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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안식을 주는 시대는 불의의 시대”… 김규나 ‘소설 같은 세상’ 301회
  • 임요희 기자
  • 등록 2026-03-11 12: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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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도 없이 100만 원 벌금형 때린 검찰
  • 김규나, 정식재판 청구… 4월 초 1심 열린다

아지즈 네신의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푸른숲

김규나 작가는 페이스북에 연재 중인 ‘소설 같은 세상’ 301회에서 자신이 당한 일이자 우리 모두가 당면한 문제인 ‘말할 자유’에 대해 다뤘다.

 

“파출소장은 담배 연기를 뿜어대면서 나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 그런데 자네 죄목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군. 도둑도 아니고, 소매치기도 아니고, 마약상도 아니고, 밀매꾼도 아니라고 하고…. 

 

- 전 작가인데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 자네, 유배 온 거지? 그렇지? 

 

- 네. 

 

파출소에서 나오는데 소장이 내 등에 대고 말했다. 

 

-내가 책을 많이 안 읽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안 그랬다면 나도 화를 입었을 거야.”

 

이 글은 김 작가가 인용한, 아지즈 네신의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의 한 대목이다. 김규나 작가의 사정을 알고 있는 나로선 어, 본인의 이야기인가? 잠시 헷갈렸다.

 

지식인 특히 작가에 가해지는 폭력이 어떻게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게 없을까. 

 

11일 김규나 작가에 따르면 터키의 국민 작가 아지즈 네신은 1947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경찰에 체포되어 유배형을 당한다. 당시 중도좌파를 지향하던 터키 정부는 ‘국가 이익 위배’라는 모호한 잣대를 들이대며 작가의 입을 막으려 했다. 

 

김 작가는 유배지의 파출소장과 작중 화자의 짧은 대화야말로 “권력이 사상을 통제하고 펜을 꺾으려 할 때 벌어지는 비극과 희극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전한다.

 

작가의 입을 틀어막는 사회

 

김 작가로부터 10일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다는 소식을 직접 전해 들었다. 무료 변론을 해주기로 했던 변호사가 개인 사정으로 사임해, 이번엔 정식으로 계약했다고 한다. 

 

사건위임계약서. 김규나 페이스북

사건위임계약서(형사)에 도장을 찍고 오는 그에게 “응원한다! 싸우자!”고 했다. “나도 작가다. 당신이 물러서면 아 나라 정의가 후퇴한다”고 했다.

 

작가로 호명되던 ‘김규나’에게 ‘피고인’이라는 새로운 호칭이 더해졌다. 4월 열리는 법정에서 그는 그렇게 불릴 것이다. 

 

사건명 ‘5·18민주화운동등에 관한특별법위반’. 사건은 2024년 10월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규나는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상 작가의 작품이 담고 있는 역사 왜곡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비판 없이 찬양하는 세태에 대해 ‘부끄럽다’고 썼다”. 

 

그런데 이 말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될 줄이야.


“다음 날부터 내 이름과 사진은 지상파 뉴스와 수많은 언론 매체에 도배되었다. 전 국민이 축제를 벌이는데 ‘감히’ 축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는 순식간에 공공의 적이 되었다. 내가 그렇게 영향력 있는 사람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사흘 뒤인 10월13일, 김규나는 자신을 향한, 자신의 글에 대한 악플, 비판의 글에 맞서 다시 글을 썼다. 

 

“지성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듯, 오십팔은 명단도 공개할 수 없는 수많은 유공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무장반란을 우리 젊은 군인들이 목숨 바쳐 진압, 국가와 국민을 지킨 사건이다. 당시는 광주사태라고 불렸는데 언제부턴가 민주화 운동이라는 이름의 성역이 되어버렸다. 진압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오늘의 자유 대한민국도 없었다.”

 

그러자 시민단체가 그를 고발했다. 

 

김 작가는 “경찰 조사를 받았고 검찰에 기소되었다. 한강에 대한 명예훼손 건은 기각되었으나, 5·18 특별법 위반으로 2025년 8월,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재판도 필요 없으니 유죄라는 뜻이었다”고 당시의 일을 반추했다. 

 

“특정 세력이 성역화되는 것 두고 봐야 하나?” 

 

김규나는 묻는다.

 

“‘김일성 만세’를 외칠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왜 특정 세력이 성역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낼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가. 역사의 한 귀퉁이에 대해 작가로서 피력한 소신이 어떻게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100만 원 벌금형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김규나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그리고 오는 4월 초, 첫 재판이 열린다. 알다시피 변호사 수임료는 100만 원 벌금을 훨씬 상회한다. 더 큰 비용적 대가를 치르고라도 그가 재판을 불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작가 김규나는 말한다.

 

“표현이 화를 부르고, 침묵이 안식을 주는 시대는 불의의 시대다. 모든 것을 적당히 하고, 권력의 비위에 맞추어 펜을 굴려야 안전한 사회는 이미 죽은 사회다. 

 

스파이 활동을 하지 않은 이상, 우파든 좌파든 중도든, 그 의견이 옳든 그르든, 국가는 작가에게 그래선 안 되었다. 법은 그래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권력은 마음껏 힘을 남용했고 법은 정권의 시녀 노릇에 충실했다. 그 결과 대중은 순한 양처럼 권력에 길들여졌다.”

 

한미일보도 보도한 바 있지만 최근 출범한 ‘자유주의 작가회의’도 성명서를 통해 “어떠한 권력도 문학과 사상의 세계를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작가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 사회의 토대이며, 창작과 비판의 자유는 그 핵심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권력이 정해준 정답에서 벗어나는 순간 사상범이나 정치범으로 몰리는 ‘거꾸로 가는 시계’를 보고 있다”고 개탄한다.

 

김규나는 대한민국 법원에 최소한의 상식과 정의가 남아 있기를 바란다며 다음과 같은 말로 글을 맺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글을 썼다. 그 결과 피고인이라는 무거운 이름을 쓰고 법정에 선다. 과연 내 혐의는 무엇일까. 도둑질을 했나, 마약을 했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했나. 나는 그 어떤 사소한 교통법규조차 어기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의 마음에 들지 않는 역사 해석을 글로 썼을 뿐이다. 시베리아 수용소로 끌려가지는 않겠지만, 법정이라는 차가운 공간에서 내 사상의 정당성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나는 지금 위험하게 흔들리고 있는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작가, 자유를 말하는 작가다. 어쩌면 그것이 나의 죄다. 그것이 죄라면, 나는 기꺼이 그 죄를 지고 법정에 설 것이다. 

 

모쪼록 대한민국 법원에 최소한의 상식과 정의가 남아 있기를, 그리고 펜의 자유가 권력의 칼날 앞에 무릎 꿇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깨어나라, 개인이여!

일어나라, 자유 대한민국이여!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은 페이스북에만 연재된다. 구독료는 ‘규작 파이팅 1만 원’이다.

 

신한은행 110-072-537351 (김규나)

  




◆ 김규나 작가

 

200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내 남자의 꿈’이,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칼’이 당선돼 등단했다. ‘트러스트 미’ ‘체리레몬칵테일’ 등의 장편소설을 출간했으며 최근 ‘소설로 읽는 세상’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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