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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리포트] 호르무즈 이후, 전쟁은 어디로 가는가- 3부
  • 김영 기자
  • 등록 2026-04-01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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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멈춘 것처럼 보이는 전쟁, 그러나 선택의 시간은 끝나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목차


프롤로그

이 전쟁은 왜 다르게 보이는가

 

1장 전쟁은 왜 시작됐는가

2장 전쟁은 어떻게 시작됐나

3장 왜 전쟁은 멈춘 것처럼 보였나

4장 핵시설은 왜 남겨졌나

5장 같은 전쟁, 다른 계산

6장 협상은 무엇을 바꾸는가

7장 협상이 깨지는 순간

8장 3막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9장 전력망 타격의 의미


10장 정유·에너지 시설은 왜 다음 목표가 되는가

11장혁명수비대는 무엇을 선택하나

12장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무엇을 얻는가

13장 미국이 말하는 승리란 무엇인가

14장 결론 — 이 전쟁은 어디서 끝나는가



프롤로그

 

이번 전쟁은 이상하게 보인다. 강한 공습이 있었지만 곧바로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았고, 핵시설이 전쟁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한 번에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가지도 않았다.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멈추지 않았고, 협상이 살아 있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다음 단계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 전쟁의 핵심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전쟁이 계속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끝을 향해 가고 있는가의 문제다.

 

이 리포트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왜 전쟁은 지금 시작됐는가, 왜 멈춘 것처럼 보이는가, 왜 핵시설은 남겨졌는가, 그리고 협상과 3막 사이에서 실제로 남아 있는 선택지는 무엇인가. 


겉으로는 두 갈래처럼 보이지만, 전쟁은 언제나 남은 선택지의 수만큼만 움직인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은 바로 그 선택지가 빠르게 줄어드는 과정이다.



10장. 정유·에너지 시설은 왜 다음 목표가 되는가


전력망이 도시를 멈춘다면, 정유시설은 국가를 멈춘다

에너지는 체제의 자금줄이자 생존선

가장 큰 압박은 군사시설 아닌 생산과 수출의 중단


전력망 타격이 도시의 기능과 체제의 일상적 작동을 흔드는 수단이라면, 정유·에너지 시설 타격은 국가의 생존 기반 자체를 흔드는 단계에 가깝다. 


전기가 일상의 리듬을 끊는다면, 정유와 가스, 저장과 수출 시설은 국가가 버티는 시간을 끊는다. 이란처럼 에너지 생산과 수출이 체제 유지의 핵심인 국가에서는 특히 그렇다.


이란 경제는 구조적으로 에너지에 기대고 있다. 원유와 가스는 단순한 수출 품목이 아니라 외화 유입의 중심이며, 제재 상황 속에서도 체제가 최소한의 재정적 공간을 확보하게 해주는 마지막 축이다. 


따라서 에너지 인프라가 흔들린다는 것은 단순히 생산 시설 일부가 파괴된다는 뜻이 아니다. 정권이 유지될 수 있는 재정적 시간 자체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정유·에너지 시설은 군사시설보다 훨씬 더 직접적인 전략 효과를 낼 수 있다.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면 군사적 대응 능력이 줄어들고, 전력망을 흔들면 도시 기능이 마비된다. 


그러나 정유시설과 저장시설, 수출 터미널이 흔들리면 국가의 재정과 산업, 물류와 외화 흐름이 동시에 흔들린다. 체제는 군사적으로 버틸 수 있어도, 경제적으로는 훨씬 더 빠르게 압박을 받게 된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이 효과는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2019년 사우디 아람코 시설 피격 당시, 공급 차질은 빠르게 복구됐지만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단 몇 개 시설이 흔들렸을 뿐인데도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에너지 공급망 전체의 취약성이 부각됐다. 


이는 정유시설이 단순한 산업시설이 아니라 지정학적 중심 자산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시설 하나의 파괴가 아니라, 그 시설이 상징하는 ‘공급 불확실성’이 세계를 흔드는 것이다.


이란의 경우 그 상징성과 실질 효과는 더 크다.


아바단, 반다르아바스, 아살루예와 같은 거점은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이란 에너지 흐름의 핵심 축이다. 


아바단은 상징성과 생산 능력을 동시에 갖고 있고, 반다르아바스는 호르무즈와 맞물린 수출·물류의 관문이며, 아살루예는 가스와 석유화학의 핵심 허브다. 


이 시설들은 각각 따로 중요하지만, 함께 보면 이란 경제의 생명선에 가깝다.


