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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장동혁 외신기자회견, ‘솔직했지만 아쉬웠다’
  • 김영 기자
  • 등록 2026-05-09 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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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신 질문은 계엄·탄핵에 쏠리고 대중 관계로 확장됐다
  • 장동혁은 피하지 않았지만, 의제 전환은 부족했다
  • 야당 대표라면 법치·선거주권 문제를 더 밀어붙였어야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승전 공소취소특검이어야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노선, 한미동맹,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북 인식, 공소취소특검, 개헌 추진 문제를 비교적 분명하게 제기했다.

 

모두발언의 중심은 계엄이 아니었다. 장 대표가 외신 앞에 꺼낸 핵심 메시지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법치와 안보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문제 제기였다.

 

장 대표의 장점은 솔직함과 논리성이다.

 

외신 기자들이 계엄과 탄핵 문제를 묻자, 그는 답변을 피하지 않았다. 


계엄 해제 표결에는 찬성했지만, ‘계엄 이후 정국을 수습하는 방식이 반드시 탄핵이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내부가 스스로 탄핵의 문을 열어준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적으로 안전한 답변은 아니었다. 그러나 장 대표는 적어도 자신의 의중을 감추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외신 기자회견은 국내 기자회견보다 훨씬 위험한 자리다. 


외신은 한국 정치의 약점을 국제적 시각에서 묻지만, 국내 올드 미디어는 그 답변 가운데 가장 논쟁적인 대목을 다시 국내 정치 프레임으로 재가공한다.

 

실제로 회견 이후 보도 흐름은 장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제기한 한미동맹, 전작권, 공소취소특검, 개헌 문제보다 계엄·탄핵·종교 발언 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선거철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흐름이었다.

 

기승전 ‘공소취소특검’이어야 했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회견은 기승전 공소취소특검이어야 했다. 


외신이 계엄을 물어도 답은 공소취소특검으로 갔어야 했다. 

탄핵을 물어도 답은 공소취소특검으로 갔어야 했다. 

한미동맹을 물어도 “법치가 무너지면 동맹 신뢰도 흔들린다”는 구조로 연결했어야 했다.

 

장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꺼낸 가장 강한 문제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에게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 권한까지 부여하는 문제는 단순한 여야 공방이 아니다. 


현직 대통령이 자기 사건의 재판을 사실상 제거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가의 문제다. 법 앞의 평등, 권력분립, 사법 독립이라는 민주국가의 기본 원칙과 직결된다.

 

국내 정치권에서는 ‘공소취소특검’이라는 표현이 통할 수 있다. 


그러나 외신 앞에서는 이 쟁점을 “현직 대통령 본인 사건의 기소를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 “권력자가 자신의 재판을 제거하는 구조”, “법 앞의 평등 원칙의 붕괴”라는 국제적 문장으로 번역했어야 했다.

 

외신이 계엄을 물었다면 장 대표는 계엄 답변 끝에 이렇게 치고 나갔어야 했다.

 

“계엄과 탄핵 논란을 묻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 자유민주주의가 직면한 더 직접적인 위협은 현직 대통령 사건의 공소를 사실상 취소할 수 있는 특검법이다. 대통령이 자기 사건을 지우는 구조가 가능하다면 그것이야말로 법치주의의 위기다.”

 

이 한 문장이 있었다면 회견의 중심은 달라질 수 있었다. 


계엄 프레임을 방어하는 회견이 아니라, 공소취소특검을 국제사회에 고발하는 회견이 될 수 있었다.

 

대중 관계도 선거주권으로 갔어야 했다

 

대중(對中) 관계에서도 비슷한 아쉬움이 남는다.

 

장 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대중 외교 기조와 한미동맹 약화 가능성에 대해 비교적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러나 중국의 선거 개입 의혹이라는 직설적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이 표현은 외교적으로 부담이 큰 말이다. 정부 당국자라면 한중 관계, 경제 의존도,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 대표는 외교 당국자가 아니다. 야당 대표다. 야당 대표의 강점은 외교적 수사 뒤에 숨겨진 민주주의의 본질 문제를 직접 제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중국 정부 또는 관련이 의심되는 자들이 정치·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캐나다, 영국, 호주, 미국 등 여러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개적으로 다뤄진 바 있다. 

 

따라서 장 대표가 외신 앞에서 제기했어야 할 질문은 단순한 반중 정서가 아니었다.

 

핵심은 ‘중국을 포함한 외국 세력이 한국의 선거 여론, 정보 환경, 선거관리 신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검증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이것은 외교 공방이 아니라 선거 주권의 문제이고, 법치주의의 문제이며, 민주주의 방어의 문제다.

 

장 대표는 법치주의의 위기를 강조하면서도 대중 관계에 있어서는 외교 당국자의 언어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바로 그 점에서 야당 대표라는 장점을 스스로 약화시켰다. 외교 당국자가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말할 수 있어야 야당이다.

 

특히 외신 기자회견은 외국 세력의 선거 영향 가능성을 국내 진영 공방이 아니라 국제 민주주의의 공통 의제로 번역할 수 있는 자리였다. 장 대표는 대중 관계의 위험성을 말했지만, 그것을 선거 주권의 위기로까지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야당 대표의 언어가 필요했다

 

이번 회견은 그래서 장동혁 대표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그는 숨지 않았다. 불리한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계엄과 탄핵을 둘러싼 자신의 생각도 비교적 솔직하게 밝혔다.

 

그러나 선거철 야당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솔직함만이 아니다. 상대가 만든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상대가 피하고 싶은 질문을 의제로 올리는 공격성이 필요하다.

 

민주당과 좌파 성향 매체가 원하는 구도는 분명하다. 국민의힘을 정책 대안 정당이 아니라 계엄과 탄핵의 그림자 속에 묶어두는 것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만들어야 할 구도는 이재명 정부의 법치 리스크, 한미동맹 리스크, 선거 주권 리스크다. 장 대표의 모두발언은 후자를 향했다. 그러나 질의응답과 보도 흐름은 전자로 이동했다.

 

솔직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장동혁 대표의 외신기자회견은 “솔직했지만 아쉬웠다”는 평가가 적절하다.

 

그는 본질을 말했다. 그러나 본질을 회견 전체의 종착지로 만들지는 못했다. 

 

계엄 프레임을 피하지 않았지만, 계엄 프레임을 법치 프레임으로 되돌리는 데는 충분히 성공하지 못했다. 

 

대중 관계를 비판했지만, 외국 세력의 선거 영향 가능성과 선거 주권 문제를 외신 의제로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외신 앞에서는 국내 정치 용어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의 법치 위기를 국제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바꿔야 한다. 

 

계엄을 묻는 질문 앞에서 공소취소특검을 말할 수 있어야 했다. 대중 관계를 말할 때는 선거 주권과 외국 세력 개입 가능성까지 검증 의제로 밀고 들어갔어야 했다.

 

장 대표는 솔직했다. 그러나 솔직함만으로 선거 프레임을 이기기는 어렵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방어적 해명이 아니라 의제의 재배치다. 

 

외신의 질문에 답하는 야당을 넘어, 외신이 물어야 할 질문을 제시하는 야당이 되어야 한다. 이번 회견의 아쉬움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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