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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규의 카르텔 대해부] ①카르텔은 어떻게 국가를 사유화하는가
  • 박필규 편집위원
  • 등록 2026-04-09 13: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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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한 경쟁의 공포가 만든 ‘보이지 않는 철벽’

현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가장 은밀하고도 강력한 위협은 외부의 적보다 시스템 내부에서 기생하며 자라나는 ‘카르텔’이다. 

현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가장 은밀하고도 강력한 위협은 외부의 적보다 시스템 내부에서 기생하며 자라나는 ‘카르텔(Cartel)’이다. 


우리는 흔히 삼권분립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권력의 독주를 막고 시민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믿지만, 현실의 권력은 공식적인 법전의 조항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입법·행정·사법이라는 외형적 분리 뒤에서 상부 구조의 핵심 인물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은밀히 악수할 때, 카르텔은 보이지 않게 완성된다. 0.1%의 소수가 99.9%의 운명을 결정짓는 이 악성 지배의 공식은 과연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어떻게 국가를 사유화하는가? 

 

자연 순리와 질서를 깨는 단어들이 있다. 독점과 독과점은 시장의 숨통을 조이는 경제 카르텔이며, 나누어 먹기와 패거리 정치는 내부에서 끼리끼리 수익 배분하는 정치 카르텔이다. 여기에 ‘철의 삼각형’ ‘이너서클’ ‘50억 클럽’ ‘회전교차로’ 등은 이권 카르텔의 생리와 구조를 상징한다. 우리는 이 용어들을 통해 공정함이 마비된 사회의 단면을 직시하게 된다.

 

카르텔은 소수 권력이 이익 독점 위해 구축한 폐쇄적 공모 체계

 

카르텔이 형성되는 첫 번째 동력은 무한 경쟁의 공포를 회피하고 현재의 열세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에서 기인한다. 자유 시장과 민주적 절차는 참여자에게 끊임없는 혁신과 도덕적 긴장을 요구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높은 피로도를 동반한다. 이때 권력의 상층부에 위치한 주체들은 서로 싸우는 대신 끼리끼리 결탁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위정자는 경쟁자를 제거하고 기업은 진입 장벽을 높여 시장과 권력을 분할하는 순간, 그들은 전쟁터 같은 광장에서 내려와 안락한 밀실의 주인공이 된다. ‘하나’보다 ‘둘’이 강하고 ‘둘’보다 ‘셋’이 더 강하다는 논리는 연대의 가치라면, 1인이 천하를 지배하는 독재와 전체주의 논리는 카르텔의 원리다. 

 

카르텔의 결탁을 공고히 하는 접착제는 상부 구조의 ‘이권 동질성’

 

카르텔의 구성원들은 특정 명문 교육 기관, 혈연, 혹은 폐쇄적인 사교 모임을 통해 유사한 가치관과 언어를 공유한다. 이들은 공식적인 문서가 아닌 암묵적인 신호로 소통하며, ‘우리’라는 울타리 밖의 존재들을 철저히 배제한다. 사조직 속의 동기는 일반 동기와 천양지차다. 

 

삼권분립이 선언적으로 존재하더라도, 법을 만드는 자와 집행하는 자, 심판하는 자가 결국 학연과 전관예우라는 강력한 끈으로 묶인 ‘철의 삼각형’ 속에 있다면 부정 척결과 권력 견제는 불가능해진다. 어제의 감시자가 오늘의 동료가 되는 ‘회전교차로식 인사’는 카르텔 이익 공동체를 유지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하며 시스템의 투명성을 마비시킨다.

 

카르텔의 가장 치명적인 무기는 정보의 비대칭성

 

카르텔 세력은 전문 용어와 복잡한 행정 절차라는 장벽을 세워 대중의 접근을 차단한다. 일반 시민이 시스템의 모순을 깨닫지 못하도록 정보를 파편화하고 본질을 흐리는 논리를 끊임없이 생산한다. 99.9%가 미시적인 생존 투쟁에 매몰되어 있을 때, 0.1%는 거시적인 정보를 독점하며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설계를 완성한다. 

 

카르텔은 단순한 담합을 넘어, 지식과 정보를 사유화하여 사회 전체의 에너지를 소수의 블랙홀로 빨아들이는 약탈적 구조라 할 수 있다.

 

카르텔이 초래하는 폐단

 

겉으로는 민주주의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나, 실상은 0.1%의 은밀한 극소수가 99.9%의 정당한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카르텔 구조는 사회 전반의 공정성을 마비시키고 성장의 동력인 역동성을 갉아먹는다. 카르텔은 대다수 시민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결코 넘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성벽’이 되어 사회 정의를 무너뜨린다.

 

역사는 모든 카르텔의 종말을 기억한다. 기득권의 결탁이 혁신을 가로막고 공정성을 파괴할 때, 그 공동체는 예외 없이 내부로부터 무너져 내렸다. 현대 사회의 카르텔 역시 정교한 옷을 입고 있으나, 그 본질은 과거의 세도정치나 귀족정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이 보이지 않는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제도의 외형을 넘어 그 배후에서 작동하는 인적 네트워크와 정보의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 0.1%의 극소수가 99.9%의 눈물이 되는 비극을 멈추는 힘은 카르텔의 설계도를 꿰뚫어 보는 깨어있는 통찰에서 시작된다.

 

카르텔은 시대에 따라 형태를 바꿀 뿐, 지배의 문법은 동일하게 반복되어 왔다. 중세 유럽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길드 구조부터, 조선조의 성리학 카르텔, 국가를 사유화한 북한의 상부 권력 카르텔 그리고 오늘날 여야를 막론하고 벌어지는 기득권 카르텔, 부정선거 카르텔까지 그 뿌리는 소수가 상부 구조를 장악한 치명적인 결탁이다. 분야별 카르텔의 구조를 분석하여 그 폐단을 척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다음 2편에서는 성리학 이념으로 국가의 숨통을 조였던 ‘조선조 성리학 카르텔’의 실체를 해부하여 보이지 않는 지배의 역사를 추적하고자 한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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