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광장을 상상해서 그린 그림.
아테네의 아침은 늘 소란스러웠다. 광장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누군가 연설을 했다. 전쟁을 주장하는 사람, 평화를 말하는 사람, 마케도니아를 비난하는 목소리,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외침. 말은 넘쳐났고, 사람들은 그 말 속에서 흔들렸다.
그 한가운데, 늘 조용히 서 있는 사람이 있었다. 장군 포키온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손을 크게 휘두르며 말하지 않았다. 길게 설명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말, 듣고 싶어 하는 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짧게, 단단하게 말했다.
“지금 전쟁은 이길 수 없다.”
이 한 문장으로 끝이었다. 사람들은 불편해했다. 그 말은 아테네 시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테네는 한때 그리스 세계를 이끌던 도시였다. 자존심이 있었다. 과거의 영광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 조용한 장군은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현실을 보자고 말했다.
그 시절, 광장에는 데모스테네스 같은 인물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케도니아와 싸워야 한다.”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분노가 힘이 되었다.
포키온은 그 옆에 서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사람들이 조용해지면 한마디를 던졌다.
“그 군대와 싸워서 이길 수 있나.”
분위기는 금세 식었다.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다. 듣기 싫은 말이었다.
그러나 전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기원전 338년, 카이로네이아 전투에서 아테네와 동맹군은 패배했다. 필리포스 2세와 그 아들 알렉산드로스의 군대는 강했다. 포키온이 말한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그는 영웅이 되지 못했다.
이상한 일이다. 틀리지 않은 사람이 존경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포키온이 그랬다. 그는 무려 45번이나 장군으로 뽑혔다. 사람들은 그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전쟁을 맡기면 믿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도 그는 사랑받지 못했다. 그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산도 모으지 않았다. 권력도 넓히지 않았다. 집은 소박했고, 생활은 검소했다. 그래서 개인적인 평판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정치의 세계에서는 늘 불리했다. 정치라는 것은 사실을 말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먼저 요구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렀다. 알렉산드로스가 죽었다. 그 순간, 억눌려 있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 아테네는 다시 마케도니아에 맞서려 했다. 광장은 다시 뜨거워졌다. 그때도 포키온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
“배신자다.”
그 한마디가 퍼지기 시작했다. 어제까지 장군이라 불리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적이 되었다. 재판이 열렸지만, 분위기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런 재판에 변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 판결이 내려졌다. 유죄. 그는 독배를 받았다. 포키온은 담담하게 잔을 들었다. 오래전, 소크라테스가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마셨다. 마지막까지 큰 말을 남기지 않았다. 늘 그랬듯이….
아테네는 다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생각하기 시작했다. 왜 그는 틀리지 않았는데 죽어야 했는가?
이 이야기는 오래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대한민국 보수우파 안에서도 포키온 같은 목소리가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포키온은 아테네에서 이 점을 정확히 짚었다. “지금 조건으로는 이길 수 없다.” 그 말은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밀려났다.
지금 보수우파가 겪는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불편한 현실을 말하면 내부에서 먼저 반발이 나온다. “왜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느냐.” “사기를 꺾지 말라.”
이런 말들이 반복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현실을 제대로 말하는 사람들은 점점 입을 닫는다. 남는 것은 구호와 확신뿐이다. 그리고 결과는 선거에서 참패로 드러난다.
포키온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사람이 적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복잡한 이론이 아니다. 숫자를 보는 습관, 조건을 따지는 태도, 불리한 사실을 인정하는 용기다.
보수우파가 이 기준을 세우지 못하면, 아테네에서 벌어진 일은 반복된다.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맞는 말을 고르는 것. 그 한 가지에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