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전쟁은 이미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미·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은 공습을 넘어 해상·사이버·대리전이 동시에 전개되는 준-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은 에너지와 물류 비용을 끌어올려 세계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 전력을 재배치하며 글로벌 전략을 다시 조정하고 있다.
이는 동아시아 전력 분산과 동맹국의 역할 확대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장기 소모전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가운데, 제한적 지상작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 전략이 재정비되는 과정이며, 그 파장은 한반도에도 직접적으로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란 전쟁을 계기로 동맹국의 군사적 책임 분담을 제도화하려 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전선을 효율화하고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을 하나의 전략 축으로 관리하려는 미국 안보정책의 구조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
특히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이 ‘동맹이 함께 지켜야 할 국제 공공재’로 규정하는 핵심 요충지다. 이런 구조 속에서 한국이 중동 문제를 외부 사안으로만 바라보는 태도는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국제정치는 문장의 표면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계산을 읽어야 한다.
미국이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는 그 대표적 사례다. 미국은 중동전 장기화 속에서 중국에 해양안보 책임 분담을 요구하는 동시에, 남중국해와 대만에서 긴장을 높이지 말라는 억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호르무즈와 홍해에서 해상안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이 새로운 긴장을 조성한다면 미국은 중동과 인도·태평양 두 전선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의 메시지는 협력 요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해양 팽창을 견제하고 전선 확산을 차단하려는 전략적 경고에 가깝다.
북한을 향한 메시지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유화 제스처지만, 실제로는 북한이 중동전 국면에서 긴장을 높이지 말라는 억제 신호다. 미국은 이란전에 전략적 역량을 집중해야 하므로 한반도에서 새로운 군사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는 북한을 설득하려는 외교적 접근이 아니라 전선을 관리하려는 현실적 판단이다.
한국을 향한 메시지는 더욱 직접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언급하면서도 한국·일본·중국을 지목해 호르무즈 해협 방위 참여를 요구했고, 미 상원 외교위원회 역시 한국 정부에 중동 해상안보 협력의 필요성을 분명히 전달했다. 한국이 소극적 태도를 보일 경우 미국은 이를 동맹 의지 부족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여파는 방위비 협상, 주한미군 운용, 무역·기술 협상 등 전 분야에서 미국의 압박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과거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작전에서 주한미군 일부를 전환한 전례가 있으며, 필요하다면 언제든 전력을 이동시킬 수 있다. 이는 동맹 구조의 비대칭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국이며, 동맹은 그 의지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서방 전체에 던지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를 향한 개별적 요구가 아니라, 중동전이라는 현실 속에서 미국이 동맹의 책임 분담을 재정립하려는 구조적 움직임의 일부다.
미국은 이란 전장에서 정밀타격, 전자전, 지향성 에너지 무기 등 새로운 전쟁 방식을 실전 적용하며 군사적 우위를 다시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을 포함한 잠재적 도전국 모두에게 분명한 신호다. 북한이 미국이 중동에 집중하는 틈을 이용해 긴장을 높일 유혹을 느낄 수 있지만, 미국의 최신 전력은 북한의 노후한 방공망을 단시간에 무력화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북한이 이 상황을 오판한다면 그 대가는 치명적일 수 있다. 결국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동시에, 동맹과 적대국 모두에게 “지금은 미국의 전략적 재정비를 시험하지 말라”는 경고로 읽힌다.
결국 지금의 상황은 한국에게 큰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은 동맹의 보호만 받는 국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동맹의 책임을 함께 나누는 국가로 설 것인가. 이 질문은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의 문제다. 세계 질서가 흔들릴 때 동맹은 선언이 아니라 행동으로 시험된다. 그리고 지금 그 시험대 위에 올라 있는 나라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다.
우리 정부의 미숙한 정책 결정으로 말미암아 6.25처럼 공산국가의 오판과 힘의 공백으로 인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