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4∼15일(현지시간)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중 샅바싸움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이 반도체와 원유 카드로 중국을 압박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이에 맞서 '반격 무기'인 희토류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만 의제가 어떠한 식으로 다뤄질지도 관심사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미국이 여러 분야에서 대중국 압박을 강화 중이지만, 중국이 이미 대미 의존도를 줄여온 만큼 동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 반도체 (PG) [연합뉴스]
◇ 美, 中 화훙반도체에 장비수출 제한…'AI 칩 개발 저지'
미국은 최근 중국의 2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화훙반도체를 겨냥, 화훙의 인공지능(AI) 칩 개발 속도를 늦추기 위해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8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램리서치 등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에 특정 장비를 화훙반도체의 첨단 제조시설 2곳에 보내지 말도록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또 첨단 기술 및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기 위해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이번 달에 20건의 신규 수출 통제 조치를 진전시킨 상태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판매 제한과 관련, 네덜란드·일본 등 동맹들에 미국과 더 긴밀히 보조를 맞추도록 요구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중국 전문가들은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는 정치적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저우미 연구원은 이를 무역 보호주의라 부르면서도, 중국 반도체 산업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미국 측이 규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초 '가성비' AI 모델을 출시해 거대 자본을 앞세운 미국 AI 업계에 충격을 줬던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최근 신모델 V4를 출시하면서 미국 엔비디아 대신 중국 화웨이 AI 칩과 협업했다고 내세우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이후 이란산 원유의 중국 유입 문제도 미국의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란산 원유의 대부분을 구매하는 중국 산둥성의 소규모 민간 정유사(teapot)와의 거래를 금지하고, 이러한 행위를 하는 외국 기관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경보'를 발령했다.
중국은 이란 원유 수출량의 약 90%를 구매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이들 소규모 민간 정유사를 통해 거래된다는 게 OFAC 설명이다.
중화권 전문가들은 제재 우려 때문에 중국이나 이란이 원유 거래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 미 재무부의 이번 발표는 중국을 직접적으로 연루시킴으로써 전쟁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전략적 비축유가 충분한 수준이라는 관측도 나오며, 중국 최대 석유·가스업체인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의 다이허우량 회장은 이날 중국 내 공급 부족 문제가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장시성 한 기업 찾은 리창 중국 총리 [신화통신 캡처]
◇ 中, 희토류 채굴부터 유통까지 관리 강화
반면 중국도 '반격 카드'인 희토류 산업에 관한 통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희토류 관리 규정에 따른 행정처벌 기준표 초안'을 공개했다.
이는 희토류 채굴·제련·유통 등 모든 과정의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을 마련한 것이며, 희토류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묶어 관리하려는 의도가 분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희토류 지배력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에 강력한 협상력을 제공한다"면서 1조4천억 달러(약 2천조원) 규모 미국 경제가 희토류를 쓰는 산업과 관련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올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이 최우선 의제가 될 것임을 분명히 해왔다는 점에서다.
이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처음 열렸던 지난해 10월 말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대만 문제가 논의되지 않은 것과 대조된다.
대만에서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 문제를 '주고받기식' 협상 관점으로 접근하려 한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향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 '반대한다'고 밝힐 것을 압박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우신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장은 "대만 문제와 관련된 논리는 단순하다. 미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과 주요 전쟁을 하고 싶지 않으면 대만 독립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전쟁에 관심이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