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치권에서 들리는 “국가는 스스로 지켜야 하며, 타국에 의존하는 굴종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대한민국이 세계 5위권의 군사력과 강력한 방산 역량을 갖춘 만큼, 외국 군대 없이는 방위가 어렵다는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현 정부의 자주국방론은 겉으로는 주권 국가의 지상 과제처럼 보인다.
주권 국가로서의 자강(自强)론과 전쟁을 비롯한 연합전력 의사결정 측면에서 전작권 전환은 국민이 선동당할 측면도 있지만, 한미동맹의 지휘와 능력과 현대전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하면 “전작권 환수를 위한 독불장군식 자주국방론”은 동맹 균열과 안보 고립만 자초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세계 최강 미군조차 자주국방을 말하지 않고 나토(NATO)와 한미동맹 등 다자간 연합 방위를 안보의 핵심 축으로 삼는 이유는 첨단 정보 자산(ISR) 공유와 글로벌 공급망 없이는 독자적인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F-35 스텔스기 같은 최첨단 무기는 9개 동맹국의 기술 협력으로 탄생했고, 우리의 KF-21은 독자적 기술과 미국의 협력의 산물로서 한미동맹과 서방 네트워크 이탈 시 정상적인 전투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자주국방은 홀로 고립의 성벽을 쌓는 ‘홀로서기’가 아니라, 견고한 동맹과의 ‘어깨동무하기’다. 동맹과 함께 전쟁을 방지하고 전쟁이 나면 일거에 적을 제압하는 ‘전략적 지렛대’, 지탱할 수 없는 상상 속 ‘자립 유토피아’가 아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으로 동맹의 힘을 자국의 방패로 치환하는 ‘지능적 연합체’, 고립된 독주가 아니라 서로 상생하는 ‘연합의 중추’로서 주권을 수호하고 전쟁을 방지하는 능동적 평형감각이다.
1. 완벽한 자주국방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안보 유토피아
현대 군사학의 관점에서 동맹의 조력 없이 홀로 안보를 책임지는 ‘순수 자주국방’은 실현 불가능한 이론적 가설에 가깝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조차 국방전략서(NDS)를 통해 '동맹'을 생존의 필수 자산으로 규정하며, 나토(NATO)와 더불어 ‘인도-태평양 격자형 안보 체제’와 쿼드(QUAD)와 오커스(AUKUS) 같은 ‘다층적 소다자 협력체’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전 지구적 위협을 미국의 역량과 자원만으로 통제하는 것이 경제적·전략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 같은 핵보유국들조차 독자 노선 대신 글로벌 정보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현실은 현대 안보가 더이상 고립된 성벽이 아닌 촘촘하게 연결된 그물 체제임을 방증한다.
이러한 안보의 상호의존성은 현대전의 핵심인 정보 자산(ISR)과 기술 공급망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중동전 아랍에미리트에서 진가를 보인 '천궁-II'도 미군의 정보와 연동했기에 97% 요격률이 가능했다. 대한민국이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정찰위성을 보유하더라도 전 세계를 24시간 감시하는 미국의 방대한 신호 정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F-35 스텔스기 사례처럼 첨단 무기는 이미 수십 개국의 기술 협력으로 만드는 연합 구조다.
2. 전작권 전환과 자주국방보다 전략적 자율성이 필요한 이유
전작권 전환과 자주국방은 감정적 홀로서기보다 '전략적 자율성'이 더 중요하다.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은 국제적 상호의존과 동맹 체제 속에서도 국가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사안을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이다. 고립된 자급자족이 아니라, 동맹으로서 할 바를 다하여 '의사결정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자율성은 동맹이라는 날개를 달되, 비행의 방향은 스스로 결정하는 전략적 실력을 의미한다. 한미동맹이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핵심 역량을 공유함으로써 서로가 더 강해질 수 있을 때 동맹도 비로소 대등하고 공고한 동맹체로 완성된다.
독자적 정찰위성과 무인 전투 체계 같은 '우리의 눈'을 갖추고, 미사일 유도 알고리즘 국산화는 국익이 걸린 결정적 순간에 타국의 정보 가공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지렛대를 만드는 일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동맹 내에서 자주라는 민감한 발톱을 드러내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는 실질적인 힘이자 대안이다.
‘우리 손으로 다 만든다’는 폐쇄적 국산화 고집은 결국 기술적 낙후와 천문학적 예산 낭비로 오래 버티지 못한다. 방위산업은 이제 비용을 넘어 국가 성장 동력이자 생존의 보루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증명하듯 자국 내 기술 기반과 생산 능력은 전쟁 지속 능력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결국 우리의 자주국방은 첨단 기술로 저출산으로 인한 인력 부족의 한계를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로 극복하고, 기술 패권을 바탕으로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고도로 설계된 안보 경영이어야 한다.
3. 능력과 대안 없는 감상적 전작권 전환과 자주국방론은 안보 자살
특히 핵 억제력과 위성 정보 등 핵심 자산을 동맹에 의존하는 현실을 부정하며 전작권 환수를 요구하여 동맹국으로부터 불신받는 태도는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새끼 사자도 어미 곁을 떠나는 순간 하이에나의 밥이 된다. 우리가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실질적 능력과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로서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증명할 때 대한민국은 거친 국제 질서 속에서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의사결정권을 쥐게 될 것이다.
안보주권은 스스로 책임지는 자의 몫. 우리의 자주국방은 미군으로부터 벗어나 폐쇄적인 성벽을 쌓는 고립주의가 아니다.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쟁을 방지하고 국익을 창조하는 안보의 자존감 기초 위에 강력한 3축 체계와 방산 역량을 갖추며, 정보 자산의 독립과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보의 최종 책임을 스스로 지는 ‘성숙한 주권 국가’로 거듭나기 전에는 전작권 전환과 자주국방은 위태로움의 동의어일 뿐이다. 안보라인부터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각성하길 바란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