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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보시장 대해부] 권력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 1부
  • 김영 기자
  • 등록 2026-03-25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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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0일자로 발행된 ‘주간 한미일보’ 창간호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편집자주>

정치 정보 소비의 중심은 더 이상 신문과 방송만이 아니다. 유튜브와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정치 콘텐츠가 동시에 경쟁하며 정치 여론 환경을 바꾸고 있다. [사진=알렉스 룰/알라미 스톡] 

— 정치 담론이 변한 이유

 

정치는 선거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선거 이전 단계에서 형성되는 여론은 정치 권력의 방향을 크게 좌우한다. 


정치 정보가 생산되고 확산되는 구조가 바뀌면서 정치 담론 역시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시리즈는 정치 정보가 하나의 시장처럼 작동하기 시작한 배경과 그 구조를 분석한다.

 

뉴스가 사실을 전달했다면, 콘텐츠는 관심을 경쟁한다. 정치 정보가 콘텐츠로 이동하면서 정치 담론도 경쟁의 구조 속으로 들어갔다.

 

① 왜 정치 정보는 갈수록 극단화되는가


정치 담론이 과거보다 훨씬 거칠어졌다는 지적은 이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정치 뉴스의 표현은 점점 더 자극적이 되고 정치 논쟁은 훨씬 빠르게 확산된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막론하고 정치 대립이 강해졌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정치 세력 간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 환경의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 정보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구조의 변화다.

 

20세기 정치 정보 환경에서 중심 역할을 했던 것은 뉴스였다. 신문과 방송은 정치 정보를 취재하고 보도하며 정치 담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어떤 사건이 정치 뉴스가 되는지, 어떤 발언이 사회적 논쟁으로 확산되는지에 대한 기준 역시 언론을 통해 형성됐다.

 

이 구조에서는 정치 정보의 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뉴스는 일정한 취재 과정과 편집 절차를 거쳐 전달됐고 정치 담론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형성됐다.

 

그러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정치 정보 환경을 크게 바꾸기 시작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누구나 정치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블로그와 커뮤니티, 이후 등장한 유튜브와 SNS는 정치 정보 생산의 장벽을 크게 낮췄다.

 

정치 정보는 더 이상 언론만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다양한 네트워크에 의해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구조로 이동했다. 그 결과 정치 정보의 양은 급격히 늘어났다.

 

과거 뉴스 중심 환경에서는 하루에 생산되는 정치 뉴스의 양이 일정 수준으로 제한돼 있었다. 그러나 콘텐츠 환경에서는 정치 메시지가 사실상 무제한으로 생산된다. 유튜브 정치 채널, 팟캐스트 방송, SNS 정치 콘텐츠 등 수많은 정치 메시지가 동시에 등장한다.

 

문제는 정치 정보의 양이 아니라 경쟁 방식이다. 뉴스 환경에서 정치 정보의 경쟁 기준은 사실 확인과 공적 의미였다. 그러나 콘텐츠 환경에서는 얼마나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경쟁 구조에서는 강한 메시지가 더 빠르게 확산된다. 갈등을 강조하거나 감정을 자극하는 메시지가 더 많은 반응을 이끌어낸다. 정치 담론이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 담론의 극단화는 정치 갈등의 결과라기보다 정치 정보 경쟁 방식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라고 볼 수 있다.

 

② 뉴스의 시대는 끝났는가


20세기 정치 정보 환경의 중심에는 언론이 있었다. 신문과 방송은 정치 사건을 취재하고 이를 뉴스 형태로 전달하며 정치 담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구조에서 언론의 영향력은 단순히 보도량 때문이 아니라 정보 선택권 때문이었다. 어떤 사건이 중요한 정치 뉴스인지, 어떤 발언이 사회적 논쟁이 되는지, 그리고 어떤 이슈가 공적 의제로 확산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언론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인터넷과 플랫폼의 등장 이후 뉴스 소비 구조는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변화는 뉴스 소비 경로의 이동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상당수 시민이 전통 언론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다. 유튜브 역시 단순한 영상 플랫폼을 넘어 뉴스 소비 공간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방송 뉴스나 신문 지면이 주요 뉴스 창구였다. 그러나 지금은 유튜브 영상, SNS 게시물, 온라인 커뮤니티 글 등이 동시에 경쟁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뉴스는 더 이상 단일한 형태로 소비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포털 뉴스 서비스는 뉴스 소비 구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 플랫폼은 다양한 언론사의 뉴스를 한곳에 모아 제공하며 뉴스 소비의 주요 창구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뉴스 소비 방식 역시 달라졌다. 과거에는 신문 지면이나 방송 뉴스 편성을 통해 정치 뉴스를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포털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특정 기사만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뉴스는 이제 기사 단위 콘텐츠로 소비된다. 여기에 유튜브와 SNS가 결합되면서 정치 뉴스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다. 정치 인터뷰 영상, 정치 해설 콘텐츠, 정치 분석 방송 등이 뉴스와 경쟁하며 정치 정보를 전달한다.

