란이 커지면 미국 인권외교의 보고서 언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의 이번 방한이 남긴 질문은 하나다.
“미국은 지금 한국 정부의 설명을 들으러 온 것인가, 아니면 한국 민주주의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러 온 것인가.”
답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이제 미국 인권외교의 예외지대가 아니라, 보고서에 기록될 수 있는 관찰 대상의 하나가 되고 있다.
누가 함께 왔나… 방한단 면면이 말하는 미국의 관심 지점
라일리 반스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 차관보 이번 방한단의 중심 인물이다. DRL은 미국 국무부에서 국가별 인권보고서, 민주주의, 종교 자유, 노동 문제 등을 다루는 핵심 부서다. 반스 차관보의 첫 방한 자체가 한국의 인권·종교 자유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상징적 일정으로 해석된다.
줄리 터너 미 국무부 DRL 부차관보 대행 겸 북한인권특사 북한인권특사 경력을 가진 인권 외교 실무 핵심 인사다. 터너 대행의 동행은 이번 일정이 단순한 종교 자유 차원을 넘어 한반도 인권 문제 전반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벨시스 로메로 백악관 신앙사무국 연락관 이번 방한단 구성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국무부가 아닌 백악관 신앙 라인이 동행했다는 점은 미국 측이 한국의 종교 자유 논란을 별도 관심 사안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듀이 무어 주부산미국영사관 수석영사 부산 현지 외교 채널이다. 세계로교회 방문에 지역 공관 책임자가 동행했다는 것은 해당 일정이 단순한 민간 접촉이 아니라 미국 외교 현장 라인이 관여한 일정이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조쉬 데이비스 주한미국대사관 정치과 정무담당관 서울 대사관의 정치 라인이다. 정무담당관의 동행은 이 사안이 종교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한국 국내 정치, 집회·표현의 자유, 선거 절차 논란까지 외교적 관찰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