이 시설들이 다음 목표로 떠오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력망 타격이 체제의 기능을 흔들었다면, 에너지 인프라 타격은 체제의 지속 능력을 흔든다. 


정유·가스·저장·수출 능력이 제한되면 이란은 내부 경제 운영뿐 아니라 외부 협상력도 약화될 수 있다. 체제의 숨통이 줄어들수록 “버티기” 전략은 더 비싸진다. 


결국 군사적 대응을 계속할지, 협상 쪽으로 기울지의 판단에도 영향을 준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정유·에너지 시설이 전력망보다 더 명확한 경제적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전력 불안정은 불만과 혼란을 빠르게 키우지만, 정유시설 타격은 생산과 수출의 감소라는 가시적 손실로 연결된다. 이는 국내 정치뿐 아니라 대외 재정, 군사 자금, 수입 능력까지 영향을 미친다. 


전력망이 체제의 체감 비용을 높인다면, 에너지 시설은 체제의 계산 비용을 높인다.


그렇다고 이 단계가 곧장 전면 파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정유·에너지 인프라 역시 선택적으로 흔들 수 있다. 저장시설, 정제 능력, 항만 물류, 수출 터미널, 송유 체계 가운데 어느 지점을 겨냥하느냐에 따라 압박의 강도는 달라진다. 


이 점에서 에너지 시설 공격 역시 공습처럼 조절 가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핵시설처럼 정치적 금기가 크지는 않으면서도, 군사시설보다 훨씬 직접적인 압박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이 목표를 더 현실적으로 만든다.


이 단계에서 전쟁의 성격은 더 분명해진다.


이제 목표는 상대의 군사적 능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전쟁을 계속 감당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전력망이 체제의 일상을 흔들고, 정유시설이 체제의 자금줄을 흔드는 순간, 전쟁은 더 이상 외곽 충돌이 아니다. 국가 전체가 계산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으로 옮겨간다.


결국 정유·에너지 시설이 다음 목표가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가장 적은 군사적 개입으로 가장 큰 체제 비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점령하지 않고도 국가를 압박할 수 있고, 핵시설처럼 국제적 재난의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으며, 시장과 재정까지 동시에 흔들 수 있다. 


3막의 논리가 전력망에서 끝나지 않고 에너지 시설로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남는 질문은 하나다.


이 모든 압박 속에서 실제 선택을 내리는 집단은 누구인가.


결국 버티기와 거래 사이에서 마지막 판단을 하는 쪽은 이란의 공식 정부가 아니라,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로고. [사진=텔레그램 캡처]


11장. 혁명수비대는 무엇을 선택하나


전쟁의 마지막 판단은 정부보다 더 안쪽에서 내려진다

혁명수비대는 군대가 아니라 권력의 실체에 가깝다

버티기와 거래 사이의 선택은 생존의 계산이다


이란의 공식 정부는 외교의 얼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전쟁의 방향을 실제로 결정하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답은 훨씬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란에서 최종 판단은 대통령실이나 외무 당국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실제 선택의 무게는 혁명수비대에 더 가깝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혁명수비대는 단순한 군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군사력만 가진 집단이라면 전쟁은 비교적 단순하다. 그러나 혁명수비대는 군사, 정보, 경제, 내부 통제 기능이 결합된 조직이다. 


다시 말해, 이란에서 혁명수비대는 ‘무력’만 가진 집단이 아니라 체제를 실제로 지탱하는 작동 장치에 가깝다.


이 때문에 전쟁을 바라보는 기준도 일반 정부와 다르다.


공식 정부가 경제 제재와 외교 압박, 국제 여론을 더 크게 본다면, 혁명수비대는 체제 유지와 내부 통제, 그리고 장기적 생존 가능성을 더 직접적으로 본다. 


이들에게 전쟁은 외교 문제라기보다 권력 유지의 문제다. 따라서 선택의 기준도 단순하다. 지금 상태로 버틸 수 있는가, 아니면 일부를 내주고 전체를 지킬 것인가.


첫 번째 선택은 버티기다.


이 선택은 익숙하다. 이란은 오랜 기간 제재와 압박 속에서도 버티는 방식으로 체제를 유지해왔다. 핵 개발 속도를 조절하고, 외부 압박을 내부 결속으로 전환하며, 해협과 대리전 네트워크를 지렛대로 삼는 방식이다. 


