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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신 국제이슈] 민족은 기억으로 버티지만, 자유는 국가 없이 버티지 못한다
  • 임명신 前 스카이데일리 국제 부국장
  • 등록 2026-04-27 19: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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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이주… 디아스포라 끝에서 ‘국가’를 묻다

이스라엘과 대한민국 모두 미국과의 특별한 인연 속에 1948년 건국했으며, 미국 주도 국제질서 아래 생존 기반을 마련했고 보호받았다. 스스로 분투해야만 했던 점도 닮았다.

JNS(Jewish News Syndicate)와 예루살렘포스트 등이 인도 북동부 미조람·마니푸르주(州)의 브네이 메나셰 유대인 240명의 귀환을 24일(현지시각) 기사에서 다뤘다. 


전날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자신들을 고대 이스라엘의 ‘잃어버린 열 지파’ 중 므낫세 지파 후손으로 여겨 온 공동체다. 

 

수십 세대 동안 간직한 기억과 습속이 현실 속의 선택으로 나타났다. 전쟁 중인 나라, 일상적인 미사일 경보와 안보 불안의 나라에 살러 들어간 것이다.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이스라엘 정착을 알리야(aliyah)라고 부른다. 히브리어 원뜻은 ‘올라감’ ‘상승’이며, 흩어져 살던 사람들이 역사·신앙·공동체의 중심으로 ‘올라간다’는 뜻이다. 

 

이것의 반대인 ‘이스라엘 이탈’은 ‘내려감’ 즉 예리다(yerida)다. 용어 자체가 세계관을 드러낸다. 이들에게 이스라엘 귀환은 생활 근거지의 변경을 넘어 ‘역사의 수직축 회복’ 행위에 해당한다. 이스라엘 외교부도 알리야를 ‘영적 상승’의 의미가 담긴 이주로 설명하고 있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돌아오는 사람들

 

유럽계·중동계·북아프리카계·에티오피아계·인도계·동북아계 유대인들 피부색과 얼굴선이 제각각이다. 흩어진 시간과 공간을 건너며 외양은 달라졌지만 이들은 기억을 공유한다. 

 

이스라엘 이민·통합부가 귀환자에게 초기 정착금을 지급하고, 주거 보조·히브리어 교육·의료보험·취업 상담·자녀교육 지원 등을 연결한다. 브네이 메나셰 240명 역시 입국 직후 노프 하갈릴의 센터로 이동해 먼저 정착한 가족들과 재회하며 새 생활을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스라엘 정부와 준공공기관 유대기구(JAFI)에 따르면 2026년 말까지 1200명, 2030년까지 약 6000명의 브네이 메나셰 알리야를 목표로 한다.

 

꾸준한 알리야 흐름 속에 40년 만의 최고치가 작년 한 해 영국발 742명의 귀환이었다. 영국 유대인 공동체는 교육수준 및 전문직·관리직 비중이 높은 편이다. 

 

영국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 게다가 2023년 10월7일 하마스 테러로 촉발된 전쟁 이후 반유대주의가 노골화되면서 ‘계속 여기 살아야 할까’ 하는 질문이 불거진 것으로 분석된다. 유대정책연구소(JPR)는 이들의 불안 등 심리적 변화를 중요하게 봤다.

 

물론 전쟁과 정치 갈등, 생활비 부담 속에 이스라엘을 떠난 사람들도 늘었다. 유대인만 따로 산출한 수치는 아니지만, 이스라엘 중앙통계국 기준 2024년 약 8만2700명, 2025년 약 6만9300명이 장기 해외체류자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쟁 중에 진행되는 알리야를 보며, 이 나라가 여전히 누군가에겐 크나큰 위험을 감수할 만큼 유의미한 정치공동체임을 알 수 있다.

