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 기자회견 [신화통신]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에 대해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이라며 즉각적인 휴전과 정치적 해결을 촉구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과 협력을 강조하면서 양국이 고위급 교류를 준비하며 불필요한 방해를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8일 오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교 분야 기자회견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모두 21개(중국 매체 10개·외신 11개) 질문에 답변하며 올해 중국 외교정책 방향 등을 이같이 설명했다.
왕 부장의 전인대 기자회견은 2014년 이후 12번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기자회견 [신화통신]
◇ "무력으로 문제 해결 안돼…협상 테이블 복귀해야"
왕 부장은 먼저 이란 전쟁과 관련해 "중동이 전쟁의 불길에 휩싸인 상황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 본래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이며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전쟁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자 흉기야, 불가불심용'(兵者, 凶器也, 不可不审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전국시대 사상가 한비자의 저서에 나오는 문장으로 '전쟁은 재앙을 부르는 수단이기 때문에 사용하더라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역사는 무력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줬다"며 "무력 충돌은 새로운 증오와 위기를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왕 부장은 이란과 중동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 원칙으로 국가 주권 존중, 무력 남용 반대, 내정 불간섭, 정치적 해결을 제시한 뒤 "주권은 현 국제질서의 기초로, 이란과 걸프 지역 국가들의 주권과 안전, 영토 보전은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힘이 강하다고 해서 반드시 도리가 강한 것은 아니다"라며 "세계가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그러나 미국의 이란 침공을 비판하면서도 미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각국은 가능한 한 빨리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평등한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며 "특히 주요국들은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기자회견 [신화통신]
◇ "미중 고위급교류 준비해야…불필요한 간섭 배제"
왕 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중미 관계는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양국이 서로 교류하지 않으면 오해와 오판이 생기고 결국 충돌과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중국과 미국은 모두 대국이기 때문에 서로를 바꿀 수는 없지만 서로를 대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며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평화 공존의 원칙을 지키고 협력과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 정상의 소통이 관계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양국 정상은 최고 수준에서 좋은 교류를 유지해 왔고 이는 중미 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중요한 전략적 보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인식한 듯 "올해는 중미 관계에서 중요한 해"라며 "고위급 교류 일정이 이미 논의되고 있는 만큼 양측이 충분한 준비를 하고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측은 존재하는 이견을 관리하고 불필요한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중국의 태도는 항상 적극적이고 개방적이며, 중요한 것은 미국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양국이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 목록을 늘리고 문제 목록을 줄여나간다면 2026년이 중미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상징적인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기자회견 [신화통신]
◇ 일본에 역사 반성 촉구…"대만문제는 중국의 내정"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관계가 악화한 일본을 향해서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올해가 도쿄재판 개정 80주년이라는 점을 언급한 뒤 "80년 전 11개국 판사들이 2년 반에 걸친 재판을 통해 일본 군국주의의 침략 범죄를 명확히 했다"며 "도쿄재판은 인류의 양심과 역사적 정의를 보여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1946년 5월부터 1948년 11월까지 열린 도쿄재판은 제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주요 전쟁범죄자 처리를 위해 열린 재판을 말한다.
왕 부장은 "역사는 일본에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주고 있다"며 "일본 국민이 눈을 똑바로 뜨고 누군가 다시 과거의 길을 되풀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이라며 "중국의 대만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본이 어떤 자격으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중국과 14억 중국 인민은 어떤 세력도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거나 침략을 정당화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와의 관계 대해서는 '풍우부동안여산'(風雨不動安如山·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산처럼 편안하다)는 두보의 시를 인용하며 양국관계가 외부 환경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왕 부장은 한국 언론의 질문을 받지 않았고 한중 관계나 북한 등 한반도 문제에 관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