혁명수비대 입장에서는 이 전략이 아직 작동한다고 판단하는 한, 쉽게 양보할 이유가 없다. 특히 핵 프로그램을 체제 안전장치로 보는 한, 지나친 양보는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두 번째 선택은 거래다.


그러나 이 거래는 항복과 다르다. 혁명수비대가 협상을 받아들인다면, 그 전제는 체제 생존이 보장된다고 판단할 때뿐이다. 


다시 말해 핵물질 일부를 내주거나 사찰을 받아들이더라도, 조직의 경제권과 내부 통제력, 체제의 기본 형태가 유지될 수 있다면 거래는 현실적 선택이 된다. 


제재 완화 역시 여기서 중요하다. 제재가 풀리면 혁명수비대는 단지 경제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유지할 자금과 시간을 다시 확보하게 된다.


결국 이들의 선택은 이념보다 이해관계에 더 가깝다.


혁명수비대가 강경해 보이는 이유는 과격해서가 아니라, 체제와 조직의 생존에 가장 민감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가장 강경한 집단이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거래를 선택할 가능성도 생긴다. 


버틸 수 있을 때는 버티지만,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 가장 빠르게 계산을 바꿀 수도 있다.


문제는 그 판단의 기준이 외부가 보기에는 늦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전력망이 흔들리고, 에너지 시설이 압박을 받고, 해협 변수까지 부담으로 돌아오기 시작해도 혁명수비대는 당장 물러서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은 단기적 충격보다 장기적 생존을 본다. 따라서 일정 수준의 피해는 오히려 감수 가능한 비용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피해가 내부 통제력과 자금 흐름, 조직의 지휘 체계까지 동시에 흔들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기서 전쟁의 실제 분기점이 생긴다.


외부에서는 “이란이 협상하느냐, 버티느냐”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혁명수비대가 아직 버틸 수 있다고 믿느냐, 아니면 거래가 더 싸다고 느끼느냐”의 문제다. 


이 판단이 바뀌는 순간 전쟁의 성격도 함께 바뀐다. 협상이 살아나는 경우도, 3막이 본격화되는 경우도 결국 이 지점과 연결된다.


그래서 이번 전쟁의 마지막 선택은 공식 정부의 언어보다 혁명수비대의 계산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 계산이 어디로 기우는지는 외부 압박의 강도보다, 버티기의 비용이 얼마나 빠르게 올라가느냐에 달려 있다. 


전력과 에너지, 내부 통제와 자금줄이 동시에 흔들릴 때, 혁명수비대는 더 이상 전쟁을 이념의 문제로만 볼 수 없게 된다.


이제 남은 것은 바깥의 시선이다.


이란 내부에서 마지막 판단이 내려진다면, 바깥에서는 누가 무엇을 얻는가.


특히 사우디와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은 이 전쟁의 끝에서 서로 다른 결실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국기 합성 


12장.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무엇을 얻는가


같은 전쟁이지만 원하는 결말은 다르다

이스라엘은 위협의 시간을 늦추고 싶어 한다

사우디는 이란의 약화보다 이후의 질서를 본다


이번 전쟁은 미국과 이란만의 싸움으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동 전체의 권력 균형을 다시 배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은 이 전쟁의 전개와 결과에 따라 가장 큰 전략적 변화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두 나라가 같은 전쟁을 보면서도 같은 결말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목표는 비교적 분명하다.


핵 위협의 시간을 가능한 한 뒤로 밀어내는 것이다. 이스라엘에게 이란의 핵 문제는 단순한 협상 대상이 아니다. 실제 보유 여부와 별개로, 언제든 전환 가능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 자체가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위협을 관리한다”는 표현보다 “위협의 현실화를 지연시키거나 제거한다”는 표현에 더 가깝다.


과거 사례도 이 방향을 보여준다. 1981년 오시라크 원자로 공습과 2007년 시리아 핵시설 공습은 모두 상대가 핵 능력을 완성하기 전에 시간을 끊어놓으려는 선택이었다. 


이번 전쟁 역시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완성 단계로 나아가는 시간을 다시 뒤로 미루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핵물질 회수든, 농축 중단이든, 시설 기능 제한이든, 어떤 형태로든 속도만 늦춰져도 이스라엘은 전략적 시간을 번다.


또 하나의 효과는 지역 대리전 네트워크의 압박이다.


이란이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받으면 헤즈볼라, 후티, 이라크 시아 민병대 같은 연결망도 동시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이스라엘에게 직접적인 군사 위협의 강도를 일시적으로나마 낮춰주는 효과를 낸다. 


