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선물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2주간 휴전에 동의했다고 밝힌 직후 수직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때 91.05달러까지 밀리며 하락률이 19%에 달하기도 했다. [사진=백악관]
미국과 이란이 8일(현지시간) 2주 휴전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국제유가는 급하게 핸들을 꺾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휴전 발표 직후 브렌트유는 13.6% 떨어진 배럴당 94.43달러, WTI는 14.3% 내린 96.82달러까지 밀렸다.
시장이 먼저 반응한 것은 종전 확정이 아니라,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기대였다.
하지만 이 장면을 곧바로 “유가 안정”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
브렌트와 WTI는 기대와 공포가 먼저 반영되는 선물가격인 반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실수요국이 더 민감하게 보는 것은 중동산 실물가격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도 국제원유 가격을 Dubai(현물), WTI(선물), Brent(선물)로 구분해 공개하고 있다.
실제 8일 석유공사가 공개한 가격은 아직 “안정”과는 거리가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8일 발표된 7일 기준 가격은 두바이유 121.86달러, 브렌트유 109.27달러, WTI 112.95달러다. 전일과 비교하면 두바이유는 120.20달러에서 121.86달러로 1.66달러 올랐고, 브렌트유는 109.77달러에서 109.27달러로 0.50달러 내렸다.
적어도 한국이 참고하는 공식 공시 기준으로는, 브렌트가 꺾일 때 두바이유는 오히려 더 오른 셈이다.
로이터가 전한 아시아 실물시장 분위기도 비슷하다. 8일 보도에서 로이터는 브렌트 선물이 장중 91.70달러까지 급락했지만, 물리적 원유시장은 여전히 큰 스트레스 아래 있다고 짚었다.
사우디 아람코는 5월 아시아향 아랍 라이트 공식판매가격(OSP)을 오만·두바이 평균 대비 배럴당 19.50달러 프리미엄으로 올렸고, 이는 아시아 수입국의 실물 조달 부담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결국 한국 입장에서 핵심은 브렌트 차트의 하루 낙폭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실제로 안정되느냐, 그리고 그 안정이 2주 뒤에도 유지되느냐다.
휴전이 이어져 항로와 보험, 선적 일정이 정상화되면 두바이유도 뒤늦게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휴전이 흔들리면 브렌트유의 급락은 먼저 되돌려질 가능성이 크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내일 공시다. 오피넷은 “현지와의 시차로 T일 시점의 가격을 T+1일에 조사”한다고 밝히고 있다. 오늘 시장에서 나타난 휴전 반응이 내일 석유공사 공시에 처음 본격 반영되는 구조다.
즉 오늘까지는 “브렌트는 급락, 두바이는 글쎄”였지만, 내일 두바이유가 꺾이기 시작한다면 휴전 기대가 실물시장으로 번지는 첫 신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두바이유가 버티거나 추가 상승하면, 한국이 체감할 유가 안정은 아직 멀었다는 뜻이 된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금융시장은 이미 안도했지만, 한국이 보는 중동산 실물가격은 아직 대답을 유보하고 있다.
이번 2주 휴전의 진짜 성패는 브렌트 그래프가 아니라, 내일 이후 두바이유와 호르무즈 통항 흐름이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