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4일 강남갑 지역 주민들이 국민의힘 서울시당(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시의원 공천을 취소하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독자제보]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4월20일 배현진 의원이 이끄는 서울시당의 지방선거 공천안 182건 가운데 18건을 보류하면서, 서울 시의원·구의원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다시 전면으로 떠올랐다.
당 지도부는 이의신청이 많아 중앙당 차원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장동혁 대표는 서울시당 공천에 “여러 논란과 잡음”이 있다고 공개 언급했다.
이번 갈등이 단순한 당내 신경전 이상으로 읽히는 이유는, 지방의원 공천이 원래부터 지역 정치권력의 실제 배분이 이뤄지는 민감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지방의원 공천은 법적으로는 정당 추천 절차이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시·도당과 지역구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이 크게 작동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반복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방선거 정당공천의 문제점을 다룬 보고서에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의 한계와 개선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짚었고, 최근에는 “지역 국회의원·당협위원장 개입 최소화”가 공천개혁의 핵심 과제로 제시되기도 했다.
결국 시의원 공천은 주민 대표 선출 절차이면서 동시에 지역 정치조직의 통제력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라는 뜻이다.
이 구조가 특히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공천 과정이 금품 의혹과 자주 연결돼 왔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은 제47조의2 제1항에서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한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의 제공·수수를 금지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도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공천 과정에서 금품수수 위험이 실제 제도적으로 문제 돼 왔기 때문에 별도 금지조항이 마련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월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헌금 1억 원을 주고받은 혐의로 강선우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을 구속 기소했다.
또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판례에는 지방의회의원 후보 추천과 관련한 금품수수 혐의가 문제 된 사건들이 다수 남아 있다.
개별 사건마다 유무죄 판단은 엇갈릴 수 있지만, 지방의원 공천을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이 풍문 수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수사와 재판의 대상이 돼 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돈이 오간다는 직접 혐의가 확인되지 않더라도, 같은 지역구 시의원이 공천권과 예산 영향력을 쥔 국회의원에게 고액 후원금을 집중하는 관행 역시 구조적 의심을 낳는다.
동아일보가 올해 1월 보도한 분석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당선된 서울시의원 7명이 같은 당 같은 지역구 국회의원 5명에게 연 300만 원이 넘는 고액 후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사자들은 모두 합법 후원이며 대가성은 없다고 부인했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공천권과 이해관계가 얽힌 관계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배현진 서울시당 공천안을 둘러싼 이번 잡음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의원 공천은 단순히 한두 자리 배분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정치질서와 향후 권력 지형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래서 시당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 논란이 늘 따라붙고, 그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와 금품 의혹도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서울 공천 갈등 역시 특정 인물을 둘러싼 일회성 충돌이라기보다, 지방의원 공천 구조에 오랫동안 쌓여온 불신이 다시 터져 나온 장면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한미일보는 공천 잡음이 일고 있는 여러 지역 중 가장 상징성이 큰 ‘강남 갑’을 대상으로 취재했다.
4월8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왼쪽에서 네번째)와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가운데)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여성에 대한 공천 30% 확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례] 강남갑 시의원 공천도 잡음… “경선 없이 2명 확정, 무엇을 검증했나”
예비후보 다수 신청에도 민경희·강신욱 후보 확정 발표
지역 기반·체납·정치적 독립성 검증 충분했는지 의문 제기
국민의힘 서울시당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강남갑 시의원 후보 공천으로도 번지고 있다. 강남갑은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강세 지역으로 평가돼 지방선거에서 공천의 정치적 무게가 큰 곳으로 꼽힌다.
이런 지역에서 예비후보가 다수 신청했음에도 경선 없이 2명의 후보가 확정 발표되자, 지역에서는 절차의 투명성과 후보 검증의 밀도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배현진 의원이 서울시당위원장을, 서명옥 의원이 강남갑 지역구 국회의원을 맡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10일 강남갑 시의원 후보로 민경희 후보와 강신욱 후보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천 결과가 알려진 뒤 지역에서는 두 후보의 이력과 추천 배경, 실제 공천 결정 과정이 충분히 검증된 것이 맞느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지역 주민 A씨는 한미일보와의 통화에서 “강신욱 후보는 서명옥 의원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고, 민경희 후보는 중앙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직함은 있지만 지역 정치에서는 낯선 인물”이라며 “서 의원 측에서는 공천은 전적으로 배현진 의원이 알아서 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천 과정에 대한 공정성 의문 제기다.
또 지역 주민 B씨는 후보 적격성 문제를 제기했다. B씨는 “중앙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직은 40여 명이나 되는 자리이고, 지역 정치 참여 이력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가족 기업인 모 제약회사 전무 출신인데, 해당 기업이 보건복지부와 행정소송 중인 사안도 있어 지역에서는 적격성에 의문을 갖는 시선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민경희 후보는 후보 공천이 확정된 시기와 맞물려 체납돼 있던 국세 1억여 원을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미일보는 관련 등기부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강신욱 후보는 강남구 별정직 7급 공무원 출신으로, 지난 대선 이후 서명옥 의원의 수행비서 역할을 해오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후보로 공천된 것으로 파악됐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원래 구 의원으로 추천됐다가 시의원 후보로 변경된 케이스"라고 전했다.
핵심은 단순한 호불호가 아니라 절차 문제다. 지역 관계자들에 따르면 강남갑에는 시의원 예비후보가 다수 신청했지만, 별도의 경선 절차 없이 민경희·강신욱 후보가 최종 확정 발표됐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후보 압축의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공천심사가 경쟁력과 지역 기반, 공적 활동, 재정 건전성, 이해충돌 가능성, 정치적 독립성 등을 얼마나 촘촘하게 검증한 결과였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민경희 후보의 경우 이력상 중앙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기재돼 있지만, 해당 직책만으로 지역 기반이나 정치 참여 경력이 충분히 설명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신욱 후보 역시 지역에서는 서명옥 의원과의 밀접한 관계를 이유로 정치적 독립성이 충분히 검증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이번 공천 논란은 특정 후보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공천심사 과정이 지역 유권자 눈높이에서 ‘얼마나 납득이 가능했겠느냐’의 문제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서울시당은 무엇을 검증했을까”
한미일보는 공천심사를 책임진 배현진 의원에게 강남갑 시의원 공천 과정에서 민경희·강신욱 후보 결정에 직접 개입했는지, 또 서울시당 공천심사위원회에 시당위원장 자격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서명옥 의원에게도 두 후보의 공천이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의 의사에 따른 결정이라는 제보를 받은 바 있어 관련 입장을 물었으나, 역시 답변을 듣지 못했다.
강남갑 사례는 이번 서울 공천 갈등의 본질이 단순히 “누가 공천을 받았느냐”에만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예비후보가 여럿 있었는데도 경선 없이 2명의 후보가 확정됐다면, 지역이 궁금해하는 것은 결국 하나다.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걸러냈고, 무엇을 검증했으며, 그 결정은 누구의 판단이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