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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칼럼] 국익 외교자원, 화랑대와 태릉골프장의 가치
  • 김명수 전 안기부 대북심리전처장
  • 등록 2026-06-23 18: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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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내 화랑대 [사진=육군]

화랑대가 사라질 운명이다. 국익 외교를 도와온 애국의 기능도 유명을 달리하게 됐다. 현 정부가 최근 육·해·공사관학교를 통합하며 육사를 폐교시키는 길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군사관대학교를 신설해 3군 사관학교를 각 단과대학으로 통합하며, 육사는 지방으로 보내고 화랑대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현임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2월20일 3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도 직접 밝힌 바 있어 그의 의지와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 실현 가능성이 높다.

 

군간 ‘합동작전’을 ‘통합작전’이라고 한 무개념은 접어두지만, 그만큼 선무당 사람 잡는 일이 지금 이뤄지고 있고 그 서슬에 화랑대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인 것이다.

 

‘화랑대(花郞臺)’는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의 별칭(別稱)이다. 1960~1980년대에는 육군사관학교 일대를 통칭하여 ‘화랑대’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기에 주변 마을과 기관에서도 이 명칭이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화랑대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곳만도 △서울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경춘선의 옛 간이역인 ‘옛 화랑대역’ △간이역이 있던 철도 역사(驛舍)를 관광명소로 만든 ‘화랑대철도공원’ △성북구와 노원구를 지나는 주요 도로 ‘화랑로’ △화랑로와 동일로 인근의 ‘화랑대사거리’ △‘화랑대 우체국’ △‘화랑대 군인아파트’ △‘화랑대 정류장’ △공릉동과 묵동 일대를 아울렀던 ‘화랑대 지역’ 등의 명칭이 널리 사용됐고, 군 관련 해서 △‘화랑대초소’ △‘화랑대후문’ 등도 있다.

 

이제 육사가 지방으로 떠나게 된다면 화랑대라는 이름을 써온 이 지역 기관과 명소들이 화랑대와 함께 그 의미를 잃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 많은 화랑대 지명 중에 ‘花郞臺’라는 휘호가 분명하게 새겨진 위풍당당한 건물이 있다. 육사 안 화랑연병장 사열대가 그곳이다. 

 

이 화랑대 건물은 오랜 세월 진충보국했던 역사가 있다. 내가 생도 시절이던 1960년대 이 사열대는 평소엔 생도들이 매주 사열과 분열로 이루어진 특기식(지금은 화랑의식)을 행하던 곳이었고, 전교생이 무장구보 출발 전 하기식을 할 때 학교장 등 학교본부 상관들이 오르던 곳이었다.

 

매년 기별(期別) 졸업 및 임관식을 거행할 때면 대한민국 국가원수인 대통령과 고위 각료, 군 고위지휘관들도 이곳에 함께 올랐으며, 외교 행사 때 대한민국이 초청한 세계 각국 국가원수 및 고위 관료들도 귀빈으로 이곳에 올라 육사생도들의 사열을 받았다. 국내에서 가장 경건한 환대 의식의 장소가 바로 화랑대였던 것이다.

 

그 외국 귀빈을 환영하는 생도들의 사열이 바로 나라의 국익을 위한 외교활동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건, 임관 후 전역해 복무했던 기관에서 국제무대에서의 남북 간 치열한 외교전 대결을 지켜보면서이다.

 

특히 1960~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정부의 활발한 외교와 한국군 현대화 과정에서 많은 외국 정상이 육사를 방문했다. 육사가 화랑대에 자리 잡은 이후 1980년대까지 100여 회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의 생도 시절 대표적인 외국 정상 화랑대 방문 사례로 △1967년 서독 하인리히 뤼브케 (Heinrich Lübke) 대통령 △1968년 에티오피아 하일레 셀라시에(Haile Selassie I) 황제 △1969년 가봉 오마르 봉고(Omar Bongo) 대통령 등이 있다. 이들 중에는 1회에 그치지 않고 재방문한 이도 있는 것으로도 기억된다.

 

이후에도 수많은 각국 정상 내지 총리급 대표단이 육사를 다녀갔다. 

