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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山 시사읽기] 집회는 필요하다 그러나 집회만으로는 부족하다
  • 松山 작가
  • 등록 2026-06-08 20: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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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벌에서 '부정선거 재선거'를 부르짖는 사람들. Ⓒ한미일보

정치가 국가의 모든 것은 아니다. 정치는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읽고, 무엇을 상식으로 받아들이느냐가 먼저다. 정치권은 그 결과를 반영하는 곳일 뿐이다. 

 

그런데 오늘날 시민운동은 정반대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정치권만 흔들면 세상이 바뀐다고 믿는다. 어느 정치인을 밀어주고 어느 정치인을 끌어내리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상식이 안 바뀌면 생각도 안 바뀐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대통령은 바뀌고 정권은 교체되었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상식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람시의 통찰이 중요해진다. 그람시는 권력의 중심을 의회에서 찾지 않았다. 그는 학교를 보았고, 대학을 보았고, 출판과 문화 영역을 보았다. 사람들이 무엇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가가 선거 결과보다 중요하다고 보았다. 

 

실제로 현대 사회는 그렇게 움직인다. 교과서 한 권은 수십 년 동안 영향을 미친다. 대학 강의 하나는 수백 명의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준다. 영화와 드라마, 출판과 교육은 세대 전체의 사고방식에 흔적을 남긴다. 반면 정치 뉴스는 며칠만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런데 대한민국 시민운동은 거의 모든 역량을 정치에만 쏟아붓고 있다. 광장에는 사람이 넘치지만 연구소는 비어 있다. 연설은 넘치지만 독서모임은 드물다. 정치 방송은 넘쳐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찾기 어렵다. 

 

집회는 반복되는데 새로운 책은 나오지 않고, 문화 생산은 빈약하며, 젊은 세대와 만나는 통로도 부족하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정치는 문화의 결과인데 결과만 바꾸려고 하고 원인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은 궁극적으로 정치인 움직이는 이

 

시민들이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정치인 흉내를 내는 것부터 멈춰야 한다. 시민 지도부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 브로커처럼 행동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정치권 내부 소식을 많이 안다고 해서 국가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과 친하다고 해서 통찰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정치 뒷이야기를 많이 안다고 해서 역사와 철학, 교육과 문화에 대한 식견이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런 수준에 머무를수록 시야는 더 좁아질 수 있다.

 

시민의 힘은 정치인을 대신하는 데 있지 않다. 정치인을 움직이는 데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힘은 문화와 교육, 출판과 연구의 영역에서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집회는 필요하다. 그러나 집회만으로는 부족하다. 

 

광장의 함성은 하루를 흔들 수 있지만, 책 한 권은 한 세대를 흔든다. 연설 한 번은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교육은 미래를 바꾼다. 진짜 싸움은 정치권 주변이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당연하게 생각하는가를 둘러싼 공간에서 벌어진다.

 

정치 뒷골목 이야기에 취해 있는 시민운동은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러나 문화와 교육, 연구와 출판을 통해 새로운 상식을 만들려는 시민운동은 전혀 다른 미래를 만든다. 

 

광장은 출발점이다. 목적지가 아니다. 대한민국 우파가 정말 장기적인 승리를 원한다면 정치의 소비자가 아니라 문화의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그람시가 말한 진지전도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정치 뉴스가 아니라 책과 학교, 연구와 출판의 영역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결국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 松山(송산) 

 

시인이자 역사·철학 연구자. 전 이승만학당 이사. 현 한국근현대사연구회 연구고문이자 철학 포럼 리케이온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네 권을 출간했고, ‘후크고지의 영웅들’을 공동 번역했으며 인문서 ‘신화가 된 조선’ ‘다다미 위의 인문학’ ‘자유주의자의 그람시 읽기’를 펴냈다. 松山은 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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