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독미군 5천명을 감축하기로 한 가운데 유럽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는 대서양 동맹의 균열과 이에 따른 안보·경제 리스크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2일(현지시간) 주독미군 철수 자체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산 자동차 관세 인상, 장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 철회, 이란 전쟁의 여파가 유럽에 훨씬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유럽 입장에서 5천명의 병력 감축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란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무기고가 급격히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은 대략 3만6천명으로 순환 배치와 훈련 상황에 따라 4만명에 가까울 때도 있다. 이 가운데 5천명이 줄어든다고 독일 안보에 당장 직접적인 악영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주독미군 감축 규모가 당초 국방부가 제시한 5천명보다 더 클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을 파악하기 미국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이 2024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약속했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과 다크 이글 극초음속 미사일 부대의 독일 배치로 철회하기로 한 점을 안보 측면의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꼽는다.
니코 랑게 전 독일 국방부 정무실장은 "유럽이 심각한 안보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재래식 억지력의 공백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며 "유럽은 아직 해당 능력을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 [EPA=연합뉴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석유 제재를 유예하는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해 무드를 조성하는 것도 유럽에는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휴전 시도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일에 국한해서 보면 경제적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고 WSJ은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최근 발표하면서 독일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미 지난해 시작된 무역 전쟁으로 독일의 대미 수출은 급감한 상태다.
독일 정부는 국방비 증액과 공공 인프라 투자를 통해 성장을 견인하려고 했지만,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러한 계획은 수포로 됐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됐으며, 기업 신뢰도는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적으로도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취임 이후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한 메르츠 총리는 전후 독일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총리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정치적 영향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대서양 공동체에 가장 큰 위협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진행 중인 우리 동맹의 해체"라며 "이 재앙적인 추세를 되돌리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