 

대표적으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태국 왕실 대표단 △말레이시아 총리급 정부대표단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모부투 자이르 대통령 △하산 요르단 왕세자 △후안카를로스 1세 스페인 국왕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노로돔 시아누크 캄보디아 국왕 △압둘라 요르단 왕세자(이후 국왕 등극) △레오폴 세다르 상고르 세네갈 대통령 △쥘리어스 니에레레 탄자니아 대통령 △노로돔 시아누크 캄보디아 국가원수 △하산 2세 모로코 국왕 특사 등도 방문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외국 수반들의 육사 방문은 당시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서 남과 북 중에 어디가 대외적 정통성을 가지는가를 공인받아야 하는 총력 외교전의 상황에서 전개된 초청 외교활동이었다. 여기에 육사생도와 화랑대가 큰 힘을 보탠 것이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나라들은 당시 비동맹권 제3세력으로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 외교무대에서 강력한 집단적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가봉의 오마르 대통령, 말레이시아 및 인도네시아 정부대표단이 대표적인 예다.

 

중동 국가들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추진 등 성장 발전에 피치를 가하던 한국에 긴요한 석유 자원을 공급할 수 있는 절대적인 자원 후원 세력이었다.

 

한편 뤼프게 서독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 무일푼에서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차관을 제공해 한국의 경제성장에 크나큰 토대를 마련해 준 주인공이다.

 

셀라시아 에티오피아 황제는 북의 6·25남침으로 궤멸될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원하기 위해 최정예 황실 군대를 보내준 은인이다.

 

화랑대 연병장에서 사열을 받고 생도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등의 환대는 일종의 사은(謝恩) 행사였지만, 이를 계기로 두 나라는 더욱 공고한 한국 지원 세력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바로 그런 역할을 화랑대가 해낸 것이다.

 

동시대 육사 출신들이라면 화랑대 사열 이전에, 그 국가원수들의 입국을 환영하기 위해 한파와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포공항 가도에 도열했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그 행사에 동원되어 참여한 것 역시, 화랑대 사열과 마찬가지로 국익 증진을 위한 의미 있는 헌신이었다.

 

태릉골프장. [사진=연합뉴스]

한편으로 화랑대의 옆 태릉골프장도 화랑연병장의 해외 국가원수 사열 못지않게 국익 증진에 기여했다.

 

골프외교(Golf Diplomacy)는 국가 정상이나 고위지도자들이 공식 회담장 밖에서 함께 골프를 치며 친분을 쌓고, 이를 통해 외교적 신뢰와 협력 관계를 증진함으로써 공식 외교를 보완하는 비공식 소통 외교활동의 하나다.

 

비즈니스골프가 그렇듯이 골프외교가 양자 사이를 친근하게 만들어 상호 간 심각한 난제도 부드럽게 풀어나가는 계기를 만든다는 건 불문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아이젠하워와 바이든 등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한담한 후 이에 더해 찾아가는 곳이 골프장이었다. 한국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도 적극적으로 골프외교를 활용했다.

 

바로 그 골프외교의 중심이 태릉골프장이었다. 태릉골프장은 청와대가 있는 서울에 위치하면서 육군사관학교 울타리에 붙어 있어 군의 밀착 경호가 가능했다. 대통령과 정부 각료, 군 고위지휘관이 여가를 즐기기에도 제격이지만, 외국 국빈들의 초청외교에도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태릉골프장의 각 코스는 화랑대의 진산(鎭山) 불암산을 마주한다. 불암산은 6·25 전쟁 당시 북한의 남침에 맞서 싸운 육사 1·2기 생도들의 혼이 깃든 곳이다. 

 

당시 포천지구 전선에 투입되었다가 큰 희생을 치르고 후퇴한 생도들은, 생도대 뒷동산인 92고지에서 사력을 다해 적을 저지했다. 이후 철수 명령이 내려졌으나 따르지 않고 불암산에 은신해 적의 후방과 유격전을 벌이며 끝까지 항전했다. 이렇듯 역사적 아픔과 기개가 서린 불암산은, 오늘날 후배 생도들이 산악달리기를 하며 호연지기를 기르는 수련장이 되었다.

 

그런 불암산을 마주하기에 태릉골프장을 찾은 장교들은 라운딩을 하면서도 애국과 충정을 가슴에 되새기게 된다.

 

화랑대와 태릉골프장이 사라진다면, 두 곳이 대한민국에 헌정해 온 국익 증진과 진충보국의 애국심, 국가안전보장의 가치와 덕목도 함께 상실될 것이다.

 

과거든 현재든 지속 가능한 국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외교와 수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대한민국의 국가 지도자라면, 국가 최고의 외교자원인 화랑대와 태릉골프장의 존재를 결코 방기(放棄)해서는 안 될 것이다.

 


 

◆ 一鼓 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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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안기부 대북심리전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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