 

디아스포라의 삶이 준 것, 빼앗은 것

 

오늘날 널리 쓰이는 단어 ‘디아스포라’의 원형은 유대인의 이산(離散)이다. 고대 그리스어로 ‘흩뿌림’을 뜻하는 이 말은 바빌론 유수와 로마의 예루살렘 파괴 이후 세계 각지에 흩어진 유대인의 운명을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디아스포라의 비극이 유대인을 비범하게 만들었다. 

이 비극이 유대인들을 비범하게 만들었다. 상업·금융·의학·예술·학문·언어능력·국제감각 등 치열한 생존의 지혜와 미학을 키우게 된 것이다. 어느 한 나라에 기대지 않고 여러 나라 및 문명권을 잇는 중개자가 된 것 또한 그렇게 되도록 내몰렸기 때문이다.

 

이런 역설적 수확의 한편으로, 유대인들은 근본적인 결핍을 겪었다. 땅과 주권이 없었기에 자기 현재·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빼앗길 때가 많았다. 관용의 시대엔 번영했지만, 정치 상황이 바뀌면 재산몰수·추방·학살의 대상이었다. 유구한 유대 디아스포라의 결론은 그래서 단순명쾌하다. 뛰어난 개인도, 강한 공동체도, 세계적 네트워크도 국가를 완전히 대신하진 못한다는 깨달음이다.

 

나라 없는 민족의 취약성을 대체 불가능한 방식으로 각인시킨 홀로코스트 후 끝내 옛 땅에 유대 국가 이스라엘이 세워졌다. 왕국 멸망 2500여 년 만이며, 예루살렘 파괴 이래 약 1900년 만에 세워진 나라는 건국 이튿날부터 전쟁과 테러 속에 살게 됐다. 그런 이스라엘이 ‘악마적 강자’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반미 정서, 서방 지식인 사회의 피씨즘, 약자와 강자를 기계적으로 나누는 도식이 겹친 결과다.

 

이스라엘과 대한민국, 같고도 다른 점

 

이스라엘과 대한민국 모두 미국과의 특별한 인연 속에 1948년 건국했으며, 미국 주도 국제질서 아래 생존 기반을 마련했고 보호받았다. 스스로 분투해야만 했던 점도 닮았다. 차이가 있다면 ‘위협의 성격’이다.

 

이스라엘이 물리적 생존 위협 속에 사는 반면, 표면상 평화로운 대한민국엔 ‘체제 정체성의 위협’이 강하다. ‘국경이 밀리면 끝장’이라는 이스라엘에 비해, 대한민국에선 어떤가. 자유민주공화국 정체성을 잃을수록 주권국가로서의 품격과 실질도 사라진다는 사실을 얼마나 인식하며 살까. 

 

중국과 북한 옆에서 자유·법치·사유재산·선거·표현의 자유 기준을 놓아버리면 뭐가 남으려나. 한국어 사용 지역? 조만간 공용어에 중국어가 추가될 나라? 한때 세계인이 중국에 기대했듯, 부유해지면 자연히 자유와 개인이 존중받게 될 테니 북한 정권에도 같은 희망을 걸자고 할 것인가.

 

국가 없이는 자유도 없다

 

중동에 드문 실질적 현대국가, 아랍계 21.1% 외 소수집단까지 아우른 의회민주주의 법치국가 이스라엘 대신, 공존을 거부하는 신정군사체제 이란을 편들며 주권국가의 핵보유 의지를 존중하라 훈수 두는 게 상식인지, 이것도 묻지 않을 수 없다.

 

흘러간 시간이 실존의 국가로 돌아오는 현상, 알리야의 지속이 이 국가의 여전한 미래 설득력을 증언하는 듯하다. 동시에 우리에게 물음을 하나 던진다. 대한민국이 ‘자유의 공화국’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알고 있나. 

 

유대인의 이스라엘 귀환을 보며 다음과 같이 정리하게 된다

 

“기억으로 버텨지는 게 민족이지만, 자유는 국가 없이 버티지 못한다.”





◆ 임명신 박사  


임명신 前 스카이데일리 국제 부국장 

동북아 연구자(중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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