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부정선거, 음모론 치부한 내가 틀려… 엎드려 사죄한다”
김영환 전 충북도지사가 수사 착수 단계에서 속속 드러난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율 조작과 불법 부정선거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전국적인 재선거 실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 전 지사는 25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와 서울 송파구·강남구·서초구 선관위, 충청도 일대 선관위를 대상으로 공전자기록 위작 및 변조 혐의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단서들에 대해 “국민을 개돼지로 보나, 이래도 침묵하라고?”라며 격분을 금치 못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공사는 비행기 모는 법을 안 가르친다!”
“육사·해사·공사는 일반 대학 교육 과정과 똑같다!”
김병주 의원이 모방송국에 출연하여 발언한 내용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방의 중추’를 허물고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발상을 내놓았다. 군의 정체성을 가볍게 입에 담는 이들의 오만한 언사, 양심마저 마비된 저들의 실체는 무엇일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해본다.
사관학교가 그저 평범한 학위 취득 기관인가. 군인으로서 뼛속 깊은 각성과 함께 군인 정신 배양마저 주특기 교육에 불과하다고 인정하려니 참담함을 넘어 허탈감이 밀려 온다.
사관학교는 학점을 채우기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목숨을 던져 방파제가 되겠다는 맹세를 새기고, 군사 기초지식의 축적은 물론 군인정신과 무사의 정신을 가슴에 각인하는 성소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적의 총구 앞에 망설이지 않는 용기와, 군문(軍門)이 지녀야 할 엄숙한 도덕적 책무를 배웠다.
돌이켜 보면 약관 20세에 자발적으로 자유를 반납하고 24시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던 시간이었다. 만약 그런 가운데 미래전을 이유로 이것 저것 마구 섞은 비빔밥 교육을 받았다면 너무 산만하고 혼란스러워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합참에 요구할 미래전에 대비한 정교한 합동성을 생도에게 요구하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찾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이다.
4년의 생도 생활 동안 자기를 이겨내는 금욕과 자부심, 깊은 성찰과 몸을 넘어서는 수양을 거쳤기에, 지금도 극심한 통증을 견디며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다. 인간은 고독하게 신독(慎獨)을 지키며 처절하게 수련한 만큼 성장하는 법이다.
자연의 법칙은 거스를 수 없다. 같은 물을 먹고 독사는 독을 만들고, 소는 우유를 만든다. 본성의 중요성을 다루는 화두다. 같은 사관학교를 나왔어도 정신이 다르면 모교 폐교에 앞장을 선다. 폐교를 주장하는 그들이 생도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짐작이 간다.
맹독을 품은 뱀은 제 본성에 따라 독을 품어 스스로를 지키고, 초원의 소는 묵묵히 풀을 씹어 생명을 살리는 우유를 짜낸다. 이처럼 각자의 존재 이유는 그 본질과 뿌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육군·해군·공군이 각기 다른 군복을 입고 푸른 바다와 거친 대지, 창공을 수호하는 이유는 각 군이 지닌 고유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그 속에서 빚어지는 독보적인 '본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군별 고유한 군사 교육과 군별 정체성을 하나의 용광로에 짓이기겠다는 것은, 뱀과 소에게 우유와 독을 함께 합동으로 짜내라고 강요하는 것만큼이나 무지하고 자연 본성에 반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전쟁의 양상이 변하고 첨단 기술이 도입된다 하여 군인의 혼과 정체성마저 지워버릴 수 있는가. 장수와 군인이 가져야 할 기개는 최첨단 무기가 생겨난다고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피로 지킨 안보 역사와 눈물로 체득하고 다져진 군 전통의 산물이다.
군인 정신을 모르는 이들이 국방을 논하고, 사관학교의 참된 의미를 깎아내리며 통합이라는 미명 아래 군의 뿌리를 흔드는 것은 군의 근간을 흔드는 역적 행위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국가를 지키는 군의 본질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비민주적인 상명하복을 체득하고 부드러운 화합의 도구가 아니라, 거친 전장에서 적을 제압하는 날카로운 검이어야 한다.
소는 소의 우유를 품어 헌신하듯, 육·해·공 사관학교는 저마다의 긍지와 전통 속에서 단단한 무사의 기개와 희생정신을 길러내야만 한다.
군의 본질과 군사 원리와 군인의 본분을 망각한 채 엉뚱한 통합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경고한다.
군의 정통성을 해체하고 군의 영성을 허무는 그 오만한 실험을 당장 멈추라.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