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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춘 칼럼] 북극해 항로, 다자간 협의체로 접근해야
  • 신동춘 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
  • 등록 2026-06-22 22: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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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중심에 두고 제작한 지도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오는 9월 한국은 북극해 항로(NSR, Northern Sea Route) 개척을 위한 중대한 시험 항해를 앞두고 있다. 


중동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수에즈 운하의 운항 차질로 세계 에너지의 공급망이 교란되고, 극지방의 빙하 감소는 인류에게 환경적 재앙인 동시에, 국제 물류와 자원 개발의 지형을 뒤흔드는 새로운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북극해 시험 항해 추진과 물류 패러다임의 대전환


이번 시험 항해는 단순히 미지의 바다를 가르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다변화를 꾀하고, 다가오는 해양 영토 다극화 시대에 한국이 어떤 위치를 점할 것인가를 가늠하는 시험대이다.

 

그러나 이 항해의 끝에 장밋빛 바다가 기다릴지, 혹은 더 거대한 지정학적 소용돌이일지는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경제적 기대감의 이면에 도사린 기술적 한계와 극지(極地) 안보의 복잡성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북극해는 도달하기 힘든 난관으로 다가올 수 있다.

  

국내 해운·물류 업계가 북극해 항로에 거는 기대는 가히 폭발적이다. 현재 한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선박들이 거치는 표준 루트는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지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항로다. 하지만 최근 대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고 수에즈 운하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북극해 항로는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확실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북극해 이해 당사국들의 복잡한 계산


하지만 북극해는 주인 없는 공해(公海)가 아니다. 이 바다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그 어떤 영토 분쟁 지역보다 촘촘하고 날카롭게 얽혀 있다.

 

△ 연안 주권국 8개국 (Arctic 8)


북극해의 핵심 권리는 북극해와 영토·영해를 맞대고 있는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의 8개 정회원국(러시아, 미국, 캐나다, 덴마크(그린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이 쥐고 있다. 이들은 영유권과 경제적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며 북극해의 법적·제도적 진입 장벽을 세우고 있다.

 

△ 핵심 이해 당사국


이 8개국 중에서도 실질적인 항로 통제권과 경제적 이권을 두고 대립하는 핵심 축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진영과 미국 및 북유럽 NATO 국가 중심의 자유주의 진영으로 양분된다.

 

△ 기타 영향국 및 중국의 야심


북극해와 직접 닿아있지 않은 비(非) 연안국들의 눈독도 매섭다. 특히 중국은 스스로를 '근(近) 북극 국가'로 규정하며, 러시아의 자본력 부족을 틈타 북극해 인프라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이른바 '빙상 실크로드' 구축을 통해 북극해에서의 발언권을 넓히려는 중국의 팽창주의는 북극해를 또 다른 미·중 패권 경쟁의 전장으로 만들고 있다.

 

자원의 보고 북극해


북극해가 지정학적 화약고가 된 근본적인 이유는 막대한 천연자원 때문이다. 전 세계 미개발 천연가스의 약 30%, 석유의 13%가 북극권에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북극해 연안의 가장 긴 해안선을 보유한 국가로, 야말(Yamal)반도 등을 중심으로 천연가스(LNG) 및 유전 개발을 선도하며 이를 자원의 무기화 동력으로 삼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알래스카 및 북부 영토를 중심으로 풍부한 셰일오일과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환경 보호와 자원 개발 사이의 균형을 고심하면서도 안보적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그린란드 주변의 희토류 및 유전, 노르웨이 연안의 대륙붕 자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경제적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쇄빙선 독자 개발 역량과 경제성의 함수관계


한국은 연구용 쇄빙선(아라온호)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북극해 항로를 상시 상업 운항할 수 있는 고성능 대형 쇄빙선이나 쇄빙 상선의 독자 개발 역량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러시아의 쇄빙선 길잡이 서비스나 관련 기술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술적 종속은 곧 정치적 종속을 의미한다. 우리 스스로 독자적인 극지 항해 및 쇄빙선 건조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북극해 항로는 언제든 차단될 수 있는 위험한 파이프라인과 같다.

 

쇄빙선 운항의 경제성은 또한 일 년 중 몇 개월 동안 배를 띄울 수 있느냐에 좌우된다. 빙하가 녹는 여름철 몇 달만 반짝 이용할 수 있는 항로라면, 막대한 쇄빙선 건조 비용과 높은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렵다. 

 

한·러 양자 항로 운영의 지정학적 리스크


과거 일부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러시아와의 양자 협력을 통해 북극해 항로를 열고, 나아가 북한을 관통하는 가스관이나 철도를 연결하자는 구상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국제정치의 비정함과 국가 안보를 간과한 비현실적이고 위험천만한 발상이었음이 드러났다. 

 

과거 독일은 러시아의 저렴한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며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는 에너지 공급을 전격 중단하며 동유럽과 독일의 목줄을 죄었다. 일방적이고 독불장군식인 러시아의 통제 정치를 목격하고도 러시아와 단독으로 손을 잡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현재 국제정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진영이 러시아와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하는 구도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하여 혈맹 관계를 과시하고, 중국이 북극해에 적극적으로 눈독을 들이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러시아와 단독으로 북극해의 이용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역사적으로도 청일전쟁 직후 일본이 요동반도를 차지하며 팽창하려 했을 때, 러시아·독일·프랑스의 '삼국간섭'으로 제동이 걸렸던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국제 패권의 흐름을 거스르는 단독 행보는 거대한 동맹 체제의 압박에 직면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실용적이고 바람직한 추진 방안


우리나라의 9월 북극해 시험 항해는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라는 단일 국가에 기대는 양자적 접근법을 버리고, 새로운 안보·기술 패러다임 위에 국제협력의 틀 안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 미국 주도의 다자간 협의체 참여


한국은 북극해 항로 운영에 있어 결코 단독 행보를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주도하고 유럽, 일본 등 가치를 공유하는 당사국들이 참여하는 '북극해 다자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여기에 핵심 파트너로 동참해야 한다. 국제법적 규범과 자유 진영의 집단 안보 틀 안에서 항로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길이다.

 

△ 러시아 가스 직수입 회피 및 에너지 안보 확립


독일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가스를 직수입하거나 이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에너지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가의 주권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정권에 우리의 에너지 생명줄을 맡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 한·미 공동 개발을 통한 경쟁력 있는 쇄빙선 건조 기술 확보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인 쇄빙 기술 부족은 우방국과의 기술 동맹으로 돌파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조선·제조 기술력과 미국의 극지 원천 기술 및 안보 자산을 결합하여, ‘한·미 공동 쇄빙선 개발 및 건조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미국 역시 북극권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조선 파트너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독자적이고 경쟁력 있는 차세대 쇄빙선 역량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

 

북극해는 얼어붙은 기회의 땅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차가운 덫이 될 뿐이다. 기술 자립과 다자간 가치 동맹이라는 두 개의 축을 가지고 나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북극해라는 거친 바다를 이용하는 해양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 신동춘 박사

 

행정학 박사, 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후 공직 생활을 거쳐 기업 CEO, 대학 교수, 언론 기고, 저술,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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