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276 세계신기록 보유자 김영훈 씨 유튜브채널 캡처.
시인·칼럼니스트양파는 11월에 심는 것이 맞다. 마늘은 10월이 적기이고, 양파는 11월에 심어야 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양파에 꽃대가 생기고 꽃이 피면 그 양파는 못 먹기 때문이다. 일찍 심으면 생기는 피해다.
양파는 저장성이 좋은 품종을 선택해 자색 양파와 붉은 양파 두 종류를 심기로 했다. 자색 양파가 더 좋다고 하지만, 그 차이를 모르겠다.
소독약을 탄 물에 양파 모종을 한 시간쯤 담그고 나서 심어야 한다. 그동안 폰을 들고 뉴스를 살피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능지수, IQ 276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김영훈(36) 씨가 미국 망명을 신청한다는 소식이 있다.
IQ 276이라면 국보급이다. 필자도 평소 김영훈 씨에 대해 경외심을 품고 있었던 바다. 필자는 겨우 IQ 120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멘사 그룹은커녕 그런 건 아예 바라보지도 못할 평범 그 자체다. 하물며 IQ 276이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그런 지능 수준은 하늘이 내린 특별한 은혜일 수밖에 없고, 세계 제1이기에 국가가 보호해야 할 국보급 두뇌일 것이다.
양파 모종을 꺼내 심기 시작했다. 깔순이를 깔고 앉아 조금씩 뒤로 물러앉으면서 한 줄 한 줄 심는다. 양파밭엔 비닐을 덮었고, 비닐 위에 구멍이 한 줄에 9개씩 나 있다. 그 구멍 하나마다 모종을 심는다. 무척 지루한 작업이다.
양파를 심으면서 다시 IQ 276 김영훈을 생각한다. 그는 자유를 배반하는 자들, 친북 좌파가 지배하는 한국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음을 망명 이유로 들었다.
친북좌파란 한마디로 빨갱이들이다. 따라서 빨갱이들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뜻이다. 빨갱이란 말이 함축하고 있는 뜻을 이해하면, 김영훈의 고민이 더 분명해진다.
빨갱이들에겐 진실이 없다. 수없는 거짓말을 동원하여 진실을 감춘다. 사랑이 없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도둑질을 하면서 가난한 자를 돕는다고 말한다.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노동자 폭력을 행사하면서 평화를 말한다. 평등을 말하면서 잘사는 이웃의 부(富)를 빼앗으려 한다. 이런 빨갱이들이 지배하는 나라 대한민국은 거짓으로 가득 찬 나라다. 김영훈은 바로 이 점이 싫었을 것이다.
고양이 쥰이가 다가온다. 양파 심은 데서 뒹굴면 큰일이다. 다리에다 몸을 비비더니 벌러덩 눕는다. 만져 달라는 것인데, 지금 저하고 놀 틈이 없다. 서너 번 만져 주고 다리를 잡아 옆으로 치운다. 눈을 감고 꼼짝도 않는다. 그래도 꼬리를 살랑거리는 걸 보니 기분은 좋은가 보다.
거짓말이 정당한 것으로 치부되는 나라가 좋을 까닭이 없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빨갱이 집단이 온갖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며 히죽거리는 꼴을 보며 구토가 치솟는 사람이 나뿐이겠는가. 박지원·서영교·최민희·추미애를 보면서 맘 편히 밥 먹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우리 집 고양이는 지금 육아 중이다. 젖꼭지를 보니 여섯 개가 모두 빨린 흔적이 있다. 조금 있으면 새끼들을 데리고 나타날 것이다. 다행히 창고가 있으니 거기서 키우면 되겠지만, 강아지 반실이가 문제다.
올봄에 태어난 4마리 강아지 중에서 한 마리만 살아남았다. 봄 가뭄이 심하던 날, 일주일 만에 집에 와 보니 모두 죽고 하나만 살아 있는 걸 보고 가슴이 미어지는 줄 알았다. 이름을 어미 반희 이름을 따서 ‘반실이’라고 지었다. 그 반실이가 이젠 사춘기에 들어섰는가 천방지축이다. 그러니 고양이 새끼들을 가만둘 리가 없다. 아마도 묶어 놓아야 할 것 같다.
김영훈은 이재명정부를 악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망명의 이유를 다시 구체적으로 말한다.
“오늘날 한국 정부는 애국자를 처벌하고, 종교를 박해하며, 공산주의자들을 찬양한다.”
“저는 악에 굴복하지 않겠다. 신앙이 박해받지 않고 보호받는 미국에 피난처를 구하려 한다.”
양파 심는 손을 멈추고 파란 가을 하늘을 바라본다. 그냥 파랗다. 하늘에 대해선 더 이상 할 말을 잊은 지 오래다. 언제 우리가 하늘 믿고 살았던가. 그리고 강아지 반실이를 불렀다. 새끼 고양이들을 위해 묶어야 한다.
그동안 고양이들이 많이 태어났지만 때가 되면 모두 떠났다. 그중 고양이 한 마리가 떠나지 않고 눈치를 보면서 바라보고 있기에 이름을 ‘눈치’라고 붙여 주고 먹이를 주고 있다. 어미 쥰이는 고양이들이 자라서 독립할 때가 되면 곁에 있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눈치도 어미가 나타나면 숨어 버린다.
김영훈처럼 이 땅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야 나라고 없을 리가 없다. 이 더러운 현실에 침을 뱉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고양이 쥰이와 강아지 반희·반실이는 내가 책임져야 할 작은 생명들이다. 나 없으면 떠돌거나 죽어야 하는 것들이다. 떠돌면서 구박을 받고, 굶으면서도 오직 나만 기다려야 하는 것들. 내 손으로 지켜야 할 내 생명들일 것이다. 김영훈에게도 책임져야 할 누군가가 있으리라.
쉬는 시간에 반실이를 잡아서 목줄을 채우고 엄마 반희 집 곁에 새집을 마련해 주었다. 처음 묶인 터라 저항이 심하다. 못 본 척 계속 양파를 심는다. 한참 후에야 조용해졌지만 째려보며 앉아 있는 건 여전하다.
500개를 넘어서 800개, 1000개를 심고 나서야 일의 끝이 보인다. 이 중 삼분의 일은 자라지 않더라도 600개면 된다. 300개 친척들에게 나눠 주고 300개면 우리 가족 일 년 치 양념은 될 것이다. 농약 없이 키우자니 이 정도 수확밖에 못 한다.
김영훈도 망명을 가기 전에 자신이 책임져야 할 생명들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해 봤으면 싶다. 비록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북한과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들만이 존재한다고 했지만,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전한길 선생도 그러한 고통 속에서 다시 태어난 사람이다. 그는 지켜야 할 이 땅의 생명들을 위해 일신의 안위를 버리고 위인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동안 새끼들한테 다녀온 듯, 고양이 쥰이가 양파밭으로 느릿느릿 걸어온다. 어쩌다 일주일에 한 번 오는 집사가 그리도 좋은가 보다. 이제 감을 따야 한다. 투덜거리는 반실이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정재학 시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