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속해서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하는 가운데 안규백 국방장관이 최전방 일반전초(GOP) 병력을 현재의 최전방 2만2000명에서 6000명으로 줄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진=국방부]
거대한 전략의 체스판 위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이란 고사 작전과 우리의 안보 고사 행위가 비교되고 있다.
미국은 ‘국익 우선’이 국가를 지탱하고 움직이는데, 우리는 국익보다 정쟁과 카르텔이 안보를 파괴하고 있다. 미국이 불모지에 자유를 심은 문명 건축가 모습이라면, 우리는 튼튼했던 안보 건물을 파괴하는 해체자의 모습이다.
오늘날 미국의 안보 관련 의사결정과 현재 우리의 안보 파괴를 구분짓는 결정적 잣대는 ‘국익’이다. ‘국익’에 대한 철학적 차이가 국가 생존과 국격을 좌우한다.
안보 전략, 에너지 안보, 정보기관 육성, 국가 위기 대응이라는 네 가지 국익 프리즘으로 한미를 대비해 보면 우리의 실존적 위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1. 미국은 안보 중심 국가 경영, 우리는 안보 농단 국정 운영
트럼프의 이란과의 휴전 연장은 상대의 심리를 해체하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다. 트럼프는 겉으로는 중재자 명분을 챙기되 해상 봉쇄로 적의 혈관을 말리는 고사 작전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오만만 인근에서 이란 진입을 시도하던 중국의 ‘투스카호’에서 적발된 미사일 원료인 ‘과염소산나트륨’은 중국까지 해체할 수 있는 ‘레드 버튼’이 되었다. 이란 온건파에 생존 미끼를 던져 강경파를 숙청하려는 ‘적의 자멸’을 설계한 고도의 전술로 보인다. 모든 게 안보 판단의 연속이다.
19일(현지시간) 아라비아해 오만만에서 미군에 의해 나포된 화물선 투스카호. 여기서 미사일 원료인 ‘과염소산나트륨’이 적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대한민국은 중동 정세의 급변 속에서 이스라엘과의 갈등으로 전략적 지렛대확보는커녕, 정파적 이해관계와 감성적 접근에 휘둘리며 동맹 균열과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미국이 적의 응집력을 파괴하기 위해 적을 적으로 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타격을 설계하는 동안, 우리는 동맹에게도 신뢰를 잃고 에너지 공급망의 목줄을 쥔 세력들에게 끌려다니며 안보 무시를 넘어 안보 파괴를 보여주고 있다.
2. 미국은 에너지 ‘무기화’, 한국은 에너지 안보도 ‘정쟁화’
미국은 에너지 안보를 비즈니스적 국익으로 치환한다. 셰일 가스와 압도적 군사력을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활용하며, 우방에게는 안보 확약을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요구하고 적대국에게는 생존을 담보로 굴복을 종용한다. 조금만 관찰하면 미국은 군사력을 실질적 국익으로 귀결하는 확고한 기반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5% 이상을 해상 수송로에 의존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를 여전히 안일한 수급 논리로 대응하고 유조선 26척이 55일간 묶여있어도 구출할 방도를 찾지 못하면서 엉뚱하게 홍해를 통과한 것처럼 호도한다. 에너지는 시장에서 사 오는 상품이 아니라 주권을 지키는 국가 생존 영역임을 망각한 결과다.
3. 미 정보기관은 국익 설계, 우리 정보기관은 정권 수호
정보기관은 국가의 눈과 귀이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익을 설계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정보기관은 그 존재 이유와 운용 측면에서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미국의 CIA와 NSA 등 정보 공동체는 ‘전방위 입체 정보망’으로 연방 이익 극대화를 위해 헌신하고, 정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미국의 번영과 생존’이라는 절대적 가치 아래 움직인다.
이들은 단순한 군사 첩보를 넘어, 상대국의 에너지 정책, 핵심 기술 공급망, 심지어 우방국의 내부 취약점까지도 ‘정보자산’으로 치환하여 협상 테이블의 우위를 설계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찌르는 정밀 타격 도구가 된다. 정보를 통해 적의 분열을 예측하고 역으로 유도한다. 정보를 비즈니스적 거래로 연결하는 ‘전략적 천리안’ 역할을 수행하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구조를 만든다.
우리의 정보기관은 우수한 인력 구조임에도 정권의 안위를 지키는 ‘정치적 소모품’이 되었다. 정권 교체기마다 대대적인 숙청과 인사가 반복되며 국익 수호라는 본연의 임무보다 ‘정권 안보’에 치중해 왔다.
정보기관의 핵심 인력은 명맥을 이어가겠지만, 수십 년간 쌓아온 해외 정보 네트워크와 전문성은 정치적 논리에 의해 무너지고 증발하여 조직의 영속성이 파괴되었을 것이다.
정보 역량이 대북 감시에만 쏠려 있어, 글로벌 에너지 위기나 공급망 재편 같은 거시적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 속에서도 우리 유조선의 생사를 타국 정보에만 의존했다는 것은 정보기관이 ‘국가 전략의 두뇌’가 아닌 정치적 눈치 보기에 급급한 ‘근시안’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4. 미국은 안보 한목소리, 우리는 안보 파괴에도 침묵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도의 안보 전략과 정책에 민주당은 반기를 들지만, ‘미국 우선주의 국익’이라는 큰 틀 아래 전문가 중심의 일관된 실행력을 보여주었다. 중동전에서 보여준 미군의 압도적이고 입체적 군사력은 안보 중심 국가 경영의 결과다. 이란 산악에 추락하여 고립된 무기체계 장교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항공기 손실 2억 달러를 포함 수천억의 예산을 투자해도 전장의 전우를 구출한 자체에 미국인은 박수를 보내고 미국의 자부심을 찬양했다.
반면 대한민국은 휴전 상태인데 전방 경계병력을 1/4로 줄인다고 하고, 주요 보직과 직위자 민간인 대체와 3단봉 경계로 안보에 구멍이 나고, 국방부와 통일부 장관이 안보 정체성을 파괴하여 국가 안보 시스템이 무너지고 난도질을 당해도 그 많은 안보 단체가 국방부장관 규탄도 못 하고 있다.
6·3지방선거에 개헌을 끼워 넣고, 부마항쟁과 5·18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면 78년 헌정사가 붕괴하고 과거 자유우파 정부가 부정당할 우려가 있는데도, 현역 시절 부하의 생사 박탈권을 쥐고 명예를 누렸던 전직 고위직 장성과 안보의 원로들마저 침묵한다.
그들은 국가 위기 경종보다 연금과 체면 유지가 우선인지? 노후 품위와 안락을 위해서 양심을 버린 것인지? 연금 받는 자의 평생 국가 수호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개헌 반대 목소리를 내길 촉구한다.
우리는 망국을 막기 위해 국가 파괴 반국가 세력을 규탄하고 척결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한미 동맹을 에너지·기술 포괄 동맹으로 격상하여 유사시 에너지 우선 공급권을 제도화하고, 대내적으로는 군의 사기를 회복하고 강한 정신 무장과 실전 훈련으로 전쟁을 방지하며, 전쟁이 나면 적을 격멸하는 군 본연의 임무를 회복하는 데 지혜와 결기를 모아야 한다. 안보 단체의 연결된 각성으로 국방의 성역과 국민을 지키는 성전을 구축하고 지키길 기대하고 촉구한다.


◆ 박필규 위원
한미일보 편집위원
육군사관학교 40기
무선소방산업협동조합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