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왼쪽)와 맘다니.
34세의 자칭 ‘민주사회주의자’ ‘무슬림’ 조란 맘다니가 뉴욕 시장에 취임한 지 4개월 지났다. 지난 20여 년 민주당의 텃밭으로 자리 잡은 뉴욕이, 드디어 맘다니 당선으로 예고됐던 바람을 타고 공식 질주를 시작한 듯하다.
지난달 15일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에서 ‘세금의 날’ 행사가 열렸다. 맘다니 시장과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500만 달러(약 73억 원) 이상의 고가 ‘세컨드 하우스’에 추가 과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신규 과세안을 제시했으며, 이때 켄 그리핀 시타델 CEO의 펜트하우스가 대표적인 나쁜 사례로 인용됐다.
아예 그리핀 CEO 펜트하우스 앞에서 찍어 올린 동영상 속의 맘다니는 “뉴욕 시민 대다수가 고통받는데 부유층 사람들은 연중 대부분 집을 비워 둔다”고 비판했다. 대기업 CEO들의 개인 사정, 이런저런 업무 형편상 거주지가 여러 군데 있을 수 있다. 머무는 시기와 기간이 일정치 않아 세를 놓기도 어려운 상황 등은 완전히 무시된 논리다.
‘세금의 날’을 일주일쯤 지나 제럴드 비슨 시타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비슨 COO는 “우리의 노력과 성공이 종종 정치적 레토릭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향후 수십 년 뉴욕의 번영을 도울 기업을 만들어 가는 자부심까지 훼손해선 안 된다”고 적었다. 아울러 시타델이 뉴욕 맨해튼에 추진 중인 대규모 사옥 건설 프로젝트를 언급하면서 “6000개의 고임금 일자리, 1만5000개 이상의 영구 일자리 창출을 지원할 것”이라는 점도 일깨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슨 COO가 이 프로젝트 추진 시 60억 달러(약 9조 원) 이상을 지출할 것이라고 강조한 점에 주목했다. 시타델의 뉴욕 사옥 건설 프로젝트 재검토를 비롯해, 최악의 경우, 각종 뉴욕 재개발 프로젝트의 지연 내지 재검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짚은 것이다.
‘사회주의 뉴욕’… 자본의 탈출
맘다니 증세안에 월가 투자 거물들이 잇따라 반발을 드러냈다.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투자자인 대니얼 로브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호컬 (뉴욕)주지사가 ‘올해의 플로리다 부동산 중개인상(賞)’을 받으려 경쟁한다”고 꼬집었다. 뉴욕에서 가장 가까운 최적의 대체지가 공화당 지역인 플로리다이기에, 이곳으로 부자들이 대거 옮겨가게 되리라는 전망을 비틀어 표현한 것이다.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 역시 X에 그리핀 CEO의 (뉴욕시 펜트하우스 매입) 2억3800만(약 3500억 원) 달러 지출을 두고, ‘박수받을 일’이지 ‘공격당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시타델은 뉴욕시의 주요 고용주로 막대한 세수를 창출하는 고임금 일자리를 제공한다. 직원들 다수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이전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미 2022년 6월 뉴욕의 시타델 사옥 이전 계획이 발표됐다. ‘치안 악화’가 주요 명분이었다. 시타델 본사는 2024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이전을 완수했으며, 지난 약 100년 민주당 시장이 재임한 시카고 내 사옥 또한 작년 말 정리를 끝냈다고 전해졌다. 금융 권력의 이동, 도시 질서의 재편, 그리고 정치선택의 결과를 동시에 드러낸 소식들이다.
뉴욕은 ‘부자 견제’를 넘어 ‘부자가 떠나는’ 주(州)·도시로 바뀌고 있다. 연방국가 미국에서 개별 주는 하나의 국가지만 일반 국경과 달리 ‘넘기 쉬운 장벽’이다. 얼마든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동할 수 있다. 대기업이나 고액 납세자들 탈출엔 고용·부동산시장·금융망 이탈이 뒤따른다. 남겨진 도시의 세수 기반 붕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다.
세율·규제·치안·기업환경, 이 네 가지가 임계점을 넘길 때 자본은 떠난다. 민주당 바이든 정부를 거치며 헤지펀드·자산운용사·기술기업 일부가 플로리다·텍사스로 옮겨 갔다. ‘사회주의자 시장’의 등장으로 이런 추세에 가속 페달이 밟힌 셈이다.
‘사회주의 뉴욕’과 ‘자본주의 마이애미’
맘다니의 뉴욕은 공공주택 확대, 임대료 통제, 부유세 강화를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더 공정한 도시가 필요하다’고 외친다. 작년 선거 땐 무상 교육에 공짜 시내버스까지 언급됐다.
‘기회의 땅’이기보다 ‘재분배 실험장’으로 이미지를 바꾼 뉴욕의 변화가 플로리다에겐 기회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기후 등 자연환경이 탁월한 마이애미는 휴양 도시에 그치지 않는다.
완화된 법인세와 규제 등 친기업 정책에 기반해 금융과 기술 자본의 신흥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다. 공산화·사회주의화를 피해 온 중남미 이민자들이 많은 것도 플로리다주의 특성 가운데 하나다. 결정적 강점은 정치가 자본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문화·금융·인재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던 뉴욕이지만 현재의 방향성이 지속된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서유럽 주요 도시들이 앞서 같은 길을 갔다. 프랑스 파리가 고세율·고강도 규제 속에서 심각한 자본 유출을 겪었다. 영국 런던의 경우 금융 중심지 지위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세제와 규제 문제로 경쟁력을 잃었다. 모두 복지 확대, 노동규제 강화, 고소득층 과세 강화의 끝자락에서 맞이한 현실이다. 한때 세계인의 동경 대상이던 서유럽은 예외 없이 비슷한 방식으로 몰락했다.
뉴욕과 마이애미의 엇갈리기 시작한 운명은 유럽 대도시들 경우보다 빠르게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다. 뉴욕과 마이애미 사이엔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 임명신 박사
중문학박사, 동북아 연구자
前 스카이데일리 국제 부국장