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라흐바르). 그는 1989년부터 약 37년간 이란을 신권으로 통치해 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의 대리인을 자처한 광기: 이란의 사례
우리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40여 년간 이어져 온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비극을 직시해야 한다. 이란은 왕정의 전제를 타도한다는 명분으로 혁명을 완수했으나, 그 귀결은 ‘신권’이라는 외피를 두른 더 참혹한 독재였다.
이란의 ‘벨라야테 파키(Velayat-e Faqih, 법학자의 통치)’ 이론은 이슬람 법학자가 신의 대리자로서 국가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최고 지도자(라흐바르)는 선출되지 않은 절대 권력으로서 사법, 행정, 군사를 장악하고 국민 위에 군림했다.
교조적 도그마는 여성들의 히잡 착용을 강제하고,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마할레베(신에 대항하는 죄)’라는 명목으로 처형했다. 2022년 마사 아미니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에서 수백 명의 자국민을 살상한 것은, 종교가 권력의 시녀가 될 때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경제적 고립과 부정부패, 세습 독재와 다름없는 경직된 신권 체제는 이란을 문명 세계로부터 고립시켰다. 이는 아무리 신성한 가치를 내세워도, 인간이 그 권위를 독점하는 순간 국가는 파멸의 길로 접어든다는 역사의 엄중한 심판이다.
신이 되려는 인간, 파멸의 시작
인류 역사는 끊임없이 ‘자유’를 향해 나아가 왔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인간을 노예화하려는 거대한 기만책이 존재했다. 그 기만의 핵심은 ‘불완전한 인간이 스스로를 절대자 혹은 신의 대리자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성경의 십계명 제1계명은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고 경고한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교리를 넘어,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무한한 권위를 참칭할 때 발생하는 비극을 막기 위한 인류 생존의 마지노선이다.
유물론적 공산주의와 신권 정치적 사이비 종교는 인류를 위협하는 두 가지 형태의 전체주의로, 인간은 왜 결코 절대자가 될 수 없는지를 살펴보자.
유물론의 역설: 신을 몰아낸 자리에 들어선 인간 우상
공산주의는 종교를 ‘인민의 아편’이라 규정하며 영성과 신앙을 철저히 부정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신을 몰아낸 자리에 그들이 세운 것은 ‘살아있는 독재자’라는 거대한 우상이었으며,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천부인권을 부정하며 백성들을 괴롭혔다.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내부에 설치된 5m 높이의 김일성과 김정일의 천연색 전신 동상.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잔혹한 우상화의 역사를 살펴보자. 스탈린과 모택동은 유물론에 입각해 종교를 탄압했으나, 정작 본인들은 ‘태양’이나 ‘어버이’로 추앙받으며 수천만 명의 생명을 숙청과 기근으로 몰아넣었다.
북한 김일성 일가의 3대에 걸친 세습 독재는 공산주의와 전근대적 신권 정치가 결합한 최악의 형태다. ‘주체사상’이라는 이름 아래 김일성을 영생하는 신으로 받들며, 헌법보다 높은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10대 원칙’으로 인민의 정신까지 통제하고 있다.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와 쿠바의 카스트로는 국가 자원을 독점하고 개인숭배를 강요하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렸다.
이들에게 인간은 영적인 존엄성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당의 목적을 위해 소모되는 물질적 도구에 불과하다. 신을 부정하는 사탄적 사유는 결국 인간을 기계 부품으로 전락시켰다.
영혼의 약탈자들: 믿음을 사칭한 반사회적 사이비
공산주의가 총칼로 육체를 억압한다면, 신권 정치를 표방하는 사이비 종교는 ‘믿음’을 볼모로 자신을 ‘재림예수’ ‘보혜사’ ‘심판주’로 지칭하며 인간의 불안을 먹고 자란다. 반사회적 종교 집단들은 가정 파괴와 성 착취, 재산 갈취를 일삼고 있다.
1978년 가이아나에서 발생한 인민사원(People's Temple)사건은 교주 짐 존스의 강요 아래 900여 명이 집단 자살한 현대사의 비극이다. 일본의 옴진리교는 교주 아사하라 쇼코의 망상적 교리로 지하철 사린 가스 테러를 일으켜 무고한 시민을 살해했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백화점으로 불리며, 사이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많은 종교의 명멸을 목격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성직자’나 ‘지도자;라는 가면을 쓰고, 자신들만이 구원의 통로라고 주장하며 추종자들을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이다. 이는 종교의 본질인 사랑과 해방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정신적 감옥이자 전체주의다.
왜 인간은 절대자가 될 수 없는가
철학적, 신학적 관점에서 인간이 절대자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간은 ‘피조성(Creatureliness)’과 ‘한계성’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절대자는 우주, 자연, 인간을 창조하였고, 인간은 광대무변의 우주에서 먼지에 불과한 존재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서 아무리 뛰어난 사제, 목사, 승려 등 성직자나 정치인이라 할지라도 죽음과 질병, 오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는 순간, 그는 자신의 결점을 감추기 위해 거짓과 폭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석가모니는 인간의 생로병사의 운명을 깨닫고 구도의 길에 올랐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식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하며, 백악관에서 정기적인 기도회를 갖는 것은 권력자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절대자 앞에 겸허히 머리를 숙이는 민주주의의 영적 전통을 보여준다.
권력이 한 인간에게 집중되어 사유화되고 도그마(Dogma)에 빠지면, 비판적 사고는 마비되고 집단 광기만이 남는다. 중세 사제가 행한 마녀사냥과 면죄부 발행은 성직자의 외피를 쓰고 행하여진 악행이다. 진정한 종교적 리더십은 신 앞에 자신을 낮추는 ‘겸손’에서 나오지, 스스로 왕좌에 앉는 ‘오만’에서 나오지 않는다.
창조주 아래에서의 진정한 자유와 해방
인간이 전체주의 독재와 사이비 종교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진리 안에서의 분별력’을 회복하여 자유를 회복하는 것이다.
첫째, 모든 인간은 하느님(절대자) 앞에 평등하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을 신격화하는 모든 이데올로기와 교주는 우상에 불과함을 직시해야 한다.
둘째, 공산주의적 유물론이 초래하는 인간 존엄성의 파괴를 경계해야 한다. 절대자에 대한 신앙을 부정하고 인간의 권력을 절대화하는 사상은 결국 파멸에 이른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진리 그 자체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오직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겸허한 구도자일 때 비로소 가장 인간다울 수 있으며,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신의 왕좌에 오르려는 오만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과 파멸을 부른다.

◆ 신동춘 박사
행정학 박사,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 회장, 자유통일국민연합 대표.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후 공직 생활을 거쳐 기업 CEO, 대학 교수, 언론 기고, 저술, 글로벌항공우주산업학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