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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진 소방칼럼] 건축의 발전을 막는 소방법, 이제는 AI 소방으로 개선
  • 조영진 대표
  • 등록 2026-05-07 14: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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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건축은 단순히 비바람을 피하는 공간을 넘어 도시의 얼굴이자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진화하고 있다. 미적 감각과 안전과 실용이 융합된 건축,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하는 열린 공간, 물결치는 듯한 곡면 유리 벽체, 인공지능(AI)이 관리하는 스마트 빌딩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의 건축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진화의 이면에는 40년 전의 물리적 소방 차단 원리가 건축가의 상상력과 산업의 효율성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 바로 경직된 ‘소방법’이다.

 

∆면적 기반의 제연 및 방화구획 규정 개선

 

현행법은 화재 위험도나 건축물의 특성과 관계없이 일정 면적마다 방화벽이나 셔터, 제연 경계벽을 설치하도록 규제한다. 이로 인해 건축가가 공들여 설계한 개방형 로비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흉물스러운 유리 벽에 조각나고, 물류창고의 거대한 자동화 라인은 기계적으로 세워진 방화벽에 가로막혀 물류 흐름을 방해한다. 

 

‘안전’을 위한 규제가 역설적이게도 실제 현장에서는 건축 효율성을 저해하고 새로운 위험을 낳는 ‘칸막이 규제’가 된다. 이러한 법적 경직성은 최근 발생한 대형 물류창고나 자동차 부품 공장의 화재에서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고분자 화합물이 타오를 때 발생하는 강력한 검은 연기 (濃煙)는 기존 제연 설비의 용량과 기능을 순식간에 압도한다. 또한, 층고가 높은 대형 공간에서 법 규정에 따라 천장에만 설치된 감지기는 연기가 상부에 도달할 때까지 침묵한다. 이미 인명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울리는 경보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화재 발생시 연기가 못 들어오게 피난길에 공기막을 치는 ‘급기가압 시스템’은 피난 문을 너무 무겁게 만들어, 정작 위급 상황에서 어린이나 노약자가 문을 열지 못하는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물리적 차단에만 의존하는 수동적 방재 시스템 개선

 

물리적 벽으로 공간을 단절하는 20세기형 수동적 방재는 건축 미학을 해치고, 오작동 시 피난 경로를 오히려 차단하는 2차 피해를 낳는다. 이제는 AI 화재 예측과 음장 센서, IoT 무선 방재 네트워크를 결합한 ‘능동적 제어’가 대안이다. 기술은 이미 21세기에 와 있는데, 법은 여전히 20세기의 ‘철제 문’ 안에 갇혀 있는 셈이다. 낡은 규제를 넘어 기술 중심의 유연한 안전 설계가 시급하다.

 

AI 기반의 실시간 화재 예측(FIRE4CAST)이나 음장 센서(Sound-field sensor)같은 혁신적 대안이 있다. 불꽃이 번지기 전 ‘골든타임’ 내에 기류를 분석하고 최적의 배연 경로를 여는 ‘능동적 제어’가 가능해진 것이다. 지능형 수막 시스템과 스마트 댐퍼로 기류를 다스려 개방감을 유지하면서도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한다. 

 

 

∆신기술 도입을 막는 법에 명시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 개선

 

IoT 통합 관제나 무선 화재 감지 시스템 같은 혁신적인 AI 소방 기술이 개발되어도 낡은 법적 기준에 가로막혀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건축물의 용도와 특성에 맞춰 설계자가 자율적으로 방재 성능을 구현하는 ‘성능위주설계(PBD)’를 도입했지만, 보수적인 심의 관행과 책임 회피로 인해 결국 기존 법규의 틀을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제 소방 행정의 패러다임을 ‘차단’ 중심에서 ‘관리와 성능’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벽의 위치를 따지는 사양 규제 대신, ‘연기 거동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피난 시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과학적 접근이 보편화되어야 한다. 물리적인 벽 대신 강력한 수막(Water Curtain)으로 화염을 차단하는 기술처럼 건축의 개방성과 안전을 동시에 잡는 신기술을 과감히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건축은 ‘예술’이고 소방은 ‘과학’이어야 한다. 

 

건축이 도시의 얼굴이라면, 소방은 그 얼굴을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혈관이다. 건축가의 상상력을 억압하는 독소 조항을 걷어내고 디지털 트윈과 AI 기술이 숨 쉴 수 있는 ‘기술 중립적 소방법’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안전은 규제의 양이 아니라 기술의 질에서 나온다. 

 

소방청과 국토부는 현재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협조하여 낡은 빗장을 풀고, AI 기반 지능형 소방과 창의적 건축이 공존하는 시대로 나아가는 법안과 시행령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하여 대한민국 건축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임을 다해야 한다. 





◆ 조영진 대표

 

로제AI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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