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가짜 뉴스’를 ‘반란 행위’로 규정하면서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엄청난 협박으로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지 며칠도 안 돼 대통령 스스로가 가짜 뉴스로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지난 10일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군(IDF)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고문한 후 지붕에서 던져버렸다고 주장하는 팔레스타인인 ‘Jvnior’ 계정의 글을 X에 리트윗하면서 “이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다.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적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영상은 현재 진행 중인 전쟁과 무관한 2024년 9월 이스라엘군의 서안 지구 카바티야 작전 당시 촬영된 것이고, ‘Jvnior’의 주장과 달리 교전 중 사망한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의 시신을 처리하는 장면이었다.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가짜뉴스였던 것이다.
3시간 뒤에 이재명 대통령은 X에 추가로 글을 올려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시신이었다는 점이 조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조금 다행? 해당 게시물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시정하고 즉각 사과하는 것이 오히려 대인다운 태도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순간 당황했는지 아니면 쪽팔렸는지 자신의 행위부터 감싸고 들었다. 오히려 판돈을 더 키웠다. 그는 “시신이라도 이와 같은 처우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스라엘을 재차 비판했다. 이스라엘의 비행을 지적한 것에는 애초 잘못이 없다는 투였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다음 날, X를 통해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발언, 특히 이스라엘 홀로코스트 추모일을 앞두고 발생한 유대인 학살 사건을 경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이는 용납할 수 없으며 강력한 규탄을 받을 만하다. 또 사실을 확인하고 발언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만 반응한 것이 아니다. X에는 이미 이 대통령의 가짜 뉴스와 그에 대한 공감을 조롱하는 댓글들이 요란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자 그 후는 ‘안 봐도 비디오’다. 비판이 쏟아지자 이 대통령도 후퇴하면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는 강박관념을 느꼈나 보다. “끊임없는 반인권적 반국제법적 행동으로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전 세계인들의 지적을 되돌아볼 만한데 실망”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이쯤 해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권력은 종종 사실을 고치기보다, 해석을 고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사실은 바뀌지 않는데, 해석을 바꾸려 들면 그 순간부터 사람들 눈에는 ‘설명’이 아니라 ‘코미디’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권력은 왜 사실 수정보다 ‘해석 수정’에 기대려 할까. 대답은 간단하다.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스스로 국제 무대의 바보가 됐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상응하는 정치적, 외교적 책임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정작 놀라운 것은 대한민국 외교부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이 아닌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을 표명한 글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이를 반박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홀로코스트 피해자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외교부의 이런 해명은 이미 불이 났는데 “불의 의미를 오해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제적 발언이 발생했고 그다음 장본인과 외교부가 해명을 내놓았는데 그 해명이 더 큰 웃음 포인트가 되고 만 것이다.
권력은 늘 자기 잘못에 대해 이렇게 말하곤 한다. “오해하지 말라.” “전체적 맥락을 봐야 한다.” “의도를 이해해 달라.”라고. 사실 관계가 틀린 발언을 ‘고차원적 비유’나 ‘단순 오해’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은 눈물겹지만,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그 간극이 너무 커서 실소가 터져 나오게 마련이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에 들어온 관리들이니만큼 나폴레옹 시절 외무장관을 지낸 탈레랑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는 주군이 실언을 하거나 상황이 꼬이면 오히려 입을 닫거나, 아주 모호한 말로 상황을 넘기곤 했다.
만약 탈레랑이 이번 상황을 지켜봤다면, 외교부의 과잉 충성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을지 모른다. “외교적 해명은 자고로 안개와 같아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이번 해명은 안개가 아니라 너무 투명한 유리창 같아서, 그 뒤에 숨기고자 하는 당황스러움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외교부의 역할은 흔히 국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데, 정치인의 SNS 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정무적인 영역까지 외교 행정력이 동원되는 행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외교부는 대통령의 가짜 뉴스를 ‘해설’하는 곳이 아니다. 그 가짜뉴스가 가져올 파장을 미리 계산하고 국가 간의 신뢰 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막후에서 정교하게 조율하는 예술가여야 한다. “오해하지 말라”는 식의 변명은 외교적으로 가장 하수(下手)에 속하는 대응이며, 오히려 상대국의 감정을 더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아마 많은 이들이 다음과 같은 사실에 공감할 것이다. 이번 이 대통령의 X 해프닝이나 외교부의 ‘리춘히식’ 마무리 멘트를 지켜보자니 어딘지 익숙한 비극적 코미디를 떠올리게 된다. 웃기긴 한데, 웃고 나면 좀 서늘해지는 그런 종류의 코미디말이다.
정상배들 앞에서 “계엄은 내란입니다!”라고 복창해야 승진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군장성들이나, 지도자의 수준을 말해주는 가짜 뉴스 앞에서,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 운운해야 살아남는 외교부 관리들이나 모두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前 문화일보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