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산 평론가의 신간 ‘별이 사라진 시대의 서정시’는 말이 넘쳐나는 시대, 서정시가 과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가늠한다.
온갖 미디어에서는 뉴스와 광고, 정치적 구호와 인터넷의 댓글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말의 양은 늘어난 만큼 그 안에 담긴 진실과 감정도 풍부해졌을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상투화된 언어는 세상을 선악의 구도로 단순화하고, 때로 혐오와 폭력을 부추기는 도구가 됐다.
저자는 책에서 ‘언어의 두께’를 이야기한다. 저자에게 시는 납작해진 말을 다시 부풀리는 작업이다. 사물과 사물의 관계를 이어주고, 말과 존재에 깃든 기억과 정서의 심연을 탐색하며, 일상의 언어가 지워버린 삶의 진실을 되살리는 일이 시 쓰기의 본질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익숙한 질서 앞에서 “왜?”라고 질문하는 사람이며, 두꺼워진 언어를 통해 세상의 두려움과 억압에 저항하는 존재라는 게 저자의 말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의 서정시를 읽고 그 안에 축적된 감성과 사유의 깊이를 헤아린다.
저자에 따르면 서정시는 시적 환유를 통해 서로 관계되는 사물을 연결하여 우리 삶이 가지는 복잡한 그물망 속을 헤집어 언어의 의미를 끊임없이 확장하기도 하고, 은유를 통해 말과 사물에 깃들어 있는 사유와 정서의 가늠할 수 없는 심연까지 탐색한다. 그렇게 해서 언어는 풍부해지고 언어의 두께는 두꺼워진다는 것이다.
황정산 시인·평론가는 말한다.
“시인은 꿈을 꾸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시인은 꿈을 통해 발견한다. 그것은 세상에 없는 것이긴 하나 세상에 있었으면 하는 시인의 소망 때문에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이 꿈꾸는 세상은 더 아름답고 충만한 그런 세상일 것이다.”
그렇기에 황 시인은 “시인은 그리워하는 사람이며 그 그리움이 커지는 만큼 언어는 두꺼워진다”고 말한다. 우리가 서정시를 쓰고 또 읽어야 하는 이유다.
임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