다시 말해, 이번 전쟁은 단지 핵 문제만이 아니라 이란의 주변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부수 효과까지 이스라엘에 안겨줄 수 있다.


반면 사우디의 계산은 이스라엘과 다르다.


사우디도 이란의 핵 보유 가능성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사우디가 원하는 것은 이란의 완전한 붕괴가 아니라, 통제 가능한 약화 상태에 더 가깝다. 


이란이 완전히 무너질 경우 중동의 균형 자체가 흔들리고, 오히려 더 큰 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지금의 전쟁을 ‘위협 제거’보다 ‘질서 재편’의 계기로 보는 쪽에 가깝다.


이 점에서 사우디가 얻는 첫 번째 이익은 가격이다.


중동의 긴장이 높아질수록 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실제 공급 차질이 제한적이더라도, 위험 프리미엄이 붙는 순간 가격은 먼저 움직인다. 


사우디처럼 에너지 수출 비중이 큰 국가에게 이는 단기적 재정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2019년 아람코 시설 피격 당시에도 생산 차질은 빠르게 복구됐지만, 시장은 즉각적으로 가격을 높였고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이번 상황에서도 유사한 메커니즘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우디가 얻는 것은 가격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중동 내 위치의 변화다. 이란이 군사적·경제적으로 압박을 받을수록 사우디는 상대적으로 더 안정된 중심 국가로 부상할 수 있다. 


미국이 직접 질서를 설계하고 유지하던 방식에서 한 발 물러서고, 지역 강국에게 더 큰 역할을 요구하는 흐름이 강화될 경우, 사우디는 그 공백을 메우는 핵심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번 전쟁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사우디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작용한다.


특히 사우디가 바라는 최적의 결과는 분명하다.


이란이 핵 능력을 실질적으로 제약받고, 해협 변수도 약화되며, 동시에 체제는 완전히 붕괴하지 않는 상태다. 이 경우 사우디는 전면전의 혼란을 피하면서도 경쟁자인 이란의 영향력은 줄이고, 자신은 중동의 중심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사우디는 ‘전쟁의 승리’보다 ‘전쟁 이후의 배치’에 더 큰 관심을 갖는 나라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같은 전쟁이라도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가져가는 결실은 다르다.


이스라엘은 시간을 얻고, 사우디는 위치를 얻는다.


이스라엘이 위협의 현실화를 늦추는 데 더 민감하다면, 사우디는 그 이후 중동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더 민감하다. 


이번 전쟁이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중동 질서 재편의 과정으로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바깥의 이해관계는 마지막으로 미국의 계산과 만난다.


미국은 이 전쟁의 끝에서 무엇을 승리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 질문이 다음 장에서 정리된다.

 

미국 성조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합성 


13장. 미국이 말하는 승리란 무엇인가


승리는 점령이 아니라 결과다

비용이 통제돼야 정치적 승리가 된다

트럼프식 전쟁은 끝보다 연출을 중시한다


전쟁은 같은 결과를 놓고도 서로 다르게 해석된다.


어떤 국가는 적의 수도를 점령해야 승리라고 말하고, 어떤 국가는 상대의 능력을 일정 수준 아래로 낮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말할 수 있는 승리는 전통적 의미의 승리와는 상당히 다르다. 정권 교체도 아니고, 영토 확보도 아니며, 장기 점령은 더더욱 아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원하는 승리는 훨씬 더 좁고, 동시에 더 정치적이다.


가장 먼저 분명한 것은, 미국이 이번 전쟁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완전한 파괴’가 아니라 통제 가능한 결과라는 점이다.


핵 능력이 더 이상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지 못하고, 해협 통제 위협이 약화되며, 이란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버티기 어렵게 된다면 미국은 이를 하나의 성과로 제시할 수 있다.


즉, 전쟁의 성패는 얼마나 많이 부쉈느냐가 아니라, 상대의 행동을 얼마나 바꾸었느냐로 평가된다.


이런 승리 개념은 미국이 겪어온 실패의 반대편에서 나온다.


이라크 전쟁은 군사적으로는 빠르게 끝났지만, 정치적으로는 길고 무거운 부담을 남겼다. 아프가니스탄 역시 정권 제거는 가능했지만, 이후의 유지 비용이 전쟁 자체를 삼켜버렸다.