 

정치 뉴스가 콘텐츠 형태로 재구성되는 현상도 늘고 있다. 방송 인터뷰 장면이 짧은 영상 콘텐츠로 재편집되거나 정치 뉴스가 해설 영상으로 재구성되는 사례도 흔해졌다. 정치 정보 환경은 뉴스 중심 구조에서 콘텐츠 경쟁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 중심이던 정치 정보 환경은 인터넷과 플랫폼의 등장 이후 크게 변화했다. 뉴스는 더 이상 정치 정보의 유일한 통로가 아니다. [이미지=easy-peasy.ai]

③ 누가 정치 콘텐츠를 만드는가


정치 정보 환경이 콘텐츠 경쟁 구조로 이동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정치 정보 생산자의 구성이다. 과거 정치 정보 생산의 중심에는 언론이 있었다. 신문과 방송 기자들이 정치 뉴스를 취재하고 보도하며 정치 담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플랫폼 시대가 시작되면서 정치 정보 생산 구조는 크게 바뀌었다. 정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더 이상 기자만이 아니다. 유튜버, 팟캐스트 진행자, 독립 기자, 정치 분석가, 그리고 때로는 일반 시민까지 정치 콘텐츠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정치 정보 생산이 언론 중심 구조에서 다중 생산 구조로 이동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정치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이 정치 담론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정치 콘텐츠 제작자는 수백만 명의 청취자와 시청자를 확보하며 전통 언론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갖는다.

 

과거 정치 인터뷰는 방송 뉴스 프로그램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인기 팟캐스트나 유튜브 채널이 정치 인터뷰의 주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정치 유튜브 채널과 정치 해설 방송은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정치 담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치 정보 생산 구조가 다층화되면서 정치 담론 형성 방식 역시 달라지고 있다. 정치 정보 환경은 이제 단순한 뉴스 전달 구조가 아니다. 다양한 생산자가 참여하는 정치 콘텐츠 시장으로 작동하고 있다.

 

플랫폼 환경에서는 알고리즘이 콘텐츠 노출을 결정한다. 정치 메시지의 확산 역시 플랫폼 데이터 반응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사진=AI 이미지]


④ 정치 콘텐츠는 어디서 폭발하는가


오늘날 정치 콘텐츠 확산의 중심에는 플랫폼 알고리즘이 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에서는 하루에도 수억 개의 콘텐츠가 올라온다. 이 가운데 어떤 콘텐츠가 이용자에게 노출될지는 대부분 알고리즘이 결정한다.

 

플랫폼은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한다. 어떤 영상을 오래 보는지, 어떤 콘텐츠에 댓글을 다는지, 어떤 영상을 공유하는지와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용자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추천한다.

 

특히 유튜브의 경우 시청 시간(watch time)이 중요한 지표로 작동한다. 이용자가 오래 시청한 콘텐츠일수록 더 많은 사용자에게 추천된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관심을 오래 붙잡는 콘텐츠다.

 

정치 콘텐츠는 이러한 환경에서 빠르게 확산되기 쉽다. 분노나 갈등처럼 강한 감정을 자극하는 메시지는 이용자의 반응을 쉽게 이끌어낸다. 댓글과 공유가 늘어나면 알고리즘은 이 콘텐츠를 더 많은 사용자에게 노출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 콘텐츠는 폭발적으로 확산된다.

 

과거 정치 메시지가 확산되는 경로는 비교적 단순했다. 정치 발언이 나오면 언론이 이를 보도했고 방송과 신문을 통해 사회 전체로 확산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정치 메시지는 플랫폼에서 확산된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발언도 플랫폼에서 수백만 명에게 전달될 수 있다. 정치 콘텐츠 확산의 속도 역시 크게 빨라졌다.

 

과거 정치 담론의 중심에는 언론이 있었다. 지금은 플랫폼 알고리즘이 정치 정보 확산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 권력은 선거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선거 이전 단계에서 형성되는 정치 여론은 점점 더 알고리즘 환경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2부 예고


정치 콘텐츠 경쟁은 단순한 여론 경쟁이 아니다. 정치 콘텐츠 시장에는 광고 수익, 후원, 플랫폼 경제 같은 구조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정치 콘텐츠가 어떻게 돈이 되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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