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장수 대구 중구청장 예비후보가 27일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민의힘 대구 중구청장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장수 경선 거부가 던진 질문… “절차 하자가 후보 자격 회복인가”
국민의힘 대구 중구청장 예비후보 경선을 둘러싼 공천 과정에서 이례적 장면이 나왔다. 정장수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27일 경선이 진행되기도 전에 경선 불참 의사를 밝힌 것이다.
공천에서 배제된 후보가 경선을 요구하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경선 기회가 열린 후보가 오히려 경선 참여 자체를 거부하는 일은 드물다. 정 전 부시장의 선택이 단순한 공천 불복과 다르게 읽히는 이유다.
정 전 부시장이 밝힌 경선 거부 이유도 이례적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류규하 후보(현 중구청장)를 둘러싼 성추행 의혹을 거론하며 “성추행 의혹 가해자와 경선하는 것은 스스로 그의 후보 자격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선에서 이기느냐 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선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상대 후보를 정상적인 공직 후보로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판단이다.
이 대목에서 빠뜨릴 수 없는 사실이 있다. 국민의힘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회가 1차적으로 류 후보를 배제하고 정 전 부시장을 단수 추천했다는 점이다.
공관위가 사법기관처럼 성추행 의혹의 진위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판단에서 해당 의혹을 공직후보 자격 심사의 중대한 결격 사유에 준하는 사안으로 본 것 아니냐는 해석은 가능하다.
이후 쟁점은 류 후보의 성추행 의혹 자체에서 정 전 부시장 단수추천 절차 문제로 옮겨갔다. 류 후보 측과 일부 관계자들은 정 전 부시장 단수추천 의결이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전 부시장 측은 류 후보가 이미 후보 자격 심사에서 배제된 이상, 남은 후보가 한 명인 상황에서 단수추천은 자연스러운 후속 절차였다는 입장이다. 절차 하자 여부 역시 확정된 사실이라기보다 당규 해석을 둘러싼 논란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절차 논란이 곧바로 류 후보의 자격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설령 단수추천 의결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면 공관위가 다시 따져야 할 것은 정 전 부시장 단수추천 절차였다. 정 전 부시장에 대한 단수추천을 다시 의결하거나, 필요하다면 류 후보를 배제한 상태에서 후보군을 새로 심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었다.
반대로 공관위가 류 후보를 다시 경선 대상에 포함시키려면, 먼저 1차 배제 판단 자체를 왜 뒤집었는지 설명했어야 한다. 단수추천 정족수 논란은 단수추천 절차의 문제이지, 류 후보의 후보 자격이 자동으로 회복됐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사부재리 원칙의 취지를 참고할 수 있다. 물론 법률상 일사부재리 원칙이 정당 공천심사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기구가 동일 사안에 대해 단기간에 판단을 뒤집을 때에는 새로운 사정이나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절차 안정성의 원칙은 공천심사에도 중요하다.
공관위가 하루 전 류 후보를 배제했다면, 하루 뒤 류 후보를 경선장에 다시 세우는 결정에는 그 배제 판단을 번복한 이유가 제시돼야 한다. 만약 공관위가 재의결 과정에서 공천 배제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다시 판단했다면, 이는 단순한 절차 보정이 아니라 1차 후보 자격 판단의 번복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공관위는 왜 하루 전 판단을 유지할 수 없었는지, 어떤 근거로 류 후보의 경선 참여 자격을 회복시켰는지 설명해야 한다.
정 전 부시장의 경선 거부는 바로 이 지점에서 힘을 얻는다. 그는 공관위가 한 차례 후보 자격 문제로 류 후보를 배제했는데도, 절차 논란을 거쳐 류 후보가 다시 경선장에 들어오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 경선에 참여하는 순간 자신도 류 후보의 공직 후보 자격을 인정하는 모양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성추행 의혹 자체는 아직 어느 쪽 주장이 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류 후보 측은 해당 의혹을 4년 전 일을 선거 직전 꺼낸 정치공세로 보고 있으며, 고소나 수사, 사법적 판단도 없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반면 정 전 부시장 측은 피해 주장자의 탄원서가 공천심사 과정에 제출됐고, 공관위가 한때 류 후보를 배제했다는 점을 들어 단순한 선거용 투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공관위의 고민도 이 대목에서 읽힌다. 성추행 의혹의 진위를 법적으로 확정할 수는 없지만, 공당의 후보 검증 과정에서 중대한 의혹을 완전히 외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공관위는 한 차례 류 후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후 절차 논란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후보 자격 판단과 단수추천 절차 문제가 뒤섞였다는 점이다. 단수추천 의결 방식에 문제가 있었는지와 류 후보가 공직 후보로서 다시 경선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 때문에 이번 사안을 일반적인 공천 불복으로만 보기 어렵다. 통상 공천 갈등은 여론조사 방식, 공관위 구성, 지역 정치인 개입, 경선 룰의 유불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정 전 부시장의 주장은 그보다 앞선 질문을 던진다.
누가 경선에서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그 후보와 경선을 치르는 것이 공당의 후보 검증 기준에 맞느냐는 문제다.
정치적으로 보면 손해를 감수한 선택일 수 있다. 아직 경선이 진행되지 않았고 정 전 부시장이 참여한다면 다시 국민의힘 후보가 될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정치인은 보통 열린 기회를 붙잡는다. 그러나 정 전 부시장은 그 절차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성비위 의혹이 제기된 후보의 자격을 인정하는 행위가 된다고 봤다.
승패 이전에 경선 참여의 의미를 문제 삼은 셈이다.
정 전 부시장은 류 후보 고발 방침과 공천심사 자료 유출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그는 성추행 피해 주장자의 탄원서가 외부로 유출돼 언론에 공개됐고, 사전심사용 여론조사 결과도 특정 후보에게 흘러가 홍보자료로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성추행 의혹의 최종 진위와 별개로, 공천심사 과정에서 제출된 민감한 자료가 어떻게 관리됐는지도 앞으로 확인돼야 할 쟁점이다.
이번 사안은 국민의힘 대구 중구청장 후보가 누가 되느냐를 넘어선다.
공당은 성비위 의혹이 제기된 후보를 어떤 기준으로 검증해야 하는가. 사법적 확정 판단이 없으면 어떤 의혹도 후보 자격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가. 반대로 의혹만으로 후보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면 그 기준과 절차는 어디까지 엄격해야 하는가.
공천 잡음은 대개 자리다툼으로 끝난다. 그러나 정장수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의 경선 불참 선언은 다른 질문을 남겼다.
절차 논란이 후보 자격 회복의 근거가 될 수 있는가. 같은 공관위가 하루 만에 후보 자격 판단을 뒤집을 수 있다면, 그 설명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정 전 부시장의 경선 거부가 이례적이고 신선한 충격으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