이 경험 이후 미국이 얻은 교훈은 분명하다. 점령은 승리를 보장하지 않으며, 때로는 전쟁을 시작한 순간보다 끝내는 순간이 더 위험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전쟁에서 승리는 처음부터 다른 방식으로 정의될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비용이다. 군사적 비용만이 아니라 정치적 비용, 시장 비용, 동맹 관리 비용까지 포함된다.


지상군이 들어가고, 장기 점령이 시작되며, 유가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솟고, 동맹국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전쟁은 군사적으로 성공하더라도 정치적으로는 실패에 가깝다. 


반대로 제한된 수단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확보하고, 전쟁의 범위를 통제할 수 있다면 미국은 그것을 승리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점에서 이번 전쟁은 ‘승리’보다 ‘승리처럼 보일 수 있는 결과’가 중요해지는 전쟁이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 성격은 더 분명해진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복잡한 전략 개념 자체가 아니라, 대중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결과다. 핵물질이 회수됐다, 사찰이 재개됐다, 해협은 열려 있다, 미국은 점령하지 않았다, 미군 피해는 최소화됐다. 이런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는 성과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의 승리는 군사적 종결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도, 혹은 긴장이 일정 수준 남아 있어도, 미국은 “목표는 달성됐다”고 선언할 수 있다.


실제로 현대전에서 종결은 종종 군사적 사실보다 정치적 서술에 의해 결정된다. 폭격이 조금 더 남아 있더라도, 협상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행동이 이전보다 제약되고 위험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판단되는 순간, 미국은 전쟁의 정치적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여기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이해관계도 미국의 승리 서사와 만난다.


이스라엘이 핵 위협의 시간을 늦추고, 사우디가 이란 약화와 중동 내 위치 상승을 얻을 수 있다면, 미국은 “동맹이 더 안전해졌다”는 식으로 결과를 포장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중동 성과가 아니라, 미국의 글로벌 질서 유지 능력을 다시 과시하는 메시지로도 활용될 수 있다.


시장 역시 이 서사를 뒷받침할 수 있다.


유가가 일정 구간 안에서 안정되고, 해협이 완전한 봉쇄로 가지 않으며, 위험 프리미엄이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머무른다면, 미국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전쟁이 시장을 완전히 망가뜨리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성과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승리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란 체제는 남고, 혁명수비대도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핵 문제 역시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이것이 치명적 결함이 아닐 수 있다. 이번 전쟁의 목적이 처음부터 체제 제거가 아니라 위험의 관리였다면, 불완전한 통제가 오히려 현실적인 승리의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이 말하는 승리는 단순하다.


비용을 통제하면서 눈에 보이는 결과를 확보하는 것.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고도 핵 능력을 제한하고, 

해협 리스크를 낮추고, 동맹국의 불안을 줄이며, 

동시에 미군을 깊게 넣지 않는다면, 


미국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전쟁의 끝은 “완전한 종결”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더 현실적인 그림은 이렇다.


전쟁은 일정 수준에서 멈추고, 결과는 정치적으로 확정되며, 미국은 그것을 승리라고 부른다.


현대의 승리는 때로 완벽한 해결이 아니라, 가장 비싼 실패를 피하면서 가장 크게 보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방식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하나다.


그렇다면 이 모든 흐름은 어디서 닫히는가.


협상과 3막, 시장과 질서, 사우디와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의 승리 서사가 결국 어느 한 지점에서 하나의 결론으로 만나야 한다.


3월3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조지 H.W. 부시호와 호위 전단이 이날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를 출항해 중동으로 향했다. [사진=연합뉴스]

 

14장. 결론 — 이 전쟁은 어디서 끝나는가


전쟁은 두 갈래처럼 보이지만 끝은 하나로 좁혀진다

협상은 살아 있지만, 스스로 전쟁을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결국 남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멈추느냐’의 문제다


이번 전쟁은 처음부터 두 개의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었다.


하나는 협상이다. 핵물질 회수, 사찰 복원, 제재 조정과 긴장 관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3막이다. 전력망과 에너지 인프라, 체제의 기능과 지속 능력을 직접 겨냥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길이다. 


표면적으로는 둘 다 열려 있다. 실제로 이 전쟁이 지금까지 멈춘 것처럼 보였던 이유도, 바로 이 두 갈래가 동시에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은 가능성의 숫자보다, 남아 있는 선택지의 숫자로 움직인다.


무엇이 이론적으로 가능한가보다, 실제로 무엇이 버틸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 점에서 보면 이번 전쟁의 결말은 처음보다 훨씬 좁혀져 있다. 


협상은 분명 살아 있다. 미국도 전면 점령을 원하지 않고, 이란도 체제 붕괴를 감당하기 어렵다. 사우디와 주변국 역시 장기 불안정을 원하지 않는다. 유가와 금융시장도 관리 가능한 종결을 선호한다. 


이 모든 요소는 협상을 현실적인 선택지로 남겨둔다.


문제는 협상이 ‘합리적’이라는 점과, 실제로 ‘성립한다’는 점이 다르다는 데 있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휴전이나 긴장 완화가 아니다. 


핵물질 처리, 국제 사찰, 제재 조정,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네 개의 축이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그런데 이 네 가지는 서로 맞물리면서도 동시에 충돌한다. 이란은 체제를 지키려면 핵을 너무 많이 내줄 수 없고, 미국은 성과를 설명하려면 눈에 보이는 양보가 필요하다. 혁명수비대는 버틸 수 있는 한 버티려 할 가능성이 크고, 이스라엘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강한 제거 논리로 기울 수 있다. 


협상은 살아 있지만, 그 문턱은 계속 높아지는 셈이다.


여기서 전쟁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조건이다.


핵시설 전면 타격은 방사능 문제 때문에 제한되고, 지상군 투입은 비용 때문에 배제된다. 현재의 제한 공습만으로는 결정적 결과를 만들기 어렵고, 해협 불안정은 시장과 에너지 질서를 계속 자극한다. 


이 모든 조건이 겹치면, 전쟁은 자연스럽게 다른 목표를 찾게 된다. 그 목표가 전력망이고, 정유·에너지 시설이며, 지휘와 통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체제의 기능 자체다.


이 지점에서 3막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3막은 처음부터 원했던 전쟁이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약해질수록 더 현실적으로 떠오르는 경로다. 


핵시설은 남겨야 협상이 가능하고, 지상군은 들어갈 수 없으며, 군사시설만 치는 것으로는 상대의 판단을 바꾸기 어렵다면, 결국 남는 것은 체제 전체의 비용을 높이는 방식뿐이다. 


전력을 끊고, 에너지 자금줄을 흔들고, 혁명수비대가 버티는 계산 자체를 바꾸는 것. 이것이 3막의 본질이다.


그렇다고 해서 협상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협상은 마지막까지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 협상은 전쟁을 먼저 멈추게 하는 힘이 아니라, 전쟁이 충분한 압박을 만든 뒤에야 현실성을 얻는 선택지에 가깝다. 


다시 말해 이번 전쟁에서 협상은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물이다. 전쟁이 협상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이 성립할 수 있는 조건을 전쟁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전쟁의 진짜 결론은 “협상이냐 3막이냐”의 단순한 양자택일로 보아서는 부족하다.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이다. 협상이 전쟁을 멈추게 하느냐, 아니면 3막의 문턱에서야 비로소 협상처럼 보이는 결과가 나오느냐. 


이 차이는 매우 크다. 전자가 관리된 종결이라면, 후자는 깊은 압박 끝에 얻어진 늦은 종결이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놓고 보면, 후자 쪽이 더 무게를 얻고 있다.


이란은 버티는 쪽이 기본값이고, 미국은 결과 없는 후퇴를 하기 어렵다.


이스라엘은 위협 제거를 서두를 가능성이 크고, 사우디는 이란 약화 이후의 질서를 보고 움직인다. 시장은 이미 위험의 방향을 먼저 가격에 넣고 있다. 


이 모든 흐름을 종합하면, 전쟁은 협상을 향해 열려 있으되, 단순한 협상만으로 닫히지는 않는다는 결론에 가까워진다. 협상이 오더라도 그것은 충분한 압박 이후에야 의미를 갖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전쟁은 이렇게 끝날 가능성이 크다.


핵시설을 곧바로 다 부수지 않고, 체제 전체의 기능과 지속 능력을 압박하면서, 어느 순간 핵물질 처리와 사찰, 제재 조정과 체제 유지가 하나의 늦은 거래로 묶이게 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전쟁은 협상으로 끝날 수 있지만, 그 협상은 처음에 기대했던 부드러운 출구라기보다 3막의 문턱을 지나며 만들어진 결과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남은 질문은 단 하나다.


전쟁이 멈추는가가 아니다. 어느 정도의 비용을 치른 뒤에 멈추게 되느냐다.


이번 전쟁의 끝은 이미 대략 보인다.


다만 그 끝이 협상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오느냐, 아니면 3막이라는 압박을 거친 뒤에야 같은 이름을 얻느냐가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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